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칠월칠석을 맞이하여

愚悟 2020. 8. 24. 14:54

칠월칠석을 맞이하여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은하수의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뜻 깊은 날로, 고려 공민왕 때는 노국공주가 견우와 직녀성에 제사를 지냈기도 한 사랑의 날이기도 하다.

 

칠석의 풍속으로는 ‘걸교乞巧’가 있어 부녀자들이 오색실을 견우와 직녀에게 바쳐 바느질과 길쌈이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또 칠석날 밤에 바늘 한 쌈을 가지고 실을 꿰면서 그 중에 단번에 바늘귀로 들어간 실과 바늘을 잘 간수하였다가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옷에 몰래 꽂아주면 합격한다고 믿었다.

 

칠석날은 칠성당을 비롯한 선바위 등에 백설기를 받치고 자손들의 명과 복을 기원하였다. 자손의 명복을 기원할 때는 상에 쌀을 놓고 그 둘레에 명을 비는 촛불을 킨 후 명다리들을 내어 한사람씩 명과 복을 기원하였다. 특히 샘고사를 많이 지냈는데, 우물을 모두 퍼낸 후 금줄을 두르고 멍석으로 덮은 다음 풍물을 친 후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바치고 기원한다. 또 ‘용알먹이기’라는 용왕제를 바닷가와 우물 또는 강가에 제물을 진설한 뒤 가내태평과 소원성취를 기원하였다. 또 칠석날 밤에 신장대 만들어 논에 꽂고 시루떡을 바치기도 하였다. 이렇게 칠석날 비는 이유는 북두칠성이 칠석날 하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에서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 ‘나반’이 ‘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하늘의 강, 즉 은하수를 건너는 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늘의 은하수는 천해天海라고도 하였으며, 이것이 지금의 북해北海라고 하였다. 또한 천도天道, 즉 하늘의 도는 북극에서 일어난다. 고로 천일天一의 물이 나온다. 이를 북극수라 하며 북극은 수정자水精子가 기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이 기록을 보면 천일의 물, 즉 천일 생수와 수정자 등 물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물이 바로 생명의 근본으로 생명은 생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여성은 자궁은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곳으로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칠석날은 여성들의 날로 칠석제는 여성들이 제관이 되어 지낸다.

 

칠석날은 하늘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 사랑을 하는 날로 이것은 바로 음양의 교접이 일어나는 날인 것이다. 칠석날은 여성의 날로 여겨 칠석제를 지낼 때 제물도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오이, 가지, 호박, 당근 등을 바치기도 한다. 칠석날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이루어짐으로써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도 열매를 맺고 맛이 든다. 즉, 칠석날이 지나야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 즉, 벼가 이삭을 맺고, 모든 과일은 맛이 들어 그 과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을 낼 수 있다.

칠석날은 양의 기운이 극하는 단오날과 달리 양과 음의 기운이 일 년 중 같은 시기라고 한다. 임금의 용상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는 임금의 위상을 나타내는 그림도 되지만, 바로 칠석날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형상을 나타낸 그림이다.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것은 양과 음의 기운이 똑같다는 의미이며, 그 아래 그려진 오악은 조선의 팔도강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월오악도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음양의 기운이 똑같듯 불편부당함이 없이 나라를 다스리라는 교훈이 담긴 그림이다. 그러나 천문을 모르고 칠석날의 의미도 모르니 이 일월오악도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견우, 직녀 전설은 중국의 우왕(BC2311)때 생겨 난 신화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웠는지 하늘의 별자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직녀를 의미하는 직녀성인 ‘녀수女宿’ 위에 ‘패과敗瓜’라는 깨진 바가지란 뜻이 담긴 별이 있다. 직녀는 견우를 만나려고 그 깨진 바가지로 은하수 물을 퍼내려고 하였으나 깨진 바가지론 그 많은 은하수 물을 다 퍼 낼 수 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녀는 ‘점대漸臺’라는 정자 모양의 별자리에 올라 견우를 그리워하면서 사랑의 정표를 자기가 짜고 있던 베틀 북을 견우에게 던졌는데 그것이 ‘포과匏瓜’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견우 또한 직녀가 그리워 논밭을 갈 때 끌던 소의 코뚜레를 던졌다. 그 별이 ‘필수畢宿’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다시 직녀가 견우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머리를 빗든 빗을 던졌다. 이 별이 바로 ‘기수箕宿’라는 별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러한 전설에 걸맞게 칠석날은 바로 연인들의 날이기도 하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사꾼의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Valentine Day나 White Day 그리고 Black Day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칠석날을 <연인들의 날>로 제정하여 우리의 전통음식인 떡을 먹는 날로 정하자고 2000년도에 주장해 왔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칠석날이 가진 음양의 조화와 견우직녀의 만남을 기리는 뜻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민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축제, 더 나아가 전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축제를 펼쳐졌으면 한다.

금년에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다. 칠석날이 되면 긴 장마도 끝이 나듯 코로나19도 하루속히 종식되어 뜻있는 민족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는 칠석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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