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천 리포트

태백산 기도회

愚悟 2007. 10. 15. 11:11

한국설화신화토속문화진흥협회 부산 본부에서 태백산 기도회를 가진다고 연락이 왔다.

시간이 나면 참석하여 <특강>을 부탁한다고 하였다.

태백산까지 간다는 것이 조금 무리인것 같았지만 흔쾌히 동참하여 특강을 하겠다고 하였다.

13일 태백산 팔도암에 도착하니 부산본부 김상구본부장을 비롯하여 약 60여명 되는 무교인들이 먼저 태백산 산신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김상구본부장을 비롯한 주최측의 배려로 영광스럽게도 제일 먼저 촛불을 켜고 인사를 드리도록 배려해 주었다.

이어서 6시경 굿이 시작되었다.

서울과는 달리 날씨가 쌀쌀하여 가벼운 차림으로 갔다 난, 추위에 떨수 밖에 없었다.

추워하는 나를 보고 마음씨 고운 우리 무교인들이 두꺼운 잠바를 건네준다. 한분이 건네주고 난 뒤 다른 분이 그래도 추워보인다고 또 다른 파커를 건넨다. 사양을 하였지만 계속 권하여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추위에서 벗어나 산신제를 같이 동참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남쪽 지방의 굿을 볼 때마다 의문이 많이 생긴다.

서울 이북을 비롯한 굿들은 만수받이라는 사설을 한 후 신을 봉신하여 놀리고 공수를 받고 보내는 과정으로 이루어지지만 남쪽은 앞의 부분들은 생략하고 오신과정으로 들어가 신을 놀리다가 공수를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고 이것이 틀렸다고 하기도 문제가 있다. 굿이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다고 하여도 그분들은 그분대로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하여왔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또 남쪽지방 특히 경상도지방의 정서상 사설을 하고 젊잖게 굿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경상도 지방의 무교인들은 지방특색이 맞게 화끈하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런 관계로 사설을 하는 것은 성격상 맞지않는 모양이다.

경상도의 기질은 뭉치면 잘 뭉치지만 한번 틀어지만 아예 처다보지도 않는다. 거칠고 단순하지만 정이 많은 것이 또 그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무교에 대한 이해나 지식은 아직 서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무교인들 중에 온라인 상으로 나의 글을 보고 나의 블로그를 드나들면서 나를 알아보는 무교인들이 몇몇 있어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 굿을 끝이 났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박수를 치며 함께 동참하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았다. 그러나 산신제에서 몸을 풀지 못한 무교인들이 숙소인 방에서 저마다 작은 굿판을 벌였다. 한 사람이 대표로 뛰고 난 뒤 그 방에 있는 무교인들에게 공수를 주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서로 물어보고 그렇게 정말 신나는 굿판이 새벽 2시가 넘도록 계속 되었다.

함께 동참한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었다.

이튿날 7시 40분에 강의가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 강의를 다녀봤지만 아침 7시 40분에 강의하기는 또 처음이다.

어제 밤새도록 뛰고 놀고 또 추위에 뜬 탓인지 아침 식사 후의 강의는 여기 저기 조는 사람이 보였다.

내 강의가 재미가 없기에 졸고 있다는 생각도 하였다.

사실 다른 곳에 강의 보다 나 자신도 만족하지 못하는 강의였다.

내 강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내 스스로의 잘못된 생각으로 너무 강의를 늘어지게 한 것 같기도 하다. 열정적인 강의도 되지 못한 것이 더욱 더 사람들을 졸게 만들 수도 있었다고 한다.

강의를 마치고 나니 마음 한편으로 아쉬운이 남는다. 1시간이란 짧은 시간상의 제약도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몫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서 질문을 하고 명함을 요구하고 볼만한 책을 권해다랄고  하였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만 않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욱 더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으로 강의를 하여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김상구본부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무교의 새로운 조직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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