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아흔아홉상쇠방울

愚悟 2006. 3. 20. 22:30
 

아흔아홉 상쇠방울


무당들이 사용하는 무구의 종류는 무수히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무당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방울이라고 생각한다.

방울은 옛말 상고시대에는 왕권과 제사장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아주 중요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을 문헌이나 고분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방울은 우리 민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콩의 모양을 딴 것이다. 콩은 천신에게 처음으로 받쳐졌기 때문에 아주 신성한 것으로 여겼으며 그 결과 콩을 이용하여 부정을 쳐내는 등 많은 곳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방울은 굿을 하면서 신을 부를 때나, 잡귀를 쳐 낼 때 또 무꾸리(점사)를 할 때 반드시 사용하는 무당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무구다. 

방울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가장 많은 종류를 사용하는 무당들이 황해도 무당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흔아홉상쇠방울은 황해도 무당들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방울이기도 하다. 이 방울은 99개의 조그만 방울들을 달아 놓았는데 이 방울을 상쇠방울, 또는 상쇠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쇠라고 하면 농악 즉 풍물패들의 리더인 꽹과리를 치는 사람을 상쇠라고 하듯이 무당의 방울 중에 아니 무당이 사용하는 신기물 중 으뜸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지 않나 생각한다.

아흔아홉상쇠방울의 모습은 방울모양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울과 다른 모양의 쇠를 같이 매달아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아흔아홉방울의 구성을 보면 명(壽)쇠라고 방울에 한자로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방울과  복(福)쇠라고 복(福)자가 새겨져 있는 방울, 길쇠라고 방울과 다르게 납작하게 만들어진 쇠붙이로 둥근 것은 명두(明斗)쇠라 부르는데 명두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내림 받을 때 신과의 접속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또 길쭉한 것은 그냥 길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길쇠는 신과 교신하고 신이 강림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짝쇠라고 하여 방울이 반으로 쪼개져 한 짝을 이루는 방울로 천지(天地)의 신 즉 음양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아흔아홉상쇠방울을 만성수방울이라고도 부르는데 아흔 아홉의 신명 즉 만신명을 나타내는 방울이란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그러나 아흔아홉이란 숫자에 대한 근원을 찾아보면 브리야트족이나 야쿠트족 등의 북방 샤만과 연결지우지 않을 수가 없다.

옛날 상고시대 우리 조상들은 바이칼 호 부근에 살았다는 기록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곳이 지금은 부리야트공화국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부리야트족이 살고 있는데 우리의 모습과 그의 흡사하다. 또 한 부리야트족의 샤만은 우리 무당들과 흡사한 것으로 예전에 같은 문화권이었다는 것을 외국의 신화학자 <엘리아데>가 연구로 발표한 적이 있다. 

많은 학자들이 우리 무당의 원류를 시베리아 샤만에서 찾고자 하며 그에 대한 연구 논문들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시베리아 샤만과 우리 무당은 엄연히 다르고 그들의 능력과 신의 접속 방법 또한 다르다. 한국 무당은 신을 불러 들여 모시는 것이지만 시베리아 샤만은 영혼이 이탈하여 신을 찾아 나서가 때문에 접신과정에서 혼절을 하는데 이렇게 신을 접하는 기본적인 방법부터가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무교의 원형이 집권자에 의해서, 또는 사회적인 환경에 의하여 많이 변형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무교의 원형을 브리야트 샤만이나 야쿠트족 샤만 그리고 시베리아 샤만에서 유추해석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북방 샤만들은 백샤만과 흑샤만을 구분한다.

백샤만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선신을, 흑샤만은 불행을 초래하는 악신으로 알려져 있다.

선신과 교통하는 백샤만을 <사가니 뵈>라 부르고 악신과 교통하는 흑샤만을 <카라인 뵈>라고 부른다.

백샤만은 보통 사람들의 행복과 재물을 도와주는 선신을 위해서만 굿을 한다.

흑샤만은 악신을 위한 굿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불행을 불러들이고 병을 창궐하게하고 죽음을 부르며, 사람의 혼을 먹어치우거나 팔아먹는 무서운 샤만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샤만으로 나타내는 선신을 모실뿐만 아니라 악신이 화를 내지 않도록 흑샤만도 정중하게 모신다.

그러나 여기서 흑샤만이 우리가 이야기 하는 귀신이 아니라 바로 죽음과 질병 그리고 형벌을 관장하는 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 흑샤만이 바로 우리가 사람이 죽으면 하는 진오귀굿이나 병굿을 주관하는 신이 아닌가 한다. 또한 무당들이 흔히 말하는 신벌이라는 것도 흑샤만의 신이 관장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들은 하늘에는 45위의 검은 하늘에 있는 검은 악신과 55위의 흰 하늘에 있는 흰 선신을 합한 99위의 신들이 영원히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알타이 샤만에서도 백샤만과 흑샤만으로 나누는데 흑샤만은 천계 즉 하늘을, 흑샤만은 지하계 즉 땅속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악신과 선신으로 구분한다. 선신은 바로 무당들이 모시는 신명이 되고 악신은 바로귀신이라고 말하며 무당들은 인간의 모든 생로병사와 길흉을 신의 음덕과 귀신의 장난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북방 샤만들의 아흔아홉상쇠방울이란 바로 악신과 선신을 통틀어 나타내는 모든 신명을 나타낸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흔아홉상쇠방은 하늘의 신과 땅의 신 그리고 지하의 신을 포함한 모든 신명을 나타내는 뜻으로 그 신명을 한자리에 모시고 있는 것이 바로 아흔아홉상쇠방울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리고 아흔아홉상쇠방울은 바로 무당을 만신으로 부르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무구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황해도 무당들만 사용하는 이 방울은 북방 샤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황해도 무당을 제외한 서울이나 남쪽지방의 무당들은 이 방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 무교가 북방 샤만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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