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일본의 내림굿

愚悟 2006. 1. 16. 21:41
 

일본이 국교처럼 섬기는 신도神道라는 것이 있다 이 신도가 바로 우리 무교의 원형이라고 난 생각한다.

필자는 이 신도를 공부하기 위하여 일본에 한동안 머물렀지만 실패하였다.

일본 신도 중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당이 되기 위한 소위 내림굿과정이다.

너무나 쉽게, 하루에도 수없이 펼쳐지는 내림굿 현장을 개탄하며 일본의 내림굿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병이라는 무병을 앓는다. 무병을 앓아야만 무당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무병을 앓지 않고도 신체적인 장애로 무당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일본 사람들이 무당이 되는 경우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신체적인 이유이다. 처음부터 장님으로 태어나거나 성장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여 무당이 되는 경우인데 일본 동북의 ‘이타고’ 등에서 샤먼이 되는 사람들이다.


둘째, 무병을 앓아서 무당이 되는 경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영적인 존재에 심신을 빼앗겨 환각 증세를 보이거나, 환청 현상이 보인다. 또 환각과 환청에 사로잡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원인불명의 병을 앓다가 신을 받아들이면 병이 씻은 듯이 나아 버린다. 심한 경우는 집안이 망하거나 가족을 죽는 등 재앙을 당하기도 하는데 우리의 강신무 계통의 현상과 같다.


이렇게 무병을 경험하고 무당이 되는 타입의 대표적인 곳은 오키나와의 ‘유타(무당)’가 있다.


셋째, 혈통에 의하여 샤먼이 되는 경우이다. 할머니, 어머니가 딸이나 손녀에게 무녀 직업을 물려 주는 경우로, 사국(四國)가 중국 지방에 이러한 가계를 전승하는 샤먼 집안이 있다.


우리의 세습무와 같은 계통이다.


넷째, 경제적인 이유로 샤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생계의 수단으로 무업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 스승을 찾아가 제자가 된다.


첫째의 경우는 신체의 장애와 무병이 중복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둘째의 경우 무병은 정신적 위기나 육체적 위기를 부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령이 그 인물을 자기 수족으로 부리기 위한 실험으로 업을 씻어 버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무병은 누구나 걸리지 않는다. 유타가 될 수 있는 자질과 운명을 타고난 자가 일정한 시기가 되면 신의 힘으로 소명되어 좋든 싫든 무병에 걸린다. 그가 무병에 걸렸는지의 여부는 경험이 많은 선배 유타가 판단한다. 무교적 성격이 현저한 신흥종교의 여성 교조들은 이러한 타입이다.


보통 무병에 걸린 자는 내 안에서 들리는 신의 소리나 명령에 크게 반발한다. 그러나 신의 제자가 되어 불림을 받는 것이 사명이고 숙명이라고 여기고 신을 받아들이면 무병은 낫는다. 그 시점에서 자신은 죽고 샤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무병을 앓던지 하여 무당이 되기 위하여는 성무의례라는 내림굿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정한 수련으로 제자를 무아의 지경으로 이끄는 점은 같다.


일본의 유명한 무당 ‘이타고’가 행했던 무당 수업과정과 내림굿을 살펴보자.


1. 사장(師匠)-신어머니

‘이타고’의 제자로 들어가 경문을 암송하며 일천 일을 정진한다.


2. 단식(斷食)

단식 일주일, 염단(鹽斷)과 수후리 일주일, 화단(火斷) 일주일, 도합 삼 주일 동안 엄격한 금기생활을 한다. 여기서 염단은 소금을 먹지 않는 것이고, 수후리는 신불에 기도할 때 냉수로 목욕하여 심신을 청결히 하는 것을 말한다. 또 화단은 익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3. 성무의례

기도가 끝나는 날인 만이일에 성무의 의례를 올리는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인줄인 시메나와(注蓮承 주연승)을 치고, 중앙에 표 석 장을 놓는다. 제자는 그곳에 앉는다. 이어서 제자의 주위를 행자나 눈 먼 남녀 승려들이 둘러싼다. 신부모는 제자 뒤로 오는데 이것을 후험자(後驗者)라고 한다.


이 때 행자는 ‘묘타지타구(가지도)’라는 의복을 입는다. 팔에 각반을 끼게 하고 표를 올려 사방과 중앙(오방)의 명왕에게 절을 한다. 이것을 ‘배식고치기(配式)’라 한다.


1) 제자는 알몸으로 통 속에 들어간다. 제자의 양 옆에는 ‘유미고시(弓越궁월)’라는 도우미가 서고 이 때부터 ‘유미고시’ 식이 시작된다.


2) 행사 진행자가 수를 헤아리며 제자 머리 위로 물을 붇는다. 이 때 유미고시 도우미가 부동명왕(오방신장)의 진언을 구송하면서 제자의 머리 위로 뽕나무로 만든 활을 다른 유미고시에게 넘겨 준다. 활을 넘겨 받은 유미고시가 넘겨 준 사람에게 다시 넘겨 주는 형식으로 뽕나무 활을 3,333회를 주고받기를 하여야 끝이 난다.


3) 제자는 ‘요리노고헤이’라는 흰천을 낀 나무(신장대)를 건네 받고 주변사람들과 함께 석장경을 구송한다. 이어서 반야심경을 화창한다. 반야심경 화창은 제자에게 신이 들 때까지 계속한다. 제자는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낭송한다.


4) 신이 빠르게 오는 제자는 밤 12시 전에, 늦게 오는 제자는 아침까지 신내림을 계속한다. 제자에게 신내림이 되면 방 안에 둘러친 인줄이 스스로 ‘사카사카’ 하는 소리를 내면서 흔들린다. 이렇게 되면 제자는 표에서 굴러 떨어진다. 입신하여 탈아 상태가 되는 것이다.


5) “신이 드셨다. 어떤 신이 드셨는가?” 하고 신부모가 물으면 제자는 무슨 신이 들었다고 대답을 한다.


6) 제자를 얼싸안고 별실로 간다. 탕을 주어 먹게 한 후 신부모가 부채, 지팡이, 묵주 등을 신물로 준다. 마지막으로 강신 시험을 하고 무사이 끝나면 제자는 완전한 한 사람의 무당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보면, 우리의 내림굿 과정과 흡사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신부모 밑으로 가서 천일을 경문을 암송하며 전진한다는 것이 정말로 부럽다. 이렇게 하면 아무나 내림굿을 해 주는 일도 없을 것이며, 제자와 신부모 사이에 각별한 정이 쌓여 지금처럼 쉽게 갈라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단식기도를 1주일 하고 염분 섭취를 또 1주일 금하고, 익은 음식 섭취를 일주일 금하면서 매일 목욕재개하고 기도에 정진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럽다. 여기서 단식을 21일 동안 하면서 기도를 드리는 과정은 단군시대에 행하던 전계가 건너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전계는 우리 무당들이 내림굿을 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오방신장에게 절을 한다거나 활을 머리 위로 올리는 것 등은 우리 동이족의 풍속이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특히 활을 머리 위로 3, 3, 3, 3를 주고받는데 이 숫자가 의미가 깊다. 이 숫자는 바로 우리의 삼신을 의미하는 숫자가 아닐까 한다.


일본의 무당수업과 내림굿 과정을 보니 우리들의 내림굿은 너무나 허술하고 쉽다.

돈만 주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처리해 주는 우리 무교의 신엄마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3년을 경문을 외우며 정진을 하지 않아도 되고, 3주의 단식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알몸으로 물통 속에 들어가 주문을 외우는 일들을 하지 않아도 돈만 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아서 신을 받아 주는 우리들의 신엄마는 정말 훌륭한 장사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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