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무교에서 사용하는 명두의 의미

愚悟 2023. 8. 4. 15:26

무교에서 사용하는 명두의 의미

 

무당이면 누구나 명두를 한두 개는 가지고 있으며 명두를 달리 명도, 동경(銅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엄격히 구분하면 동경과 명두는 사용 방법이 확연히 구분된다. 또 명두를 비롯한 여러 무구를 신기물이라 하는데 기물을 다른 말로 귀명鬼明 또는 기명이라고도 한다.

무당들은 명두를 다른 기명들보다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다루며 오래된 만신일수록 명두의 숫자가 많이 있다. 또 무당들이 죽으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자에게 자신의 명두를 물러주기도 하는데 크기는 대, 중, 소로 구분이 된다.

명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샤먼들에게 공통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황해도 무당들은 가슴에 거울을 달고 굿을 한다는 옛말도 있다. 또 배 굿을 할 때 돛대에 명두를 걸고 굿을 하기도 한다. 그 외 농악 풍물패의 상쇠 등에 명두를 대신하여 해· 달 · 별이 그려져 있으며 송파산대놀이의 선두에 해가 박힌 모자를 쓰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시베리아 무당들의 무복에 해· 달 · 별로 장식하였으며 몽고의 무당들은 우리와 흡사하게 신전에 명두를 걸기도 하고, 무당 가슴에 명두를 걸고 굿을 하기도 한다. 또 무복에 해· 달 · 별을 새겨 넣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명두는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이 있는데 명두에 해와 달은 있는데 북두칠성, 즉 별이 없다.

일본에서 명두의 쓰임새는 우리처럼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많은 신사에는 신체(神体)로서 명두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예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종이 모형물을 폐백이라 부르며 늘어뜨린 후 그 뒤에 명두를 걸어 두었다. 명두 뒤에 새겨진 그림은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별이 빠져있다.

일본 천황가에 대대로 내려온 가보 중의 하나가 바로 삼종신기(三種の神器산슈노 신키/미쿠사노 카무다가라])다. 아마테라스에게 하사받아 현재까지 일본 천황이 계승한다는 세 가지 물건, 즉 "구사나기의 검"(草薙劍/초치검)인 구사나기노 츠루기와 "야타의 거울"(八咫鏡/팔지경)인 야타노 가가미, "야사카니의 굽은 구슬"(八尺瓊曲玉/팔척경곡옥)인 야사카니노 마가타마를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우리 천부삼인인 거울과 방울과 칼과 같다.

명두(明斗)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명두에는 반드시 해와 달 그리고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어야 하며, 이것들을 천부삼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요즘 제작된 명두들은 천부삼인이라는 해, 달,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지 않는 명두가 많이 있으며 또 어떤 학자들은 명두의 종류에 따라 해, 달, 별이 없는 명두도 있다고 하지만 해, 달, 북두칠성이 없는 명두는 명두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경은 양면이 다 거울처럼 평평하게 되어 있는 것과 한쪽 면만 되어 있는 것이 있으며 동경의 뒷면은 십장생 그림이나 한자를 새겨 넣었다. 크기는 명두보다 훨씬 적으며 보통 손거울 정도 크기를 한 것이 보통이며 쉽게 잡을 수 있게 손잡이가 달려 있는 것이 명두와 다르다.

명두의 종류에는 일월명두, 삼불제석명두, 칠성명두, 성주명두, 산신명두, 동자명두, 성수명두, 장군명두, 군웅명두, 부인마마명두, 서낭명두, 걸립명두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어떤 신명 위에 명두를 걸어 두느냐에 따라 명두의 종류를 구분한다.

명두를 거는 방법은 신당 벽면에 적 · 청 · 황 삼색의 천을 연결하여 그 위에 걸기도 하는데 세 개를 걸면 삼불제석명두, 일곱 개를 걸면 칠성명두라고 한다. 또 황해도 무구인 대신발(大神撥) 끝부분에 매달아 모든 신명의 뜻을 명두를 통하여 전달 받기도 한다.

또 명두는 명두쇠라고하여 무당들의 아흔아홉상쇠방울에 작게 만들어 매달아 신령과 교감을 하는 통신수단이나 잡귀를 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명두를 걸 땐 반드시 예단이라고 하여 흰 한지를 접어 명두 위에 씌워두고 지폐를 끼어 놓기도 한다.

또 굿을 할 때 신당 중앙인 감응당에 놋그릇에 쌀을 담고 부채를 꽂고 부채 앞에 동경을 꽂아두기도 하는데 여기에 꽂힌 명두는 모든 신령의 신체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경은 대신상 위에 작은 그릇에 담아둔 쌀에다 꽂아두면서 점사를 보는데 신령과 교감을 하는 통신수단으로써 이용되어 점을 보기도 한다.

무당들은 명두 중에서도 일월명두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무당이 되기 위한 내림굿을 할 때 일월대(日月擡) 꼭대기에 매달린 명두를 통하여 신의 강신을 체험하고 신과 처음으로 교감했기 때문이다. 보통 일월대는 소나무를 많이 사용하는데 반드시 동쪽으로 뻗은 솔가지를 꺾어다가 사용한다.

솔가지 형체는 몸체와 양팔 그리고 머리 부분을 구분할 수 있는, 즉 사람 형상을 닮은 사람의 나무를 선택하여 자른다. 그리고 솔가지에다 홍색치마와 노랑저고리 입히고 겉옷으로 남쾌자를 입힌다. 때에 따라 도포를 입히기도 하는데 신목에 옷을 입히는 사례는 지금도 강릉단오굿에 남아있으며 이런 풍습은 한웅천왕 때 소도에 웅상을 세워 옷을 입힌대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쪽 지방에선 소나무 외에 대나무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부정한 액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무당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명두는 이렇게 무당들에 의하여 신령의 형체인 동시에 무당이 신령과 교감을 하는 통신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절대신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삼환관경본기>를 보면 「한웅천왕이 천제를 드리기 위하여 산에 행차할 때 풍백은 천부를 거울에 새겨 앞서가고, 우사는 북을 치면서 돌아가며 춤을 추며, 운사는 백검으로 호위하였으니」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풍백이 천부를 새긴 거울은 바로 명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천부를 새긴 거울을 앞장세운 것은 하늘의 대리자인 천제(天帝)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아울러 절대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것을 거울이 말해준다.

천부의 상징으로 거울과 북 그리고 방울을 말하는 설과 거울, 방울, 칼을 이야기하는 설이 있다. 그러나 명두에 새긴 천부란 바로 명두 뒤에 새겨져 있는 해와 달, 그리고 북두칠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명두의 용도와 의미를 다시 정리하기 전에 명두(明斗)의 한자를 파자하면 日+月+斗 즉, 해와 달 그리고 북두칠성을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명두는 해와 달과 그리고 북두칠성의 빛을 명두로 받아들여 만신들에게 우주의 기운과 교감을 할 수 있는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신령의 몸체가 되기도 하며, 왕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만신들이 신령과의 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기도 하다.

명두는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써 명두에 햇빛이 반사되어 빛을 발할 때의 눈부심은 감히 누구도 쳐다볼 수 없는 강력한 빛을 발산한다. 이것은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자로서의 위력을 발휘하는 절대신의 상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밤에 비치는 달빛과 북두칠성의 빛을 받은 명두는 자비로움과 은은함, 그리고 포근함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절대신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신의 신비스러움을 더해주게 하는 것이 바로 명두이기도 하다.

명두에 해와 달과 북두칠성이 비추면 그것은 바로 명두 자체가 우주가 되는 것으로 명두를 거는 순간 거대한 우주는 명두로 옮겨지고 무당들이 명두 앞에서 기도할 때도 그 명두를 통하여 우주의 파장 즉 우주의 기(氣)와 통신을 하고 더 나아가 우주를 가슴에 안게 되는 아주 귀중한 무구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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