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도風流道란 말은 <삼국사기三國史記>의‘진흥왕 조條’에 최치원崔致遠의‘난랑비서鸞郞碑序’에 나온다. ‘난랑鸞郞’이라는 화랑을 기리는 이 글에서 최치원은 풍류를 유교와 도교, 불교를 포용하고 조화시키고 있는 한국의 고유한 전통 사상이라 했다.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풍류’(國有玄妙之道曰風流)라 한다.
그 가르침을 베푼 근원은‘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는데, 실로 삼교三敎를 포함하여 중생을 교화한다." (設敎之源備詳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여기서 삼교란 유 ․ 불 ․ 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풍류도가 바로 삼신신앙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삼신신앙의 사상은 본성인 삼진三眞을 선청후善淸厚라고 한다. 이 삼진을 지키는 세 개의 관문으로 성명정性命精이라 한다. 삼진에 머무는 집을 삼가三家라 하는데, 마음과 기와 몸 즉, 심기신心氣身이다. 또 삼진을 삼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 감식촉感息觸로 느낌感과 호흡息과 접촉接觸이니 이것을 삼도三途라 한다.
여기에서 유 ․ 불 ․ 선 삼교일체 사상이 성립된다.
숨을 고르게 쉬고(調息), 원기를 길러(養氣), 불로장수(長命)하여 신선을 추구하는 사상이 노자에 의하여 도교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모든 느낌을 끊어 버리고(止感) 마음을 맑게 하여(明心) 본래의 성품을 깨달아(覺性) 성불을 추구하는 사상이 석가에 의하여 불교가 추구하는 사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육체적 감각(관능적인 욕구)을 극복하여(禁觸) 행실을 닦고(修身) 정기(정력)를 성실하게 함으로써(精誠) 성인군자를 추구하는 사상이 공자에 의해 유교가 되어 선비들의 행동 지침이 되었다.
이렇게 삼신사상에서 유 · 불 · 선 삼교가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삼신사상이 우리에게 풍류도로 전해진 것이다.
풍류도風流道가 가지는 뜻은‘바람의 흐름, 즉 하늘의 기운을 깨닫는 길’이다. 즉 ‘바람의 맥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하는 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풍류도에서 풍風은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풍風은 바로 한인천제와 한웅천왕을 상징하는 글자다.
<진주 소蘇씨> 문중에 전해오는 진주 소씨 족보의 서문인 <부소보서扶蘇譜序>에 보면 「옛날에 적제赤帝, 즉 황제요 휘가 부해復解이고 호가 축융祝融)란 이가 한국의 제帝가 되어 기묘년에 나라를 세우고 풍주風州의 배곡倍谷에 도읍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풍주에서 개국하였으므로 한인천제는 풍씨가 되었고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풍이족風夷族이 되었다. 인류 최초로 족성으로 풍성을 사용하게 되었다.
부채를 한자로 풍선風扇이라 하고 풍은 바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풍이족이 하늘의 기운을 깨닫기 위하여 수련했던 도가 풍류도이므로 풍이족과 풍류도와 바람은 특별한 관계가 있다.
중국기록에 흉노匈奴를 풍족風族 · 풍이風夷라고 적는 것은 흉노가 바람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부도지>에 「오직 8여呂의 음만 하늘에서 들려오니 실달성과 허달성이 모두 이 음에서 나왔으며, 마고대성과 마고 또한 이 음에서 나왔다. 이것이 짐세다.」라는 기록이 있다.
즉, 마고삼성은 율려라는 소리에서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8여呂는 율려律呂를 의미한다. 율려는 소리며 파장이다. 소리는 바로 울림이고 이 울림은 바람을 일으킨다. 마고시대의 율려가 한인시대에 풍으로 바뀌게 되었다. 즉 울림을 바람으로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당들이 신을 청배할 때 방울과 부채를 동시에 드는 이유가 나온다.
방울은 울림으로 진동을 탄생시키고, 부채는 바람을 일으켜 파장을 탄생시킴으로 모두 신들을 모셔 오기 위한 행위다. 방울의 진동과 부채의 파장은 바로 율려의 재현이기 때문이다.
<설문해자設文解字>에 풍이라고 할 때는 팔풍을 의미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팔풍八風은 팔괘방위에서 부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북두칠성은 여드레 동안 자미원을 순행하면서 여덟 번 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때 일으키는 팔풍을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동쪽에 부는 바람은 명서풍이고(東方曰明庶風)
동남쪽에 부는 바람은 청명풍이고(東南曰淸明風)
남쪽에 부는 바람은 경풍이고(南風曰景風)
서남쪽에 부는 바람은 량풍이고(西南曰凉風)
서쪽에 부는 바람은 창려풍이고(西方曰閶閭風)
서북쪽에서 부는 바람은 부주풍이고(西北曰不周風)
북쪽에 부는 바람은 광막풍이고(北方曰廣莫風)
동쪽에 부는 바람은 융풍이다(東方曰融風) 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무릇 춤은 팔(여덟)음이 질서 지어서 팔방에 교화를 행하는 까닭에 여덟에서부터 내려온다.”고 <설문해자주-凊청 단옥재段玉裁>의 <좌씨전>에 기록되어 있다.
주석하길 「팔괘는 풍이다. 건乾은 음이 석石으로 그 풍은 부주不周이고, 감坎은 음이 혁革으로 그 풍은 광막廣莫이며, 간艮은 음이 포匏로 그 풍은 융融이고, 진震은 음이 죽竹으로 그 풍이 명서明庶이며, 손巽은 음이 목木으로 그 풍은 淸明이고, 리離는 음이 사絲로 그 풍이 경景이며, 곤坤은 음이 토土로 그 풍은 량凉이고, 태兌는 음이 금金으로 그 풍은 여閭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보면 주역 팔괘가 바로 8음에서 나왔다는 것을 말해 준다.
팔음은 율려이고, 율려는 소리로서 마고삼신을 탄생시키고, 삼신의 뒤를 이은 유인씨有因氏,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한인천제가 풍이족 족장이 됨으로써 바람을 전면에 등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의 훈족 역시 핀란드어의‘Hun’에서 비롯되었다. ‘Hun'은 ’Fin'인데 바람이란 뜻으로 영어의‘Wind'와 같은 말이다.
또 구약성서에 바람이란 단어가 377번이나 나온다고 하니 고대문명시대에는 중요한 개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무녀가 바람의 정精에서 태어나고, 페르시아에서는 바람의 정精을 ‘페리(frli)’라고 부른다. ‘페리’의 아버지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 즉,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에 산다고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삼신신앙 사상인 ‘생생지생生生之生’은 유 ․ 불 ․ 선 삼교의 가르침을 융합하고 있다. 또 ‘풍류도’를 ‘현묘한 도(玄妙之道)’라고 하였다.
풍류도는 포용과 조화를 내포하고 있는 삼신신앙 사상의 고유한 전통으로 바로 무교의 정신이다.
그러므로 무교와 풍류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어울림의 사상이며, 다양한 사상을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는 생생지생生生之生의 정신을 지닌다.
이러한 무교와 풍류의 사상적 특징은 삼신신앙의 사상과 전통의 맥을 잇는 것으로 고려의 팔관회八關會와 관련해 ‘풍류’라는 말이 나타난다.
<고려사高麗史>에 팔관회는 천령天靈, 오악五嶽, 명산名山, 대천大川, 용신龍神을 섬기는 행사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팔관회가 바로 무교 중심 행사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팔관회가 신라의 ‘선풍仙風’과 관련되어 있다는 기록은 팔관회가 신라의 풍류도의 맥을 이었다는 뜻이다. 팔관회와 풍류도 그리고 삼신신앙인 무교의 전통이 공통적으로 산악숭배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팔관회와 풍류도 그리고 무교가 모두 같은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이 사회의 지배이념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조선시대에는 풍류도가 ‘바람의 흐름, 즉 하늘의 기운을 깨닫는 길’이 아닌 자연과 가까이하고, 멋과 운치를 즐기는 삶의 태도를 나타내는 ‘풍류’로 쓰이게 되었다.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팔자걸음을 걷는 것은 바로 여덟 바위의 율려를 의미하는 것으로, 선비들이 의식하지 않은 가운데 고유한 사상적 전통과 종교적 풍습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하겠다.
바람은 다시 ‘바라’ ‘바르’ ‘바래’로 변하는데 모두 그 뜻은 ‘밝다’는 의미다.
여기서 굿에 사용하는 악기 중 ‘바라’라는 명칭의 의미와 유래를 알 수 있다.
‘바라’는 곧 바람에서 비롯되었으니, 바람이 진동과 파장을 일으키고 이것이 율려를 재현함으로써 세상을 밝히는 악기 ‘바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바로 바람의 정精에서 아기를 잉태시킨다는 의미다. 이 말은 다시 태양신의 정령이 꽃으로 피어난다는 뜻으로 풍이風夷와 흉노의 참뜻이라고 한다.
최치원이 말한 풍류도는 신라의 화랑도가 아니라 한웅천왕 때부터 삼신사상을 깨우쳐 전파하는 집단인 ‘삼랑’을 이야기한다. 삼랑을 이어서 단군조선은 ‘국자랑’, 북부여는 ‘천왕랑’ 고구려는 조의선사, 백제는 무절, 신라는 화랑, 고려는 국선이라 하며 삼신사상을 이어 가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를 달리 풍월도風月道라고도 하였다.
<삼국유사>에 진흥왕이 “나라를 일으키려면 반드시 풍월도風月道를 먼저 해야 한다.” 하였으나, 지금은 깨우침이 아닌 즐기며 노는 행위만을 풍류라고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인간들이 본성을 잃고 혼탁해진 이 시대에 풍류도는 해혹복본解惑複本할 수 있는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련 방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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