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의 달인으로 용왕이 된 부루태자
창수사자부루(蒼水使者夫婁)에서 비롯된 창부거리
용왕은 북극 수정자의 아들 부루태자
새해를 맞이하면 정월 보름까지는 신도들의 일 년 무탈을 기원하는 홍수막이를 지낸다. 하지만 홍수막이의 유래에 대하여 아는 무당은 거의 없다.
<태백일사/삼환관경본기>를 보면,
중국 순임금 때 황하의 9년 홍수를 다스리지 못해 조선의 부루태자에게 치수의 비법을 배우기 위하여 우사공(虞司空/훗날 禹임금)을 보냈다.
이때 부루태자가 우사공에 이르기를, ‘나는 북극 수정의 아들(水精子)’이라고 하였다.
수정자의 주신(主神)은 삼신상제(三神上帝)이다. 삼신상제는 조선의 주신(主神)이자 우리 민족의 주신이다. ‘수정’은 물의 근원이다. 그러니 물의 근원이 되는 분의 아들이라는 말이다. 이는 부루태자가 하늘의 용왕을 대신한다고 스스로 말함으로써 땅 위 물을 다스리는 용왕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단군왕검은 용이 물을 다스리듯 부루태자가 물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여 창수사자부루(蒼水使者夫婁)로 불렀다. 창수사자는 푸른 물을 다스리는 사람, 즉 용왕의 대리자란 뜻이다. 그리고 창수사자부루를 줄여서 창부(蒼夫)라 부르는 것이다.
우사공에게 홍수를 막는 비결인 오행치수법을 기록한 금간옥첩(金簡玉牒)과 물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신침과 물을 진압할 수 있는 황거종(皇鉅宗)을 주어 홍수를 막게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귀국길에 닥칠 온갖 고통과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로 천부왕인을 주었다. ‘천부왕인을 패용하면 능히 험준한 곳을 다녀도 위험이 없을 것이며 흉한 일을 만나도 피해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무사히 너희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였다.
부루태자는 물만 마음대로 다스린 것이 아니라 천부왕인을 이용하여 인간에게 닥치는 모든 액을 막고 복되게 하므로 그때부터 ‘홍수막이’란 말이 생겨났고, 지금도 정월이면 단골들의 일 년 액운을 막아 주는 것을 ‘홍수매기’라고 한다.
부루태자가 가진 천부왕인이 모든 액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으니, 무당들은 천부왕인을 가진 부루태자의 힘을 빌려 정초에 단골들의 일 년 동안 닥쳐올 나쁜 액운 즉, 홍수를 막는 데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홍수막이를 액을 막는다는 의미로 홍액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홍액막이를 언제부터인가 횡수막이라고 부르고 있다. 횡수란 뜻밖에 당하는 운수를 말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횡액(橫厄)이라 부르며 옆으로 쓰러진 운을 바로 잡는다고 하여 필자가 강력하게 항의하여 삭제되었는데 다시 횡수가 등장하였다. 이것은 홍수막이 또는 홍액막이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비롯된 억지 해석이다.
더욱 망측한 것은 창수사자부루를 알 수 없는, 우리 상고사를 모르는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창수사자부루의 준말인 창부(蒼夫)가 창부(倡夫), 즉 무당의 남편이 되어버렸다. 조선시대 세습무계의 남자들은 악기를 다루는 악사나 소리광대 등으로 활약하였다. 이런 오류에서 생긴 창부의 무신도가 피리부는 사내의 모습으로, 굿거리 역시 광대놀이로 변질되었다.
광대(廣大)란 글에서 줄타고 소리하는 의미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필자의 추측으로 광대, 즉 넓고 큰 것은 부루태자의 백성들을 사랑한 마음, 홍익인간 정신이 넓고 큰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무교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민족의 게놈이라 할 수 있다. 무교의 명칭을 왜곡하고 오역한다면 무교 속에 살아 있는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옛 만신들이 “구법 버리고 신법 만들지 말라”라고 한 말이 새삼 되새겨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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