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영정물림

愚悟 2011. 1. 29. 15:52

영정물림-9

 

 

 

 

초감흥 굿이 끝나고 복잔을 내리고 다음에 하는 것이 영정물림이다.

영정거리는 모든 영정을 대접하고 질병, 근심, 액운을 걷어내는 거리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영가를 대접하는 거리라고 해야 맞다.

영가에는 영정과 영실로 구분할 수 있다.

 

영정은 남자 귀신을 이야기 한다. 여자 귀신은 영실이라고 한다. 영정과 영실을 합하여 영가라고 한다.

여기서 대접하는 영가들은 제가집의 영가는 물론 오늘 굿판 주위를 맴도는 뜬귀를 이야기 한다.

 

이렇게 우리 굿판은 모든 귀신을 다 불러 소소하게라도 대접을 하여 배고픔을 달래주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위로하는 것이다.

영정거리의 준비는 굿상에 차린 모든 음식을 골고루 조금씩 들어내어 상위에 놓고 오색천, 삼베, 무명을 잘게 잘라 놓고 굿당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면서 한다.

무당은 홍치마에 남쾌자를 입고 손에 방울을 들고 굿상 앞에 서서 잦은만수받이를 한다.

 

『받아나요 / 여섯상에 / 기다리던 영정 / 영정 수비들 / 영정할마이 / 영정각시 / 내 돌아갈 제 / 동서남북 / 개개치던 영정 / 산 넘어 오던 영정 / 바다 건너 오던 영정 / 이승길을 / 못 다간 영정 / 저승길을 / 가지 못한 영정/ 』

 

이렇게 잦은 만세받이를 하는 동안 다른 만신들은 굿상을 들고 나와 음식을 동서남북 중앙에 내다 버리면서 여섯 번째는 ‘고수레 고수레’ 하면서 마당에 뿌린다. 이런 동작을 여섯 번 반복한다.

그리고 다시소지, 쌀 한 주발, 술 한 잔을 놓은 후 긴노래를 띄우면서 소지를 접어 부정소지를 올린 뒤 팔도명산 소지를 올리는데

 

『우리나라님 소지요

나라없는 백성이 있느냐 신화는 보았느냐

거므나 땅에 희나 백성들 나라가 편하다면

복자무늬 돋혀 천상에 오르시오

나라천 구황대주님 명소집니다 복소집니다.

명소지는 품에 품고 복소지는 등에 지워

물 아래 은당지가 지고 물 위에 금당지가 져서

맑은 소지 곱게 타서 신사덕 내리신다면

생소지 지지 말고 소음탄내 피지 말고

천상으로 올라가시오. 』

 

여기서 ‘거므나 땅에 희나 백성’ 이란 단군왕검의 땅에 사는 희의 백성이라는 뜻이다.

희는 단군조상의 조상으로 볼 수 있으며 신농의 8세손 유망의 셋째 아들이다.

구황대주는 구황족의 임금으로 동이족을 구이九夷족으로 나누는데 구황족은 구이족의, 구한족의 전신으로, 구황대주는 태양의 신인 한국의 천제인 한인桓因으로 보면 된다.

 

소지는 하늘에 계시는 신명들에게 인간이 올리는 청원서 같은 성격이다. 소지는 웃어른부터 차례로 올리는데 만신은 소지가 시커멓게 탄다거나 올라가다가 거꾸로 떨어진다거나, 타다가 종이가 남는다거나 하면 생소지에 맞추어 그 이유를 이야기 하고 대처방법도 함께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이때 만신은 술을 문 밖에 버리고 영정상에 바가지를 놓고 음식을 골고루 담는다. 그리고 오색천을 잘게 잘라 담고 서리화 한 송이를 꽂고 술 한 잔과 삼베를 상 위에 놓은 후 잦은 만세 받이를 한다.

 

『 타령이 가요 / 영전에 타령이가요 / 안채로 타령이 가요 / 터주지신에도 가요 / 팔만주왕에도 가요 / 안채 도리채도 가요 / 바깥채도 타령이 가요 / 문안 사신 수문장에 타령이 가요 』

 

만신은 날만세받이 타령이 맞춰 부정물림베를 양쪽에서 잡고 삼베를 칼로 나란히 두 줄로 찌른다. 그리고 안채 터주신 부분에 해당하는 베는 터주가리에 걸고, 조왕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왕에 거는 등 각 부분에 해당하는 삼베를 그곳에 가지다 건다.

그리고 몫지어 놓은 부정물림베를 대신칼에 끼워 불에 태우며 다시 축원을 한다.

 

『 초부정 초영정 상문부정에 영정을 풀어내요

비단문에 고리비단 실비단 번쩍 들어

야광단 일광단 월광단 복자문에 도치어

솜 탄내 피지 말고 받아가시오 』

 

그리고 태운 재를 마당에 쏟아버리고 굿상에 새로이 술을 부어 상 위 바가지를 잡고 잦은 만세받이를 한다.

 

『 에라 영정 / 천하에도 영정 / 지하에도 영정 / 옥황영정 / 신선영정 /인간섬겨 봉립영정 / 이 터전 지신영정 / 저 터전 밧초영정 / 산천영정 / 부군에도 영정 / 동서남북에 영정 / 사방에 영정 / 서낭에 영정 / 보채던 영정 / 개개던 영정 / 시왜던 영정 / 음식에 따라든 영정 / 색붙이 채단에 눈걸어 본 영정 / 거리에서 묻어 들어 온 영정 / 영정 할마이 / 영정 마누라 / 영정각시 / 오고가던 영정 / 터주지신 영정 / 단마루 성주님 영정 / 만조상의 영실 영정 / 해를 묵은 영정 / 철을 묵은 영정 / 상문에도 영정 / 생고기에 학을 걸어 보는 영정 / 받아나요 / 아니 물러가면 / 국내 밥내도 못 쐬게 / 살을 비고 뼈를 깎아 / 천굴암 소에다 / 계명주사로 환을 쳐서 / 무쇠가마 씌워 / 옥추보경 대질러 가 / 얼리고 달랠 때 / 물러가요 / 영정마누라 부정이야 / 삼베를 찢어 태우며 / 구수베 쌀벼 / 비단문에 복지문에 / 월공단문에 돋아 받아가요 / 아이잡아 농담 / 어른잡아 희롱하던 영정/ 』

 

하면서 방울을 바가지 위로 흔들다가 놓고는 장고줄에 삼지창을 거꾸로 꽂은 뒤 창 자루 위에다 바가지를 올려붙여 본다. 그리고 다시 바가지를 들어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춤을 추다가 맴을 돌고 바가지를 내리고 대주에게 건네주며 만신이 덕담을 한다.

 

“ 모든 음식과 영정들 객신들 뜬신들을 잔뜩 이 배(바가지)에 실었으니 뜬귀 뜬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 몰아 갑시다.

앞바다도 열두 바다 뒷바다도 열두 바다 이십사 강 의주월강 소멸할 제 용마로 곱게 넘어가시오 ”

 

대주는 바가지를 오른손으로 밑을 바치고 왼손으로 바가지를 잡는데 이때 손을 옮겨 잡으면 안된다. 그리고 뒤뜰로 가서 용마루를 힘껏 넘겨 앞마당으로 던지는데, 이때 바가지가 바로 앉아야 한다. 엎어지면 바로 앉을 때까지 반복한다.

이때 바가지 속의 음식은 저승 이승을 왔다 갔다 하는 혼신들, 갈 길을 못간 영혼들, 부정한 영정 귀신들을 몰아내서 저승길로 띄워 보내어 액운을 물리치게 한다고 한다.

 

이 바가지 영정은 저승길을 잃고 구천을 떠도는 원귀들로서 그 집안의 액운과 잡신을 따라와서 그 집의 음식이나 천 또는 나무 등에 머무는데, 이 영정들은 바가지에 실어 잘 먹이고 춤을 추면서 잘 먹이고 잘 놀려야 편안하다고 한다.

이것이 끝나면 맴을 돌다가 대신칼을 던지고 잘 나갔나 확인 후 굿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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