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무교에 대한 사학자의 편견

愚悟 2005. 5. 19. 22:53

무교에 대한 사학자들의 편견


단군시대와 한단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상고시대의 역사가 우리 굿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 무교와 굿을 싸잡아 비난하고 왜곡하는 강단 사학자들. 그들은 모든 사물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무교의 근본정신을 뒤로하고 무당과 굿의 역기능만을 부각시켜 무교가 사라져야 할 폐습일 뿐이라고 떠들고 있다.


얼마 전 모 일간지의 기획연재 <100년전 거울로 오늘을 보다>의 ‘무속으로 본 전통문화의 명암’ 편에서 경희대 허 모 교수와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박노자 교수가 기고한 글을 읽었다.


그 글을 보고 허 교수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학자들 중 특히 강단사학자들이 바라보는 무교에 대한 편견이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어 그들의 잘못된 시각을 반박하여 본다.


물론 박노자 교수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무교에 대한 많은 이해와 연구로 한국 무속은 보편적 종교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외국인과 국내 학자의 차이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굿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라고 말하기 보다 우리 사학계엔 아직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필자는 우리 사학자들이 무교와 굿을 연구하여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있다. 우리 역사가 설화로만 인정하는 단군시대와 지금 한창 위서 시비가 일고 있는 <한단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상고사 책들에 수록된 상고시대의 역사가 우리 굿에 살아 있다는 것을 우리 사학자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자기들이 배우고 가르쳐 온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되므로 굿을 연구하지도 않고 굿거리에 나오는 많은 상고사의 흔적으로 우리 역사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무교와 굿을 싸잡아 비난하고 왜곡하고 있다. 무교의 정신인 모든 사물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생생지생(生生之生)의 대원칙을 알지 못하고 무당과 굿의 순기능보다 역기능만을 부각시켜 강조하며 무교와 굿은 사라져야 할 폐습일 뿐이라며 떠들고 있다.


일제 강점기나 개화기 지식인 또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중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정신을 잊어버리고 남의 정신으로 즉, 중국의 정신과 일본의 시각으로 우리 것을 폄하하고 남의 것을 숭상하는 모화사상과 아전 정신으로 무교를 왜곡한 기록들을 지금도 들먹이며 무교와 무당을 매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주장인 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 허교수는 “우리 무교가 한번도 양지에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배적인 원리로서 기능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이것은 무교가 위정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의 정체성은 서서히 사라지고 남의 정신으로 살아 온 시대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겠다. 무교의 박해가 심했던 조선시대가 그렇고 일제 강점기가 그러하다는 것을 사학자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교는 위정자들의 정책적인 배척과 아울러 사회적인 멸시 속에서도 공존과 조화의 정신을 잃지 않고 우리 국민들이 굿을 통하여 이웃간의 오해와 갈등을 풀고 서로 상생의 길로 인도하여 서로 발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의 정신을 잘 알지 못하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또 화해동심(和解同心)은 서로 간의 갈등을 풀고 한 마음으로 뭉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일제 강점기에 굿을 통하여 민중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반일 감정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굿을 못하게 하였다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또한 무교를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이 무교가 너무 기복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가 기복적이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싶다.


또한 재야에서 대표적인 식민사학자로 알려진 고 이기백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 종교의 기복적 신앙 형태를 계승, 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하였다. 한국의 무교의 계승은 누구의 지시나 힘에 의하여 중단되거나 계승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무당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神)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므로 우리 민족이 존재하는 한 무교는 영원히 계승돼 발전할 것이며 우리 가슴 속에 남아 보존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학계는 국내 박사보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온 사람을 더 인정하듯, 외래 종교는 우수하고 우리 민족의 종교인 무교는 미신이라고 폄하하는 행태는 신 사대주의의 발상이라 하겠다.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교수는 자주 굿 현장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굿에 대한 많은 연구와 이해를 가지고 있으나 허 교수는 과연 굿을 몇 번이나 보고 이러한 비난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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