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내림굿의 종지잡이

愚悟 2007. 4. 19. 23:47
  

내림굿 때 하는 <종지잡이>의 품목과 의미


내림굿을 할 때 반드시 <종지잡이>라는 것을 한다.

보통 뚜껑 있는 종지그릇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종지잡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종지그릇이 흔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은 공기나 술잔 같은 것에 한지로 뚜껑을 씌워 사용한다. 때로는 종이에 품목을 적어 접어 둔 후 접은 종이를 집어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종지잡이>는 내림굿이 성공하였다고 생각될 때 무당이 될 사람이 앞으로 잘 불리는 무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잘 불리지 못할 것인가를 가름하기 위한 것으로 하는 것으로 내림굿을 하는 당사자에겐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 하겠다.

요즘은 보통 5 ~ 7 가지의 품목으로 <종지잡이>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12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내림굿을 하는 당사자인 신애기가 장단에 맞춰 힘껏 춤을 추다가 갑자기 멈추어서 널어놓은 종지 중에 하나를 집어서 그 속에 든 것이 무엇인가를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많은 종지 가운데 하나씩 집는 형식으로 3번을 한다. 이때 반드시 집어야 하는 종지로는 물이 든 종지라고 한다. 

물이 든 종지를 잡지 못하면 맑은 신명이 들어오시지 않았다는 의미기 되기 때문에 무당들은 난감해 한다고 한다.

1번부터 7번까지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지방에 따라 굿을 주관하는 경관만신에 따라 <종지잡이>에 사용하는 품목이 조금씩 달리하기도 한다.

지금은 없어져 사용하지 않는 9번부터는 옛날에도 내림굿을 한 당사자가 3번 안에 물을 잡지 못할 때 따로 나머지 품목으로 다시 잡아보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종지잡이>에 사용하는 품목과 그 의미를 알아보자.


1. 물

물은 생명수로 하늘로 올라갈 땐 천상수요, 내려올 땐 감로수가 된다.

물은 아주 맑게 들어오는 신명을 뜻하며, 용왕이나 용태부인, 물애기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물은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에 신의 근원도 된다. 물은 종지잡이에서 반드시 잡아야 한다.


2. 쌀

쌀은 인간의 복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의 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식과 복을 나누어 줘야하는 무당에겐 쌀 점을 보기도 하고 굿을 할 때 쌀 산을 주기도 하므로 아주 중요한 품목이다. 요미성수가 들어온다는 뜻도 된다.


3. 엽전

돈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은 금전을 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즉 무당이 되어 잘 불리게 된다는 뜻이다. 엽전으로 점을 볼 때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품목이다.


4. 솔방울

집안에 신의 가물을 소멸시킨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솔방울은 결실을 말하는 것으로 신 내림굿이 잘 되었으며 솔방울 같이 많은 제자를 두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고 한다. 


5. 재

재는 바람에 잘 날리고 모든 것이 타고 나면 남는 것으로 무당이 되어도 잘 불리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화냥신이 있다고 하기도하여 남자를 많이 홀린다고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재 날리듯 사방팔방으로 다니며 불린다고 하나, 재를 잡으면 좋지가 않다.


6. 콩

콩은 부정을 칠 때 사용하는 곡식으로 부정이 말끔히 소명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며, 아울러 콩은 말의 먹이로 말을 타고 전쟁에 나가는 장군 신이 들어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장군이 앞장을 섰기 때문에 굿을 잘하는 선거리 무당으로 굿을 많이 띄는 잘 불리는 무당이 된다고 해석한다. 


7. 짚

짚은 벼를 생산하고 남은 것이므로, 짚을 집어면 큰무당이 되지 못하고 남의 일에 뒷일이나 도와주는 무당이 된다고 하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 짚은 금방 썩기 때문에 신의 영검도 금방 사라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8. 고춧가루

어떤 이는 허주가 들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도깨비신이라고도 한다. 아마 고춧가루가 부정을 칠 때 사용하기도 하여 그런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춧가루의 붉은 색은 치우천왕의 붉은 기운을 의미하기도 하여 도깨비 신이라고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9. 소금

내림굿 할 때 소위 허주라는 것을 다 벗어내지 못하여 무당이 되어도 잘 불리지 못하고 중도에 관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10. 돌

산천의 바위나 돌은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돌을 집어면 무당이 되어도 신의 풍파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을 한다. 


11. 사철나무

선거리 무당으로 굿을 주관하는 큰무당으로 장안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고 치성을 드리는 앉은거리 무당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12. 흙

무당이 단명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13. 비단천

무당 굿 등 재주를 일찍 배우게 되어 영검한 소리보다 여기 저기 남의 일에 불려 다니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14. 속옷

내림굿 하는 무당의 속옷을 조금 잘라서 넣어둔다. 이 종지를 잡어면 미혼일 경우 결혼을 하여도 좋다는 의미라고 한다. 과부일 경우 재혼을 하여도 된다고 해석한다.

 




 

'무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와대는 주인이 따로 있다.  (0) 2007.05.16
부적은 미신인가 과학인가?  (0) 2007.04.26
굿의 의미와 절차  (0) 2007.03.24
동지맞이 굿의 기원과 의미  (0) 2006.12.05
"소서노" 이천년만의 부활  (0) 200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