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조 성제
가을 하늘을 보면 눈물이 난다
지나온 시간들의 그림자에 감겨 버둥거리다
축제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가을 들녁처럼
빈손으로 맞이하는 나의 모습이 안타깝다
집착의 깊고 파란 하늘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는 욕심을 비웃듯
세월의 구름은 미끄러진다
욕망이 가득한 한 쪽을 도려내고
이성의 피가 뚝뚝 흐르는
반쪽 만이라도
노적가리 위에 올려두고 싶다.
내 차가운 이성은 거친 농부의 손에 끌려
보잘것없는 한 톨의
지성이 될 수 있다면
가을들판에 조촐한 축제의 장이라도 펼칠 수 있다면
그 축제의 장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뜨거운 나의 가슴은 노적가리에 뒹구는
어린아이가 되어
감격의 눈물은 가을 들녘을 적실 것이다
가을 하늘을 보면 웬지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