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방울이 가지는 의미
무교에 사용되는 신기물 가운데 무당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방울이다. 방울은 곧 무당들의 대명사로 무당의 상징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방울을 사용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 있으나 방울의 기본적인 목적은 소리를 내는 데 있다. 보통 방울이라고 하면 조그마한 쇠가 방울 안에 달려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무당들이 사용하는 방울은 놋쇠가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일반 방울과 다르다.
방울을 한자로 표기할 때는 금황자金晃子, 영금당鈴金當, 탁령鐸鈴, 영鈴이라 부르며 이 말들은 소리 나는 물체를 의미한다.
무당들이 사용하는 기물 중에 소리 나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종이라고 할 수 있다.
방울과 종의 공통점은 맑은 금속음으로 신령을 불러들이고, 신령과 교신하고, 귀신을 쫓아내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종은 신당 천장에 매달아 놓고 아침저녁으로 또는 단골을 축원할 때 신을 부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종의 일종으로 경쇠라는 아주 작은 종이 있다. 이것은 칠성거리에서 명복을 기원할 때 사용하는 무구이다.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악기 중 빠져서 안 되는 것이 바로 장구와 징이다. 여기서도 징은 땅의 소리로, 장구는 하늘의 소리라고 한다. 즉, 장구와 북을 치면서 천지의 소리, 즉 우주 최초의 소리인 율려로 천지조화를 음악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율려, 즉 우주의 소리를 재현하기 위하여 최초로 만든 악기가 편경이라고 한다. 천자가 제사 지낼 때 사용하는 것은 특경이라고 한다. 이 편경 역시 경석으로 처음엔 만들었다는 것을 중국의 소수민족들이나 민속 공연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북과 징은 최초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의 움직임 소리, 즉 율려律呂를 인간들이 재현하기 위하여 만든 악기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그 우주의 소리에 맞춰서 무당들이 춤을 추면 굿을 하는 것이다.
방울은 내림굿할 때 무녀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숨기는 신기물 중 가장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방울의 소리를 듣고 어디에 숨겼는가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울은 모든 굿거리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신을 청하는 의미로 쇠내림 할 때와 만수받이가 끝나고 부채를 장구 위에 늘어뜨리고 그 위에 방울을 흔들기도 하며 신의 말이라는 공수를 전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또 굿을 하는 중간에 전물상에 바쳐진 음식에 방울을 붙이기도 하는데 그것을 신들이 음식을 드시는 의미를 나타낸다. 황해도 군웅거리에서 간혹 무당들이 귀신들에게 씌어서 쓰러지기도 하는데 그때 귀신을 쫓아내기 위하여 방울을 흔들기도 하며, 조상거리에서는 죽은 조상들의 저승길을 인도하는 의미로 방울을 흔들기도 한다.
대신방울 끝부분에 흰색, 붉은색, 노란색의 천을 매달기도 하는데 군청색을 매달기도 한다. 이러한 풍습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짐작할 수가 없으나 아마 상고시대에 모우(旄牛)의 꼬리를 잡고 하늘에 제를 지낸 데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방울의 종류로는 대신방울, 아흔아홉상쇠방울, 칠성방울, 군웅방울 등이 있다. 대신방울은 주로 무당들이 점을 볼 때 흔들면서 사용하는 방울로써 열두대신방울이라고도 한다. 주로 한양굿을 하는 무당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울로 놋쇠로 된 쇠막대기 끝부분에 4개의 구멍에 방울을 각각 3개씩 달아서 사용한다.
아흔아홉상쇠방울은 황해도 무당들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방울이기도 하다. 이 방울은 99개의 조그만 방울들을 달아 놓았는데 이 방울을 상쇠방울, 또는 상쇠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쇠라고 하면 농악 즉 풍물패들의 리더인 꽹과리를 치는 사람을 상쇠라고 하듯이 무당의 방울 중에 아니 무당이 사용하는 신기물 중 으뜸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지 않나 생각한다.
아흔아홉상쇠방울의 모습은 방울 모양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의 쇠를 같이 매달아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아흔아홉방울의 구성을 보면 명(壽)쇠라고 방울에 한자로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방울과 복(福)쇠라고 복(福)자가 새겨져 있는 방울, 길쇠라고 방울과 다르게 납작하게 만들어진 쇠붙이로 둥근 것은 명두(明斗)쇠라 부르는데, 명두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에 신내림 받을 때 신과의 교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또 길쭉한 것은 그냥 길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길쇠는 신과 교신하고 신이 강림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짝쇠라고 하여 방울이 반으로 쪼개져 한 짝을 이루는 방울로 천지(天地)의 신 즉 음양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반 방울보다 크기와 모양이 좀 다른 군웅방울이 있다. 다른 방울보다 훨씬 더 크며 방울에 양각이 새겨져 있으며 귀신을 쫓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이 군웅방울은 군웅쇠, 왕쇠라고도 부르는데 방울에 임금 왕(王)자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방울에 새겨진 양각의 모습을 보면 도깨비 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깨비 양각이 새겨진 것은 바로 14대 한웅천왕인 치우천왕을 나타낸 것으로 그의 별칭이 도깨비 대왕이기 때문이다. 치우천왕인 도깨비대왕의 위력으로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다.
또 됫박쇠라고 하여 굿을 하는 중간에 방울에 쌀 산을 주기 위하여 만든 방울이다. 이때 됫박쇠에 붙여서 주는 쌀을 무당에게는 불릴 쌀과 외길 쌀이 되고, 신도들에게는 명쌀, 복쌀이 된다. 쌀을 방울에 묻혀서 주기 위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 거칠게 만들어졌다. 그 외에 본향(本鄕쇠), 서낭쇠, 무병장수쇠, 건강쇠, 운수쇠, 재수쇠, 벼슬쇠, 천하궁쇠, 지하궁쇠, 용신쇠, 등이 있으나 이것들은 그냥 굿거리 중 필요에 따라 이름들을 갖다 붙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칠성방울은 일곱 개의 방울이 달린 것으로 칠성굿에서 명(命)과 복(福)을 줄 때 사용하는 방울이다. 요즘에는 이 방울을 사용하는 무당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군웅방울은 군웅굿을 할 때 사용하는 방울로 군웅방울을 다른 말로 뚝대방울, 매방울이라고 부른다.
이 방울은 군웅대 끝에 매달아 사용하는 것으로 군웅대는 약 1미터 전후의 길이로 된 나무 막대기에 굿을 의뢰한 단골집 속옷을 감아놓고 그 위에 흰 광목을 두른 뒤 다시 삼베를 묶고 군웅방울을 매단다. 이러한 군웅대의 연휴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지만 아마 단군세기의 기록을 인용하면 나무에 옷을 입혀 웅상이라는 부른 데서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곧 웅상(雄常)이 바로 한웅천왕의 상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힘을 지녔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뚝대라는 이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4대 한웅천왕인 치우천왕은 도깨비 대왕이라고 했다. 이 치우천왕이 죽고 난 뒤 치우천왕을 기리기 위하여 지내는 제사를 치우제 또는 둑제라고 불렀다. 임금이 사열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깃발이 둑기로 도깨비가 그려진 깃발이다. 서울의 뚝섬도 예전에는 치우천왕의 사당이 있어 그곳에서 해마다 둑제를 지냈기 때문에 뚝섬이라 불렀다. 이렇게 보면 뚝대는 바로 한웅천왕의 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치우천왕의 힘을 빌려 귀신들을 쫓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몽골의 무당들도 뚝대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방울은 무당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기물이다. 상고시대에 통치자을 상징하는 아주 중요한 기물로 내려왔다는 것을 여러 문헌이나 고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방울의 모양이 어디서 연유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방울의 모양을 조금만 주의 깊게 자세히 살펴보면 콩의 모양과 닮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방울을 콩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은 우리 민족이 콩을 중요시하고 오래전에 콩을 재배하였다는 이유와 함께 콩을 신께 바친 최조의 곡물로 신성시 생각했기 때문이다.
콩의 나타내는 한자 ‘두(豆)’는 제기 위에 음식을 바친 모양이다. 또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콩으로도 해석하는 문자가 바로 ‘태(太)’자인 것이다. 콩을 보고 ‘서리태’ ‘백태’ ‘유월태’ 등 태자를 붙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콩을 태(太)로 부르는 이유는 바로 최초의 식물, 태고(太古)적 최초로 하늘에 받친 음식이란 뜻이 있다. 그런 연휴로 우리 민족이 중요시하는 콩의 모양으로 제사장의 상징물인 방울을 만들었으며 지금까지 제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당들이 방울이라 부르며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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