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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힐링 페스티벌'이 2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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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굿을 직접 보니까 재밌네요. 미신이라는 부정적인 느낌에 약간은 무서운 이미지도 있어서 멀게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오늘 굿판을 보면서 속상한 아이 마음을 엄마가 달래주는 것처럼, 굿하시는 분들에게서 왠지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명 나는 소리와 음악이 나올 땐 저도 같이 움직이며 놀아서 스트레스도 확 풀렸고요. 재미나는 입담엔 한바탕 크게 웃었네요."
'굿 힐링 페스티벌'이 26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관장 신현욱)에서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 8월 26일 황해도 대동굿에 이어 두 번째 굿 공연이다.
이번에 펼쳐진 서울새남굿은 서울지역 일대에 전승되는 사령(死靈)굿으로, 1996년 5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로 지정됐다. 서울지역 무속의 죽음의례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굿이다. '새남'은 재생을 의미하는 '새로 태어남'의 순 우리말이다.
서울새남굿은 죽은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는 굿이다. 그러나 죽은 사람을 보내기 전에 먼저 산 사람의 굿을 한다. 그래서 산 자를 위한 굿이며 죽은 자를 위한 굿이다. 기쁘기도 하고 경사스럽지만 슬프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화합의 장을 이끌어낸다.
"굿은 국학의 원형이다. 그러나 그동안 굿이 천시 받아왔다. 2010에서 2012년, 물질문명에서 정신문명으로 넘어가면서 굿이 재조명되어야겠단 생각에 굿 연출을 하게 됐다. 오늘 할 굿은 새남굿 즉 씻김굿이다. 죽은 조상의 영혼뿐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수많은 에고와 부정적인 정보도 같이 씻어내길 바란다. 어깨춤도 추면서 몸을 씻고, 소리도 같이 하면서 마음도 씻으면 될 것 같다. 오늘 몸과 마음을 씻는 멋진 굿판이 되길 바란다."
일지아트홀 신현욱 관장의 인사말과 함께 굿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은 크게 세 마당으로 나뉘어 펼쳐졌다.
✔ 산 자를 위한 굿, 얼쑤~!
첫째 마당은 불사거리, 도당거리, 상산거리로 꾸며졌다. 불사거리는 마고 삼신과 삼성(三聖 한인・한웅・단군)을 모시고 혼탁해진 인간을 깨워 밝은 세상을 만드는 거리며, 도당거리는 청담동을 지켜주는 도당신을 모셔다가 명과 복을 기원하는 거리, 상산거리는 한웅천왕님께 인류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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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산거리를 하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이상순 선생. 굿 음식상 뒤에 단군 할아버지 액자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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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야~ 오늘은 내가 단군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어. 단군 할아버지 없는 백성이 어딨느냐. 조상 없이 어떻게 사느냐. 조상에게 잘하는 사람치고 잘못된 사람 없다. 어이야~ 여기 오신 모든 손님이 표를 끊어서 들어온 것이 시주하는 거야. 오늘은 합동굿을 하는 거야. 남의 굿이라고 생각하면 재수가 없고, 오늘 이게 내 굿이다 생각하면 재수가 있고. 어이야~"
- 이상순 선생의 '상산거리' 중에서
상산거리를 펼쳤던 이상순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4호 서울새남굿 예능 보유자이다. 초등학교 시절 어렸을 적에 신 내림을 받았으며, 만신 박어진 선생, 박수 최명남 등의 선생에게 사사받았다.
두 번째 마당으로 창부거리와 계면거리가 이어졌다. 액을 막아 복을 기원하고 떡도 함께 나눠 먹는 시간이었다.
"10년 대운에 복 받으시오~! 내가 영겁 복떡을 해가지고 왔소. 이제 이 떡을 사 잡숴야지 건강하시고 재수 있고. 노인네가 사 잡수시면 근력 떡이고, 젊은이 사 잡수면 재수 떡이고, 환자가 사 잡수면 약 떡이고. 이 떡을 사 잡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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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면거리에서 단군의 덕을 상징하는 떡을 사고 있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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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거리는 천부왕인으로 모든 액을 막고 신침으로 홍수를 다스린 기운을 받아 열두 달 홍액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거리며, 계면거리는 단군의 덕을 상징하는 떡을 나눠 먹으면서 단군의 가르침을 깨우쳐 주는 거리다.
✔ 죽은 자를 위한 굿, 얼쑤~!
셋째 마당은 도령거리와 베가르기, 작두타기, 대감거리 및 해원상생거리가 열렸다. 도령거리는 망자(亡者)을 우주의 순리에 따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굿이다. 망자가 살았던 곳을 마지막으로 밟으며 극락문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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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도량거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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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르기는 망자가 살아있는 사람과의 정을 끊는 것이다. 베를 가르는 형식이 노잣돈도 놓으며 마치 극락길을 내는 것 같지만, 원래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연을 마지막으로 끊는다는 의미다.
작두거리는 새남굿에는 없으나, 서울굿에는 있다. 서울굿에는 작두거리가 없다는 오해가 많아 특별히 작두거리 공연을 선보였다. 작두거리는 작두를 타고 나쁜 액운을 물리치고 길흉을 예언하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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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두를 타고 있는 준문화재 이성재 선생 | 작두거리는 준문화재 이성재 선생이 선보였다. 이성재 선생은 청색, 백색, 적색, 남색, 노란색의 오방기를 휘두르고, 복주머니를 관객에게 뿌려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관객이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추는 '해원상생거리' 힐링굿판이 벌어졌다. 그동안 쌓아놓은 액을 풀어내고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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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이 모두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추며 '해원상생거리' 힐링굿판을 벌이고 있다 |
이번 행사는 풍류도가 주최하고 서울새남굿 보존회가 주관했으며, 코리안스피릿과 한국무교학회, 환타임스, 굿문화사랑회, 무천문화연구소가 후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