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三支槍의 의미
우리 무교에서는 천지신명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굿이라고 하며 이 굿을 통하여 무당은 천지신명에게 소원을 빌며, 굿을 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무구들이 사용되고 있다. 무구 중에 삼지창이 있다. 이 삼지창은 창끝이 세 가닥으로 벌어져 있다. 삼지창은 병장기인 창으로도 사용되었으며 무술을 하는 사람들은 당파창이라고도 한다.
현재 무교에서 굿을 할 때 삼지창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언월도(偃月刀)나 청룡도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삼지창은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나 특히 군웅거리, 감응거리, 장군거리, 타살거리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당은 이 삼지창을 들고 춤을 추면서 신을 기쁘게 하고 신의 위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잡귀 잡신을 쫓아내는데도 이 삼지창은 아주 중요한 무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타살거리에서는 제물로 바쳐진 소나 돼지에 삼지창을 던져 꽂기도 하고, 특히 신께서 오늘 굿을 잘 받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삼지창에 소나 돼지, 떡 등 그날의 제물을 꽂아 세우므로 신의 영검함과 위엄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절정의 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것을“사슬세우기”라고 하는데 이 말은 몽골어의“사촐리(Sachuli)"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사촐리는 창처럼 생긴 기다란 막대기에 백마, 소, 양, 염소 등의 동물을 꽂아 비스듬하게 바닥에 세워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종교적인 행위다.
그러면 왜 세 가닥의 창을 만들어 삼지창이라 부르며 그 창에다 제물을 꽂아 사슬을 세우고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삼三’이라는 숫자를 떠올리게 된다. 또 ‘삼三’이라는 숫자는 바로 삼신을 연상하게 된다.
삼신은 우리 민족의 창조신이다.
<부도지>를 보면 삼신은 창조의 신 마고(麻姑)와 학문과 지혜와 생육의 신 궁희(穹姬)와 예술과 음악 죽음의 신 소희(巢姬)라고 하였다. 궁희는 황궁과 청궁을 낳고, 소희는 백소와 흑소를 낳아 이분들이 인류의 시조라고 한다.
삼지창의 창끝이 세 가닥은 사실 불의 형상을 나타낸 것이다. 세 가닥의 불 기둥인 것이다. 불은 곧 태양을 의미하고, 삼지창은 바로 태양의 신, 또는 천신이라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삼지창은 삼신의 다른 형상으로 창조와 지혜와 생육, 그리고 예술과 죽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삼은 천부삼인(天符三印)을 연상케 한다. 천부삼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해와 달 그리고 북두칠성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무당들이 무당이 되면서 꼭 지녀야 하는 명두 · 방울 · 칼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지창은 천부삼인의 세 가지 중 칼의 한 종류인 셈이다. 이렇게 본다면 삼지창은 천부삼인 중의 하나로 태양신의 후손, 천신이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천부삼인은 하늘로부터 받은 삼신의 자손, 즉 천손이라는 징표다. 즉 하늘과 교신할 수 있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지창 끝에 그날 제물을 꽂아 세우는 행위는 천부삼인 중 하나인 삼지창으로 삼신께 제물을 바치는 행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삼지창을 세우는 행위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여 마고본성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의혹을 풀고 다시 마고본성으로 돌아가겠다는, 즉 해혹복본(解惑複本) 할 것을 맹세하는 의식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본다면 사슬을 세운다는 것은 삼신의 사상과 가르침을 깊이 새겨 바로 세운다는 의미라 하겠다. 삼신의 사상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삼신사상, 즉 선청후(善淸厚)선하고 말고 후덕한 마음인 인간의 참 마음을 찾자는 뜻이며,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 살던 마고 본성으로 돌아가겠다는 서약인 셈이다. 왜 유토피아인 마고 본성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를 생각하여 잘못을 깨우치고 다시 마고 본성, 즉 낙원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것을 해혹복본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재물로 바친 소나 돼지 등을 삼지창에 꽂아 세우는 것은, 삼신의 가르침을 깨우쳐서 해혹복본 할 것을 동물의 피로써 맹세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삼지창은 단순히 굿에 사용되는 무구 전에 우리 민족의 최고(最古)의 조상인 동시에 인류 창조의 신인 삼신의 뜻과 사상을 바로 세운다는 깊은 뜻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삼신과 연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무구라 하겠다.
세계 신화에서 삼지창을 들고 있는 신은 세계를 멸망시키는 파괴자인 동시에 변형과 재건까지도 책임지는 복합적인 존재인 인도의 시바신과 그리스 로마신화의 바다와 강의 신으로 가뭄과 홍수, 폭풍, 지진을 주관하는 포세이돈(Poseidon)이 있다. 여기에 한국의 무당들도 삼지창을 들고 있으니 무당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삼지창이 말해 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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