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중의 산실産室 준비
조선왕조에서 비빈이 임신을 하면 출산 이전의 업무를 관장하는 기구가 바로 산실청産室廳이다.
산실청의 설치시기는 왕비는 3개월 전, 빈궁은 1개월 전, 후궁은 산월에 설치한다.
이어 권초관捲草官을 임명하는데, 권초관의 임무는 출산 때 깔았던 고석藁席을 말아서 산실청 문에 매다는 것이 직무이다.
이때 권초관은 중신들 중 신분이 귀하고 복록이 많은 소위 부귀다남富貴多男한 인물로 선출한다.
비빈이 산기가 있으면 산실을 꾸미는데, 그 절차를 보면 다분히 무속적인 절차가 동원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모든 집사가 방안으로 들어가 <이십사방위도二十四方位圖>를 각기 해당 방향에 붙이고 또 <당일도當日圖>와 <차지부借地符>도 붙인다.
<산실청에서 사용한 각종 부적들>
이들은 주사로 쓴 부적으로 삿된 기운을 쫓는 신장부와 그날 일진의 도움과 땅의 기운을 빌려와 산모의 건강과 순산을 기원하는 부적이다.
이어서 길방吉方에 산석産席을 까는데, 먼저 곱게 짠 짚자리를 펴고, 그 위에 백문석白紋席을 깐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양모전羊毛氈(양모로 짠 양탄자), 기름종이(油芚), 백마가죽(白馬皮), 고운 짚자리 순서로 깐다.
그리고 마피두하馬皮頭下에 삼실(枲絲)을 깔고, 머리 쪽에는 다산을 상징하는 서피鼠皮(또는 족제비 가죽)를 깐다.
이렇게 자리가 마련되면 붉은 글씨의 부적을 태의胎依를 놓아둘 방향에 붙인다.
이 부적을 최산부催産符라 하는데 순산을 재촉하는 부적이다.
그리고 의관이 차지법借地法을 세 번 읽는다.
<차지법>은 순산할 자리를 신에게 비는 축문이다.
그 내용은 잡귀들은 다 물러가고 깨끗한 자리에서 편안하게 순산하게 해달라는 뜻이다.
무사히 아기를 순산하고 나면 현초懸草를 하는데, 현초란 산실에서 사용한 짚자리를 걷어 순산을 알리는 뜻으로 문 위 중방 위에 매단다.
이는 민간에서 하는 인줄(금줄)에 해당된다.
보통 민간에서 아길ㄹ 낳으면 왼쪽으로 꼰 새끼에 숯과 고추(여아일 경우 솔가지)를 끼워 대문 위에 가로질러 옆으로 걸고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다.(禁索)
그러나 왕가에서는 순산을 하고 나면 의관이 짚자리를 내어주십사 하고 산실에서 짚자리를 내어 주면 권초관이 받아서 둘둘 말아서 무 위 중앙에 빨간 끈으로 매단다.
이 때 빨간 끈 여기 초복축사招福逐邪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짚자리는 7일간 매달아 둔 후 초 7일이 되는 날 권초례를 올리는데, 자리를 끌러서 대청마루에 놓고 권초관이 銀 · 米 · 紬 · 絲를 진열한 후 분향한 후 제사를 올리고 그 자리를 옷칠한 궤에 넣어 붉은 보자가로 싸서 왕자의 권초는 내자시에 보관하고 공주 · 옹주는 내첨시 곳간에 보관한다.
그리고 왕자나 공주의 태胎는 깨끗이 씻어 보관하는 세태洗胎의식을 거행한다.
세태의식은 보통 탄생 후 3일 또는 7일 사이 길일을 골라 거행한다.
세태의식은 아주 까다로워 산실에 미리 준비한 백자 항아리에 즉시 태를 넣어 길방에 안치해 두고 세태 하는 날 정각이 되면 항아리를 가지고 나와 질바배기에 옮겨 담는다. 그리고 미리 길어 두었던 월덕방月德方의 물을 부어 백번 씻는다. 이 씻은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다시 월덕방에 버린다.
(월덕방 : 달의 신덕을 말하는데, 달로써 길방을 따질 때 쓰는 술법으로 1,5,9월은 병방丙方(남쪽), 2,6,10월은 신방申方(서남), 3,7,11월은 임방壬方(동남), 4,8,12월은 경방庚方(서방)이 달의 덕신德神을 조응하는 방위라고 한다.<協紀辨方書/大漢和辭典>)
그리고 조그마한 백항아리에 동전 하나를 字面이 위가 되게 하고 그 위에 태를 넣는다.
그리고 밀봉한 후 다시 더 큰 항아리에 담아 주변을 솜으로 가득 채운 뒤 단단히 고장시킨 후 다시 감당甘糖, 즉 조청 같은 것을 불에 녹여 완전히 봉한 후 패牌를 달아 맨 후 태봉胎峰이 선정되면 이를 정중히 운반하여 땅 속에 묻는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 무속을 탄압하였지만 왕가에서도 비빈이 아기를 낳을 때는 산모의 건강과 아기의 순산을 위하여 천지신명을 비롯한 많은 신神에게 기원함과 동시에 무속의 비방 등을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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