초부정 · 초감흥굿-8
상산마지에 이어서 두 번째 하는 굿거리가 바로 초부정 · 초감흥굿이다.
이 거리는 굿당의 부정을 비롯하여 모든 부정을 씻어내고 오늘 맞을 모든 신령님과 조상님을 차례로 모셔다가 좌정시키는 순서다.
보통 잡귀는 쫓는다고 표현하고 부정을 씻는다고 표현한다.
부정을 씻는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도지> 기록에 빌리며 삼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들이 파미르고원에 위치한 마고대성에서 살면서 남의 생명을 강제로 취하는 잘못인 오미의 변을 저지른 이후, 사악해진 인간들로 인하여 더렵혀진 마고대성을 청소하기 위하여 하늘의 물인 天水로 마고대성을 씻어내는데서 비롯되었다
그 후 물로 부정을 씻는 방법은 가장 원초적인 수단으로 지금도 세계 모든 종교에서 정화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침례라는 의식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부정을 씻어내고 있으며, 또 성수라는 물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킴은 물론 이 성수를 이용하여 악귀도 쫓고 있다.
불교 역시 사찰 입구마다 샘을 만들어 감로수라고 하면서 사찰에 들어오기 전에 입을 헹구어 내어 부정한 것을 씻는 수단으로 물을 이용하고 있다.
또 몽골에서는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수단으로 물을 뿌리는 의식이 있으며,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하여도 물을 뿌린다.
티베트에서도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밀교 승려에게 데려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기원을 부탁하는데 그때 밀교의 승려들이 아기의 이마에 물을 세 번 찍는 것으로 의식을 시작한다.
우리 황해도굿거리 중 칠성거리에서 ‘천수치기’라는 과정이 있다. 이 거리는 바로 마고삼신이 마고대성의 더러움을 물로 청소할 때와 같이 그날 굿을 청탁한 제가집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부정을 씻어내는 행위이다.
씻김굿도 망자의 시신을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위에서 열거한 모든 행위들이 바로 마고삼신이 마고대성의 더러움을 물로 청소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초부정 · 초감흥 굿은 아주 중요한 의식 중에 한 부분으로 마고삼신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부정거리의 무복은 홍치마에 남쾌자, 홍관디에 앞은 백학 뒤는 청학이 새겨진 흉배를 띠고 머리에는 자주수건과 호수갓을 쓰며 왼손에는 방울과 제금을 오른손에는 만감흥부채를 들고 장고 앞에 서서 사방 사배를 드린 후 만세 받이를 한다.
여기서는 <잦은만세받이>를 소개한다.
아황임금만세 / 천세 만세 / 사루 사루 만세 사루 / 천하궁에 영부정씨들 / 옥황부정 / 신선부정 / 하늘땅에 설법 부정 / 인간제도 봉립부정 / 산천신령님 영부정 / 높은 곳 칠성님 영부정 / 옅은 곳 제석님 영부정 / 부군님 영부정 / 세인 도당님 영부정 / 팔도명산 영부정 / 동서남북 서낭님 영부정 / 오방지신 터주의 영부정 / 안에 안당의 노인 영부정 / 대청마루 반닫이 영부정 / 단용마루 샛초 영부정 / 단보마루 성주님 영부정 / 선반 밑에 딸깍영부정 / 팔만지신 조왕님 영부정 / 밥을 지어 화식 영부정 / 떡을 빚어 식신 영부정 / 술을 걸러 주에 영부정 / 물을 길어 용녀 영부정 / 아궁 앞에 화재 영부정 / 쌀독으로 제석 영부정 / 가루독에 부녀 영부정 / 시렁 아래 댕강각씨 영부정 / 마구간에 우마영무정 / 장둑간에 꼬두영부정 / 앞마당에 번개영부정 / 뒷마당에 벼락영부정 / 수채구년 흘릴영부정 / 지붕위에 용초영부정 / 대장군방 파괴 영부정 / 태식방위 곤액 영부정 / 몸진 방위 우환 영부정 / 안손방위 안질 영부정 / 영정마누라 내 받아나여 / 함지나 밥에 / 동이 술에 /고리비단 / 새비단에 / 가진 차담 / 받아 낼 때 / 흙을 달아 토신동법 / 돌을 달아 석신 동법 / 나무 달아 목신 동법 / 쇠를 달아 철물 동법 / 인간에 들어 인동법이야 / 동법 동터 젖혀낼 때 / 삼운지게 걷어줘요 / 내상문에 외상문에 / 진상문 / 눈으로 보던 상문 / 귀로 듣던 상문 / 성 아는 상문 / 본 아는 성문 / 남상문 여상문 / 애가 죽어 동자 상문 / 어른 죽어 거상 상문 / 노인 죽어 망령상문 / 상문지개 걷어 낼 때 /앞바다도 열두 바다 / 뒷바다도 열두 바다 / 이십사강 훨씬 건너 / 산 좋고 놀이 좋고 / 경치좋은 대로 인도할 제 / 안당이 개운하게 / 바깥당이 시원하게 / 도와나 줘요~~
우리가 부정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부정이 많은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이 많은 부정에 들지 않으려면 얼마나 조상님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만수받이가 끝이 나면 흘림 공수를 주고 구조상 신조상님들을 차례로 모신 다음 방울 놓고 제금을 어께 너머로 던져 점을 친다. 제금이 제껴져야 한다.
그리고 거상 춤을 추면서 맴을 돌고 칼, 삼지창, 뚝대, 베, 조상옷, 오방기를 각각 들고 거상 시킨 다음 조상 옷으로 제가집 사람들의 몸을 씻어 내기도 하고 만신이 옷을 두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공수를 주고 오른 손에 소당기와 부채를 들고 장고 앞에서 춤을 춘다.
그리고 대신발과 부채 소당기를 들고 대신발을 양팔에 걸쳐 조상들을 받아 모신 후 좌정 시킨 후, 대신발을 어깨에 걸치고 삼베를 왼손에 든 다음 양푼에 막걸리를 담아 국자로 술을 뜨면서 공수를 준다.
이때 술이 담은 양푼을 들고 연풍을 신나게 돌면서 재주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전안상으로 가서 양푼의 술을 국자로 떠서 한잔씩 바치고 다시 양푼의 술을 떠서 바깥에 있는 잡귀들을 위하여 세 번 떠서 버린다.
이어서 제가집에도 술을 권하고 나서 제가집 조상들과 삼사오육촌 사돈에 팔촌까지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모시어 모신 후 또 공수를 주는데 대부분 덕담 공수다.
“에~~ 오냐~ 백성의 대접에 바람결에 오시고 구름결에 내왕을 하시어 반갑고 받고 귀엽게 받는다. (중략) 신사드리고 화합되게 도와가고 마음이 안심되게 도와가고 재수 열어 받들어 본댄드라 ”
공수가 끝나면 날만세받이를 하면서 굿을 마친다.
에라만세 / 잘 놀고 났어요 / 일구등신 만감흥님 / 감흥당에 차례로 정좌하시고 / 받읍시다 / 에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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