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무당과 굿

愚悟 2006. 1. 26. 19:45
 

무당과 굿


얼마 전 뉴스에 역술산업에 일 년 동안 들어가는 돈이 2조원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 말은 즉 그만큼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교인들 포함한 역술인들에게 돈을 갖다 준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그만큼 무교인이나 역술인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재 무교인구가 30만이니 40만이니 하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내림굿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무교인들이 그래도 밥 먹고 사는 것을 보면 과연 신이 존재하긴 하는 모양이다. 하긴 요즘 세상에 밥 못 먹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은 그래도 무당하면 돈 번다는 의식이 점점 더 팽배해 지는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

지금은 신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무당집을 찾아 무꾸리를 하고 또 굿을 하라는 권유를 받고 있을 것이다. 우리 무당들은 굿을 만사형통의 지름길로 여기고 있으며 모든 것은 굿으로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당집을 찾기가 일반인들이 부담스럽게 되고 자꾸 무당집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인터넷시대를 핑계 삼아 사이버 공간에서 점을 봐주는 행위이다. 이런 것은 무꾸리 하는 사람은 굿을 하라고 이야기해도 당장 결정 하지 않아도 좋고, 또 쉽게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무당들은 집에서 간단한 상담으로 수입을 올리거나 다음에 직접 찾아오게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좋은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주를 여러 무당들에게 물어보면 그 해답은 극명하게 두 갈래로 갈린다. 좋다는 쪽과 나쁘다는 쪽, 물론 여러 가지이유를 합당하게 되면서 좋다,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만 결국 확률은 50% 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된 점은 굿을 하라는 것이다. 좋으면 더 좋아지기 위해서, 나쁘면 그 나쁜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지만 왠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믿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고 이룰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 웬만하면 굿을 하려는 생각이었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 사람들의 말이다. 

예전의 굿은 전통굿거리를 꼼꼼히 챙기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말 볼거리도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옛날부터 내려오든 굿거리를 꼼꼼히 챙겨가며 굿을 하기 보다는 돈 액수에 따라 또 무당들의 형편에 따라 굿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줄었다 한다. 

또 굿을 하는 경비도 근래 들어 너무 많이 올라 한번하고 나면 일 년 아니 몇 년의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판이다. 그러니 굿을 권유 받아도 선뜻하지도 못하고 또한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에 자꾸 생각하고 굿을 미루게 된다.

굿은 그 당시의 어려운 상황이나 시급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한다. 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굿의 효과 여부를 크게 따지지도 않으며 또 그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내림굿은 그 경우가 다르다.

지금 인터넷상에 많은 무속 카페가 존재하고 있다. 그 카페에 가보면 내림굿을 하려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자세히 알 수가 있는데 하나같이 전부 불안해하고 못미더워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지금 무당을 믿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시각을 나타내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내림굿을 하기 전에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많은 무당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헷갈리게 되는 것이 무당들 마다 하는 말이 조금씩 틀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내림굿하기 전에 100명의 무당을 찾아다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단적으로 무당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경비와 시간을 낭비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일인 만큼 그 정도로 신중을 기하는 그 사람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내림굿을 하기위해선 신병을 앓는 것은 물론이요 구업이를 파와야만 진정한 무당으로 인정을 하였다. 또 자기와 신 줄이 맞는 무당 집에 들어가서 통곡을 한다든지 박수를 내리치면서 포함을 한다든지 하였다. 또 내림굿을 하기 전에는 꼭 아흔아홉 집 걸립을 다녀 쌀이나 돈을 시주 받아 그것을 모아서 내림굿을 하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무당들은 걸립을 다니면서 기독교 집에서 구정물을 뒤집어 써는 등 수모를 이야기 하면 정말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이 있다. 내림굿은 세품이라 하여 세 번을 하였다. 천하솟음, 길솟음, 재솟음이다. 즉 첫 번째 는 허튼굿, 두 번째는 내림굿, 세 번째는 솟을굿 또는 불릴굿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무꾸리를 하러 찾아온 사람에게 신을 받지 않으면 <인다리>를 놓아 집안 식구 누가 죽는 다든지 집안이 망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겁을 주면서 <무당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유혹을 하면, 돈 벌 욕심에 앞 뒤 생각도 없이 자기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 결과 가짜 엉터리 무당 박수가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는 무당들의 말을 맹신에 가깝게 믿었고 또 그만큼 무당들이 영검하였으며 사제로서 기본적인 양심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당신에는 돈을 벌기 위하여 무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따라 죽지 못해 무당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요즘은 돈을 벌기 위하여 무당이 되는 예가 많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장사꾼이 되어야지 왜 힘든 사제인 무당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또 자신이 무당 되면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 왔는데 돈 많이 번다고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꼬드겨 남의 인생을 망치려고 하는지 정말 무당들의 행태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또한 내림굿이란 것을 보면 절차와 형식을 완전히 무시한 채 금 전의 액수에 따라 정해진 자기만의 내림굿 절차를 만들어 신이 아닌 귀신들만 잔뜩 실어주어 엉터리무당들을 만들어 내니 내림굿을 했으니 자신은 무당이라고 생각한 엉터리 가짜 무당들의 숫자가 자꾸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무당들 중에 한 번에 완전한 신이 들어와 제대로 불림을 하는 무당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대부분 많은 무당들이 2번 또는 3번 이상 내림굿이나 가리굿을 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많은 무당들 중 내림굿을 하고 난 뒤 돈은 고사하고 집안에 풍파를 그전보다 더 많이 겪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돈 벌 욕심에 내림굿만 계속하다 집안이 망해버린 무당 아닌 무당들이 많이 있다. 

무당의 길이 얼마나 험하고 고통스러운지를 아는 무당들도 금전의 욕심을 앞세워 가짜 엉터 리 무당들을 양산하고 있으니 가슴 깊이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죽어서 그 죄 값을 다 어떻 게 받으려는지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엉터리 가짜 무당들이 판을 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누가 굿을 할 것이며 무교을 믿고 따르겠느냐?

굿을 할 때 마다 미처 소멸하지 못한 조상님의 업장위에 자신의 업장이 겹쳐서 자꾸만 쌓여간다는 것을 안다면 함부로 굿을 하라고 권하지도 또 하지도 않을 것이다. 굿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너무 남발하다보면 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되돌아올 수도 있는 무서운 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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