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지역 굿의 계면거리와 동해안 지역 굿에 계면굿이 있다.
동해안별신굿의 계면굿은 ‘걸립거리’, ‘제면굿’, ‘제민굿’이라고도 불린다. 계면굿의 신격은 계면할머니이다. 계면굿은 무당과 악기 등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를 밝히는 굿거리로, 여기서 계면할머니는 무조신巫祖神으로 표현되고 있다.
동해안 굿에서 전해지는 계면할머니는 심술궂고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로 전해진다. 계면할머니가 단골들 집으로 찾아다니지만 단골들은 계면할머니에게 쌀을 주기 싫어 숨거나 보리개떡 하나도 아까워한다.
계면할머니는 이런 집들에게 아이들 병을 주어 경계한다. 그런가하면 착한 단골에겐 자손에게 장원급제를 시켜주고 복을 준다고 한다.
동해안의 계면놀이는 사우놀이, 놋동우 놀이, 계면떡 팔기 놀이, 논밭사기 놀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놋둥우 굿은 큰 놋불기를 입에 무는 것인데, 보통 입술에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놋도 받으러 오라고 하면 마을 주민들은 별비를 내고 무녀는 입에 물고 있던 놋둥이를 입에서 뗀다.
놋동우 굿은 군웅신을 모신 다음에 하는 것으로 군웅굿이라고도 한다.
또 계면굿에서 자녀들의 안녕을 비는 것은 계면할머니가 자녀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의미로 삼신할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어서 계면떡을 팔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계면돈다’라고 한다.
여기서 계면떡은 여러 종류의 씨앗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인식은 곡령穀靈이라는 관념을 파생시켜 재생, 부활, 풍요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계면떡놀이는 무당의 단골 구역에서 집집마다 자루를 메고 다니며 건립할 때 미리 준비한 떡을 나누어준다.
계면떡을 나누어 주면서 공수를 주는데 이때 받는 떡의 개수가 짝수라야 운이 좋다고 믿는다. 계면떡은 농사짓는 마을에서는 씨앗이고 어촌에서는 고기라고 하며, 자식이 없는 집안에서는 자손을 이어 주는 상징으로 생각한다.
또 무녀가 계면떡을 담았던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왼쪽으로 두 바퀴, 오른쪽으로 두 바퀴를 돈 다음 땅에 바구니를 떨어뜨려서 바구니의 터진 부분이 위로 나오면 밭을 사고, 바구니의 불록한 부분이 위로 나오면 논을 산다고 한다.
서울굿에서는 창부거리 다음에 계면거리를 한다.
그러나 아키바 다카시(秋葉 降)가 1938년 조사한 기록에 의하면 서울굿은 계면굿이 기록되어 있지 않고, 경기도 오산 12제차에는 서낭굿 다음으로 계면굿을 하도 터주굿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계면거리에서는 만신이 남치마와 몽두리를 입고서 당악장단에 춤을 추며 계면공수를 한 다음 떡타령을 한다.
일 년 열두 달의 떡 타령으로 홍액을 막는다.
그러면 여기서 <아키바 다카시>가 채록한 계면거리 무가를 올려 본다.
『돌러가자 돌러가자 성님이 돌먼 계면 아우님이 아니돌랴
뒷동산에 벽오동 심었더니 그 남기 점점 자라
소부동(작은나무)이 되었구나 대부동(큰나무)이 되었구나
그 남구를 베여내 내 북장고 만들어 놓고
벽상(절벽)에 심은 녹죽비여 피리젓대해금 만들어
풍류를 갖추어 가지고 어신전대를 둘러메고
경상도 칠십일조 가중마다 계면돌고
전라도 오십삼관 가중마다 계면돌고
충청도 오십삼관 가중마다 계면돌고
강원도 이십삼관 골골이 계면돌고
함경도 이십사조 골골이 계면돌고
평안도 사십이조 골골이 계면돌고
황해도로 들어가서 골골이 계면돌고
경기도 삼십육관 가중마다 계면돌고
대시루 열두돌님 중시루 일곱돌님 소시루 다섯돌님
삼색실과 오색탕 가진 실과 다차릴 제
어동육서 죄포육해 홍동백서 차려놓고
가중마다 중중마다
아들아기 나시면 명가사로 점지하고
따님 아기 나시면 은복가사로 점지하고
부모는 천년 수요 자손은 마년 수라
만복을 점지하시도록 축원정성 발원이외다
수명장수만 생겨줘요 부귀하시기를 천만복 축원발원이요
이 가중에 이 신사 지낸 후에
우환재난 관재실물 널리 널리 제쳐주고
안과태평하시기를 하나님께 축수하나이다.』
이 무가에서 계면할머니는 전국을 골골이 돌아다니면서 복과 명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면할머니는 제주도 영등할머니와 유사한 점이 딸은 예뻐하고 며느리는 미워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들의 건강과 수명을 관장하므로 삼신할머니의 변형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전국을 돌고 왔다는 것은 당골판을 상기시키는 절차라고 한다.
또 ‘계면’이라는 말은 크게는 조상 또는 여자 무당의 만신몸주인 조령(祖靈)을 말하기도 하고, 작게는 대신말명으로 현존하는 무당의 영혼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면굿이 오산지방에는 있었고 서울굿에서 없었다는 것은 세습무들의 단골판을 의미하는 굿이 아닌가 한다.
즉, 세습무당이 굿 또는 자신의 생활을 위하여 자신의 당골집을 찾아다니며 봄에는 보리, 가을에는 쌀을 건립 받으러 다니는 것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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