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東夷)의 신

치수의 달인으로 용왕이 된 부루태자

愚悟 2006. 11. 15. 23:16
 

치수의 달인으로 용왕이 된 부루태자

용왕은 북극 수정자의 아들

창수사자부루에서 비롯된 창부거리


무당들은 누구나 용궁기도를 간다. 어떤 이들은 용궁기도를 갔다 오면 재수가 있다고 하여 매달 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용왕이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 모른다. 그냥 바다의 왕으로만 생각을 하고 바다로만 간다. 무당들이 말하는 용궁은 바다뿐만 아니라 물이 있는 곳은 다 용궁이다. 산에 샘이 있으면 그곳이 산천용궁이 되고 집에 물이 있어도 용궁이다. 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무당들은 용궁이라고 한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용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무당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용궁에서 소원을 빌고, 그것을 들어 주는 분이 용왕으로 통한다.

용궁의 근원은 물이다. 용왕은 물의 다스리는 물의 제왕이다.

<태백일사/삼환관경본기>를 보면,

「부루태자가 우사공(虞司空, 禹임금)에 이르기를, ‘나는 북극 수정(水精)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수정자의 주신(主神)은 삼신상제(三神上帝)이다. 삼신상제는 조선의 주신이자 우리 민족의 주신이다.

또한 그대의 왕(舜임금)이 나에게 청하기를 물과 땅을 다스려 백성들을 도와 이를 구하려 한다 했는데 삼신상제는 내가 가서 돕는 것을 기꺼워하시므로 내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천부왕인을 보이시면서 말하기를 ‘이것을 패용하면 능히 험준한 곳을 다녀도 위험이 없을 것이며 흉한 일을 만나도 피해가 없을 것이다. 또 여기 신침(神針) 하나가 있나니 능히 물 깊고 얕음을 측정할 수 있고 변화가 무궁무진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수정자(水精子)란 수정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수정’은 물의 근원이다. 그러니 물의 근원이 되는 분의 아들이라는 말이다. 즉 물의 정기를 타고 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신의 역할을 대리하는 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부루태자가 하늘의 용왕을 대신한다고 스스로 말함으로써 땅 위의 용왕의 역할을 대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늘에서 ‘수정’은 남방주작칠수에 속한 첫 별자리인 ‘정수(精宿)’라고 한다. 땅에서 정수는 아홉 개의 우물이다. 팔괘 방위에 우물이 하나씩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더 있는 것이다. 이 아홉 우물에서 샘솟는 물을 구룡토수(九龍吐水)라고 한다. 이 물을 길어다 술을 빚으면 그 술은 정화(淨化)하는 힘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래서 정화주로 많이 사용한다.

부루태자는 원래 오가 중에서 호가(虎加)를 다스리는 우두머리에 있었다. 호랑이가 그의 수호동물이자 토템이었다. 그러다 임진 25년(BC 2309년)에 단군왕검이 남해로 순시를 떠났다가 그때 바다에 적룡(赤龍)이 출현한 것을 보고 단군왕검은 이것을 대단히 상서로운 일이라 생각하여 부루태자가 관장하는 호가를 용가(龍加)로 고쳐 부르게 하였다. 이리하여 부루태자는 호가에서 용가가 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남해가 바로 지금의 황해로 불리는 발해만 현덕부이다.

이렇게 용가의 우두머리가 된 부루태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사공에게 자신을 수정자의 아들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으며 홍수를 막는 비결로 오행치수법을 기록한 금간옥첩(金簡玉牒)과 물의 깊이를 알 수 있는 신침과 물을 진압할 수 있는 황거종(皇鉅宗)을 주어 홍수를 막게 하였다.

그리고 단군왕검은 용이 물을 다스리듯 부루태자가 물을 다스릴 수 있다고 창수사자(蒼水使者)부루로 불렀다. 이렇게 하여 부루태자가 홍수를 막는 등 물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용왕이 되었으며 많은 무당들이 용왕님 즉 창수사자 부루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다.

부루태자는 물만 마음대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천부왕인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액을 막고 인간들을 복되게 하므로 그때부터 ‘홍수막이’란 말이 생겨났고 지금도 정월달이면 무당들이 단골들의 일 년의 액운을 막아 주는 것을 ‘홍수매기’라고 한다. 그러면 지금 굿거리 중 창부타령에 홍수막이가 나온다. 홍수막이가 나오면 부루태자를 위한 굿거리로 봐야 할 것인데 지금의 창부거리는 이상하게 변해 왔다. 창부란 말도 ‘창수사자 부루’의 준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 무당들이 정월에 많이 하는 홍액막이를 보기로 하자.


정월 본명에 드는 홍수 이월 개춘에 막아 내고,

이월에 드는 홍수 삼월 삼일에 막아 내고,

삼월에 드는 홍수 사월 초파일 석가세존님 탄일이니 관등마지로 막아 내고,

사월 한 달에 드는 홍수 오월은 단오절에 천상선녀 추천으로 막아 내고,

오월 한 달에 드는 홍수 유월 유두에 막아 내고,

유월 한 달 드는 홍수 칠월은 칠석날에 직녀성으로 막아 내고,

칠월 한 달 드는 홍수 팔월 한가위에 막아 내고,

팔월 한 달 드는 홍수 구월 구일 다 닥치면 강남서 온 제비 떼들이 가노라고 하직하고 소상강 떼기러기 왔노라고 헌신한다. 구월 구일로 막아 내고,

구월 한 달 드는 홍수 시 월 상달 다 닥치면 시 월 상달 무오일에 무시루떡으로 막아 내고,

시 월 상달 드는 홍수 동짓날 동지 시에 팥죽으로 막아 내고,

동짓날 드는 홍수 섣달 표둥 다 닥치면 소한 대한 입춘 납평의 회동좌기로 막아 내고,

섣달 한 달 드는 홍수 정월이라 보름날에 열액, 대액 손재 실물을 막아 보자.


부루태자가 우사공에게 건네 준 천부왕인이 모든 액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으니, 지금은 무당들이 천부왕인을 가진 부루태자의 힘을 빌려 정초에 단골들의 일 년 홍액을 막는 데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용왕을 창수태자 부루라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굿거리 중 창부거리는 창수사자 부루를 기리는 거리라는 것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창부거리도 처음에는 부루태자의 위엄과 초능력을 찬양하는 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많이 변하다 보니 지금의 광대놀음을 말하는 이상한 창부거리로 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창수태자 부루는 우리 민족의 영웅으로 살아 있는 우리 민족의 무신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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