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누가 무당을 대변할 것인가?

愚悟 2011. 8. 22. 14:02

작년부터 선도수련자들과 민족진영의 재야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가 많아졌다.

그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교를 저급한 민간신앙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또한 역사를 공부한 많은 재야 사학자들도 역시 무교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민족종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도수련을 한 사람들은 무巫는 선도仙道보다 하위개념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무교인들을 의식수준이 낮은 집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핏대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巫가 가지는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 사상을 무시하고 단순히 현재 잘못된 무당들의 행동이 巫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지난 일요일, 천신天神을 받아 영검하다고 소문이 난 한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스님 역시 내가 보기에는 신을 모신 무당과 다름이 없었지만, 그 스님은 자신만이 천신을 모신 사람이라고 무당들을 폄하하고 무시하여 오랜 시간 논쟁을 하였다.

巫를 무시하고 폄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일부 잘못된 무당들의 행동을 예로 들면서 무교인 전체를 무시하고 폄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巫가 가지는 사상을 바로 알지 못하고 巫가 작금에 나타난 잘못된 무당들의 행태가 巫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은 마고삼신으로 비롯된 神敎, 즉, 잊어버린 인간의 본성을 깨우치고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신교神敎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왔다. 신교라고 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 바로 신이며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바로 천지인 합일 사상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환웅천왕 시절 천지인 사상을 정립하여 본성을 회복하는 가르침을 참교(眞敎)라고 하였으며, 단군왕검시절 인간의 본성을 깨우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천지인 사상과 우주의 질서인 원형이정의 사덕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그 가르침을 덕교德敎라고 부르며 발전하여 오다 가륵단군 시절 무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그리고 민족의 정체성이 상실한 조선시대를 비롯한 일제강점기시대에는 우리 무교는 없어져야 할 폐습으로 여겨 미신이라 불리며 온갖 박해와 멸시를 받으며 오늘날이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의 신교神敎가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일본천왕가의 종교로 정착되어 신도神道라는 이름으로 일본 국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정신문화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빠진 위정자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필자는 무교의 우수성을 수없이 많은 글과 강의를 통하여 역설하였다.

그 결과 필자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예전에 가졌던 편견과 왜곡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무교가 민족종교라는 것을 인정하고 친 무당파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필자 혼자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반무교파들과 싸울 수는 없다. 필자가 아무리 글과 강의를 통하여 무교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참 무당이 되자고 한들 대한민국 무교인들 중에 몇 사람이 귀를 기울이겠는가?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못된 장사꾼 같은 무당들이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을 누구를 탓하겠는가?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하며 무교의 사상과 정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알릴 무교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단체가 그 어떤 무당이 비용을 부담하며 이 일을 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그냥 돈이나 벌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만 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교의 사상과 철학을 정립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무교학자들은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교는 영원히 미신으로 남아 뭇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며 무당이 되기 전 준 고통 이상으로 무당이 되고 난 뒤 자식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남겨 줄 것이다.

 

그리고 무당들이 돈을 추구하고 탐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만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무당들이 돈을 쫓는 원인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첫째, 오랜 세월 박해와 멸시를 받으며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무당들은 믿을 곳은 오직 한 곳, 바로 돈의 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온갖 멸시와 손가락질로 천민 중에 상 천민으로 살아온 무당들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남보다 우월한 경제력뿐이기에 무당들은 돈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둘째, 무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것으로 한번 선택을 받으면 하고 싶지 않아도 죽기 전에는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민 중에 상 천민으로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무당을 누가 신이 왔다고 쉽게 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신의 풍파로 온갖 고초를 겪고 빈털터리가 되어 무당이 되다보니 가장 시급한 것이 돈을 버는 일이다. 또한 내가 힘들게 무당이 된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하여 더욱 돈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일부 잘못된 무당들이 신을 받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무당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당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속여 내림굿을 하게 하였기 때문에 새로 무당이 되면 돈을 버는 일에 치중하게 된다. 또한 내림굿을 하고 난 뒤 대부분 굿을 띄는 방법 등 돈을 버는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으니 돈을 밝히는 무당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쫓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무당은 돈만 아는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기꾼 집단이라고까지 하니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그 누가 이런 왜곡된 무교의 모습을 대변할 것이며, 그 누가 무교를 위하여 방어막이 되어 줄 것인가? 정치적인 배경도 없고 무교를 위하여 목숨 바칠 순교자도 없는 암담함 무교의 현실을 돌이켜 보면 화가 치밀 뿐이다.

수많은 무속학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단순히 무속을 공부하여 강의하고 발표하는데 끝나지 무교가 우수하다, 무교가 가지고 있는 사상이 무엇이다, 무당들의 잘못은 어떤 것이니 고쳐 무교를 민족종교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는 한 사람도 없다.

 

필자가 1998년부터 무속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무당들의 잘못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동안 필자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자기 생각과 다르고, 비판하는 글이 자기에게 해당되는 듯한 느낌을 받든지, 아니면 이해관계에 얽혀 괜히 필자를 공격하는 무당들이 있었다. 심지어 글을 내려 달라고 협박하고 애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고 필자가 이 글을 쓴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무교가 우수하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역설하고, 무교를 민족종교라고 외치며, 무당들은 민족종교의 사제로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사제라고 핏대를 세우며, 무교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무당들은 알지 못한다.

 

필자도 이젠 지쳤다. 끝도 보이지 않는 무교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몸부림이 안타깝다고 생각된다면 모두 깊이 반성하고 무교의 정신과 사상을 공부하고 깨우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민족종교의 사제로서 인간의 본성을 깨우쳐 세상에 널리 전파하는, 마고삼신께서 남기신 해혹복본解惑複本의 사명을 완성할 수 있는, 하늘에서 선택받은 사람으로서의 소명을 완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민족종교의 사제인 무당으로 거듭 태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