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임성훈의 <세분데이즈>를 보고

愚悟 2006. 9. 20. 02:27
 

임성훈의 <세븐데이즈>를 보고                    http://blog.naver.com/muam777   

지난 주 SBS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무속관련 프로를 하는데 인터뷰에 응해 달라는 것이다. 무슨 인터뷰인지 모르지만 무교에 대하여 부정적인 내용이면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내용인즉 내림굿에 대한 이야기로 왜 내림굿의 비용이 비싸고 내림굿을 하고 난 뒤 왜 무당으로서 능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 등이었다.

사실 내림굿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무당들의 잘못된 행태를 널리 알리고 싶었지만 무교 전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 그만 두었다. 또 이런 일은 내부적인 문제로 무교인 스스로 정화를 하고 바로 잡아야지, 방송 등 언론을 통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무교 전체를 욕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염려는 지난 금요일 임성훈이 진행하는 <세븐데이즈>라는 시사 프로에 방영되어 무교인들이 누가 죽는다는 등의 협박성 점괘로 굿을 시키는 것과 아무에게나 감언이설과 협박으로 고액의 내림굿을 시킨 사실 등이 방영 되면서 무교인 전체를 욕보였다.

방송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항상 그랬더니 특정인에게 계속 굿을 시키며 금전적으로 많은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어왔던 못된 행태 그대로였다.

지금 무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퍼져있고 무교가 바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며 우리 민족의 삶이었다는 것을 인식시켜 무교가 진정으로 우리 민족 종교로 거듭나자고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역시 무당들은 사기꾼이야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무교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긍정적인 싹을 잘라 버리는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내용이 방영 되었다. 

얼마 전 일산의 황룡사의 무지무지한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작년에 안산의 무당이 속칭 카드깡으로 굿을 시켜 물의를 일으켰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심찮게 물의를 일으키는 무당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스스로 굿을 많이 하는 큰무당으로, 잘 불리는 무당으로 주변에 과시하고 싶은 얄팍한 속내와 무조건 돈을 벌고 보자는 탐욕 때문에 생기는 사건들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얼마나 족집게같이 점사를 잘 보기에, 얼마나 현란한 혀로 말을 잘하기에 무꾸리 하로 온 사람마다 굿을 시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집안 식구 누가 죽는다는 협박성 말을 하기 때문에 굿을 한다고 방영 되었다.

무당 자기 죽을 날 모른다고 자기 죽을 줄 모르고 무꾸리하러 온 사람들에게 무조건 누가 죽는다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굿을 시키게 되면 공갈 협박죄로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방송에 나온 변호사의 말도 있었다.

무교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김금화 선생까지 나와서 무분별한 굿을 나무랐다. 정상적인 무교인 같으면 한 달에 굿을 5~6자리 하면 많이 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  요즘 젊은 무당들은 얼마나 영검하기에 쉴 날 없이 굿을 하는 것을 보면 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굿이란 무당이 제가집을 대신하여 조상과 본인들의 모든 업을 소멸해 줄 것을 하늘에 빌고 제가집의 업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굿을 할 때 주는 공수는 제가집이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당의 목숨을 하늘에 바치고 간절하게 청탁할 때 내리는 신의 말씀이다.

이런 원리를 생각한다면 과연 굿을 매일 할 수 있으며 함부로 공수를 남발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무당들의 공수가 백발백중이었다면 이렇게 방송에 나와 망신을 떨지 않아도 될 것인데 무당들이 헛공수를 남발하고 신을 빙자한 그 헛공수에 속고 또 속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여 언론 등에 고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족종교인 무교의 사제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은 뒷전이고 악질 장사꾼이 되어 돈만 벌어 보겠다는 무당들은 고깔을 벗고 장사 길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 무당들의 잘못된 행태가 고발성을 띈 시사프로에 단골 소재로 나오는 것은 그만큼 무교의 위상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무분별한 굿을 시키고 금전적인 피해를 준 무당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행태는 무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얼마든지 있다. 물귀신처럼 타 종교를 물고 늘어진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무교에서 발생하는 이런 사건들은 기독교나 불교계의 비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언론에 얻어터지는 것은 무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무교인들이 힘이 없기 때문이다. 모래알같이 뭉치지 못하고, 무교단체가 있다한들 무당들의 주머니 속에서 돈 나오기만 바라보는 그런 단체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민족종교의 사제로서의 사명감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고, 스스로 반성하여 자숙하지 못하고 굿 몇 자리 맡으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콧대를 세우며 시건방을 떠는 무당들의 비위나 맞추는 들 떨어진 무당들과 무교단체가 난립하는 한 무교는 언제까지나 시시고발 프로의 단골 소재가 될 것이다.

무교는 민족종교이며 무당은 민족종교의 사제라고 외치는 필자의 목소리가 자꾸 기어들어 가는 것은 무당의 행태에 낯 뜨거움과 메아리 없는 외침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