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으로 9월 9일 중양절이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라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또 산에는 오색단풍이 절정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단풍을 즐기려 떠나기도 한다.
또한 가을의 꽃인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의 계절로 국화주를 즐겨 마시는 때이기도 하다. 국화주를 즐겨 마시는 이유는 앞날을 잘 맞추는 동한(東漢) 때 비장방(費長房)이라는 도인(道人)의 도움으로 9월 9일에 산에 올라 수유(茱萸)를 담은 배낭을 메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서 재난을 면할 수 있었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중양절엔 국가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하기도 했다. 둑제는 조선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軍令權)을 상징하는 둑纛에 지내는 국가 제사로, 경칩(驚蟄, 음력 2월)과 상강일(霜降日, 음력 9월)에 병조판서가 주관하여 제사를 지낸다. 둑제는 국가의 군사권을 상징하는 제사로서 고려시대부터 그 기록이 나오기 시작하여 조선 성종 때 편찬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는 소사(小祀)로 규정되었다.
둑(纛)은 바로 독의 변음으로 도깨비를 상징하는 것으로 둑제는 유일하게 무관(武官)들이 주관하여 지내는 제사로 도깨비대왕으로 전쟁의 신으로 추앙받는 치우천왕에게 드리는 제사이기도 하다.
예부터 전쟁을 하기 전에 임금들과 장군들은 북두칠성의 마지막별인 요광(성搖光星) 또는 파군절명성(破軍絶命星)에게 제사를 드렸다. 이것을 초제(醮祭)이라고 하는데, 하늘의 기운을 관장하는 별로서 특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별이기 때문이다.
둑제를 지낼 때는 반드시 소꼬리 혹은 장끼의 멋진 꼬리털을 가지고 만든 깃발을 세워놓고 제를 지냈다. 소꼬리는 모우(旄牛)라는 털이 긴 흰 소의 꼬리를 이야기 한다. 이것을 둑기(纛旗)라고 한다. 몽골에서는 ‘술드’ 또는 ‘투그’라고 하는데 야크의 털로 만들어 칸이 있는 곳이면 항상 옆에 세워두는데 평화 시에는 흰 술드, 전쟁 시에는 검은 술드를 세운다.
상고시대에는 제단에 모우(旄牛)의 뿔을 올리고 꼬리를 들고 여무(女巫)가 춤을 추었다. 이 춤을 모무(旄舞)라고 하였는데, 이 모무(旄舞)를 무무(巫舞)라고도 한다. 이 모우는 칸의 상징이었지만 후대에 풍물패 상쇠의 모자 위로 올라가 상모가 되었다.
그리고 음력 9월 9일은 9가 두 개 겹쳐 중양절 또는 중구절이라 부른다. 특히 이날은 산신님의 탄신일이라고 하니 무교인들에게 특별한 날이 아닌가 한다.
<단군세기>기록을 빌리면, 47세 마지막 단군 ‘고열가’께서 조선을 폐관하고 산으로 들어가 산신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날이 바로 9월 9일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중양절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벌어지는데, 국가에서는 고려 이래로 정조(正朝), 단오(端午), 추석(秋夕)과 함께 임금이 참석하는 제사를 올렸고, 사가(私家)에서도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省墓)를 하였다
중양절의 시제(時祭)는 조선 후기 이후 특히 영남지방에서 부조묘(不祧廟)를 모신 집안들을 중심으로 행해져 왔다. 유교 제례에서는 사대봉사(四代奉祀)라고 하여 4대가 지나면 사당에 모시던 신주를 묘에 묻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나라에서 특별한 공로를 인정하여 부조(不祧), 즉 묘로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이 있어야 사당에 신주(神主)를 두고 계속 기제사로 모실 수 있었다.
이 부조가 인정된 조상에 대한 시제는 각별히 중일을 택하여 삼월 삼짇날이나 구월 중양절에 제사를 지내는데, 특히 중양 때가 되어야 햇곡을 마련할 수 있었으므로 첫 수확물을 조상에게 드린다는 의미도 지닌다.
영남지방에는 중양절에 불천위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는 집안들이 간혹 있지만 날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풍습이다.
중양절은 무교인들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산신님이 탄신일이기도 하지만 조상을 섬기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양절이 가지는 의미와 풍습을 대부분 무교인들이 모르고 지나치면서 요즘은 사찰에서 기일을 알지 못하는 조상들을 위한 제사 지내는 날로 전락하였다.
무지하여 그냥 지나치는 무교인들이나, 본래의 중양절 뜻을 왜곡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찰이나 모두 중양절을 맞아 다시 한 번 중양절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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