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신으로 상징되는 뱀 이야기
우리는 뱀이라고 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떠 올릴까?
구약성서에는 뱀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교활한 동물로 이야기하였으나, 신약성서에는 “뱀처럼 신중하고 비들기처럼 순결하라”고 하였다.
구약성서 <민수기>에도 뱀이 나와 모세와 야훼가 자신들을 비난하는 히브리인들에게 불뱀을 보내 다다수가 물려 죽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그 뱀을 쳐다보면 다 나을 수 있다고 한다. 모세도 청동 뱀을 만들어 그 뱀을 바라보는 자들은 다 소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그리스 신화나 이집트 유적 등에서 뱀의 등장을 많이 볼 수 있으며 모두 신격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게 기독교에서도 뱀을 신앙의 상징물로 보게 된 것은 고대 그리스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그리스에서는 뱀을 의약, 예술, 시와 많이 연관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뱀과 가장 관련이 있는 민족은 바로 우리 동이족일 것이다.
그 예로 고구려 고분에 나오는 복희와 여와의 벽화에 인두사신을 한 벽화와 뱀을 신으로 숭배하는 사상이 널리 펴져 있다.
뱀을 칠성에 비유하여 모시며 굿을 하는 제주도의 <칠머리 당굿>이라는 일곱 뱀을 위하는 굿이 있는가 하면 전국 어디서나 옹기단지에 뱀을 상징하는 주저리를 틀고 곡신을 넣어 그 단지를 업양단지라고 부르며 뱀을 가신으로 모시고 있다.
뱀에 관한 기록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많이 나온다.
신라의 나해 이사금 때 뱀이 사흘을 울고 난 뒤 일 년 후 왕이 죽었다는 이야기며, 박혁거세 죽음에 대한 예견, 경문왕은 뱀과 함께 잠자기를 좋아했다는 기록 등 수없이 많다.
뱀은 주술적으로 재생 혹은 영생, 그리고 재물과 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것은 뱀이 허물을 벗기 때문에 허물을 벗는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 나난다는 의미를 가진다.
뱀이 집 밖으로 나가면 그 집안이 망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뱀이 나가려고 하면 못나가게 달래서 다시 집어넣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바로 뱀이 복과 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신화나 전설 속에는 뱀이 사람으로 둔갑하여 인간과 정을 통하는 이야기나 은혜를 갚는 이야기와 뱀이 복수를 갚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풍물을 칠 때 굽이굽이 휘돌면서 논다. 또 장소를 이동하거나 신명나게 놀 적에도 그냥 일자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빙빙 돌거나 뱀이 꽈리를 틀듯이 뱀이 기어가는 형태로 풍물을 친다. 이런 행위는 이 풍물이 풍이족 문물이고 복희가 풍씨 집안의 사람이기 때문이지만, 뱀은 바로 우리 민족이 최대의 신으로 모시는 칠성의 화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뱀은 12지신 중 하나로 한자로 사巳라고 한다.
<회남자> 천문훈을 보면 사巳는 “생기어 이미 정해지다”라는 뜻으로 싹이 터서 이미 만물이 그 형상을 이루고 번무繁茂의 최절정에 도달하였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뱀은 양陽으로 오행은 화火를 나타낸다.
뱀 띠생은 무武 보다 문文이 가깝다. 성품이 고상하고 용모가 단정하여 도덕관념이 강하여 윗사람을 공경하고 언행이 바르다고 했다. 인덕이 없어 남을 믿다가 낭패를 보는 수가 많으며 실속이 없고 일생 남이 모르는 근심을 가지고 산다고 했다. 고진감래라 초년이 좋으면 말년이 어렵고 초년이 어려우면 말년이 좋다.
뱀띠와 잘 맞는 띠는 닭띠와 소띠 그리고 원숭이 띠다. 그러나 돼지띠와 상극으로 무슨 일이든 같이 하면 끝이 좋지가 않다.
우리 민족이 신성한 동물로 여겼던 뱀이 요즘은 한낱 정력제로 널리 알려져 뱀탕이 인기를 얻어 산에 뱀이 멸종되기 일보 전이라고 한다.
이렇게 뱀을 먹으면 정력이 좋아지고 몸이 건강해 진다는 이야기는 평안도 맹산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잔치 집에 구걸 온 거지에게 뱀이 빠진 술을 먹이고 그 거지가 앓고 있던 병은 물론이고 몸이 튼튼하게 되었다는 민담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