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천수와 성수

愚悟 2006. 1. 21. 21:50
 

천수天水와 성수聖水


천수는 하늘의 물이다. 비도, 눈도 하늘의 물로써 천수라고 할 수 있다. 동쪽인 우리는 천수라고 하고 서쪽인 기독교 계통에선 성수라고 한다. 오랜 옛날부터 천수는 동서를 막론하고 더러운 것을 깨끗이 청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님이 사용하였다. 그 예로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죽을 만들게 한 대 홍수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강원도 간성의 송지호 설화 등 우리에게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 규모가 너무 빈약하여 기독교 성경에 비유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신라 눌지왕 때 박제상이 쓴 <부도지>에 보면 노아의 방죽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물청소가 기록되어 있다.

<부도지> 제 9장을 보면 제족들이 근본을 잃고 성질이 사나와져서 서로 싸우고 빼앗고 해치게 되므로 마고는 두 딸인 궁희와 소희와 함께 대성을 보수하여, 천수天水를 부어서 성내를 청소하고 대성을 허달성虛達城 위로 옮겨버렸다. 이때 청소한 물이 동과 서로 크게 넘쳐 서쪽의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동쪽은 아직도 많은 물로 잠겨있는 곳이 바로 태평양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잘못을 심판하는 징벌의 일종인 천수 즉, 물이 언제부터인지 각 종교에서 하나의 의식으로 사용되기 시작 하였다.

가톨릭에선 성당 출입구마다 성수라고 하여 반드시 그 물을 찍어 성호를 세 번 그리며 자신의 몸을 청결히 하고 난 뒤에 미사에 참석한다.

또한 이 성수는 성스러운 기운을 가졌기 때문에 악령을 쫓는 도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성수나 천수라는 말은 없지만 사찰마다 마당에 샘을 만들어 놓고 바가지로 물을 담아 입을 깨끗이 가셔내고 난 뒤 법당으로 들어선다.

몽골에도 천수를 뿌리는 행위가 많이 행하여진다.

먼 길 가는 사람들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의미로, 아기가 탄생하였을 때 특히 왕실의 아기가 때어났을 때는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면서 가운데 세 사람이 천수를 뿌린다. 여기서 세 사람이 뿌린다는 것은 <부도지>에 나오는 마고와 두 딸 궁희와 소희 즉 삼신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이런 천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삼신의 직계 후손인 우리가 천수를 잊어먹을 리가 없다. 

황해도 굿에서 천수치기라는 것이 있다. 칠성굿을 하면서 무당이 옥수그릇을 굉정에 받쳐들고 솔잎으로 물을 찍어 사방으로 뿌리는 것을 말하는데 그때 뿌리는 물이 천수라고 하며 반드시 세 번씩 뿌린다. 

이 천수는 그날 굿을 하는 제가집에 끼어있는 온갖 부정과 다가올 질병우환을 다 씻어내는 정화수와 생명수가 된다. 또 집안의 번영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때 천수를 뿌리는 무당은 바로 마고할머니 즉, 삼신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삼신할머니가 물청소를 하던 그때의 위력으로 굿을 하는 제가집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몽골과 달리 우리는 천수를 칠 때 무당 혼자 아니면 신딸을 대동한 두 사람이 한다. 그러나 천수치기는 반드시 몽골과 같이 세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바로 마고와 두 딸이 즉, 세 사람이 물청소를 하였기 때문에 우리도 삼신의 후 손으로서 삼신의 정신을 이어받는 뜻으로 세 사람이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톨릭의 성호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부르며 성호를 그리는 것도 바로 마고와 두 딸 즉, 삼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천수치기를 할 때 부르는 노래가 천수타령이다. 천수타령을 보면 천수는 하나님의 물로 인간의 온갖 부정을 다 씻어낸다는 노래다.

하늘로 올라가면 천상수가 되고 내려오면 감로수甘露水가 되는, 인간의 잘못을 심판하고 아픈 사람에게 생명수가 되는 하늘의 물, 천수는 바로 삼신할미가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교훈이다. 또한 칠성굿을 할 때 천수를 치는 이유도 바로 천수의 주인이 칠성님이요 하나님이란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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