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천 리포트

안산 굿당에서

愚悟 2007. 10. 23. 11:00

 부산에 있는 어느 만신이 내림굿을 한다고 연락이 와서 안산으로 갔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내림굿하고 어떻게 다른가 하고 공부도 할겸 기대를 안고 갔다.

내림굿은 충청도 앉은경으로 시작되었다.

설경을 쳐놓고 시작한 내림굿은 내가 보기도 좀 생소하였다.

앉은경으로 부정을 치고 난 후 내림굿을 받는 사람을 신장대를 들고 서있게하고 경을 읽으며 신이 내리길 기다렸다.

경을 읽는 법사는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다는 천안 사람이었다.

고장을 치는 솜씨는 뛰어나 보였지만 독경하는 구슬픈 목소리와 강약 조절은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듣기에 조금 짜증나는 목소리였다. 내림을 받는 사람에게 무조건 반말로 명령조로 나무라는 법사의 말투는 나를 더욱 역겹게했다. 그렇게 기를 죽여서 어떻게 신이 내리겠는가? 신명난다는 소리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 신명이 나야 신도 강림을 하지, 그렇게 기를 죽여서야~~

한참을 해도 신장대가 움직이지 않는다.  

내림굿을 주관하는 법사가 화를 낸다. 당주 무당 역시 화를 낸다. 정신을 안차리고 있다고, 나가서 머리를 감고 다시 씻고 오라고 한다,

다시 앉아서 신장대를 들고 신 내림을 받아 본다.  그러나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안되어도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 내리긴 내리겠지만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

내림굿을 받는 사람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하는 굿이 내림굿이라니, 꿈 속에서 부처님에게 사리 2개를 받았다고 한다. 하는 일마다 안되고 집안에 풍파가 많았다고 한다.

조상굿이라도 먼저 한번 해보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천에 사는 그 사람이 부산에 사는 무당을 알게된 것은 인테넷 카페에서다.

자신이 드나들던 그 카페의 주인이 그 무당인 것이다. 인터넷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목적이 대부분 같은 목적이지만 이렇게 직접 현장을 보니 그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조금 지루한 감이 있어 옆방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 굿판에 섹스폰이라니 ?

그러나 굿판에서 섹스폰을 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상봉동에 거주하는 김한배선생이다. 서양음악 섹스폰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피리를 배우고, 태평소를 배우고 해금을 배우고, 호적을 배워 굿판에 5개의 악기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분위기에 맞게 자기가 불고 싶은 악기를 분다고 한다.

언젠가 굿판에서 농담으로 때가 되면 드럼을 치고 섹스폰을 불면서 굿 할 때가 올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서양악기와 굿을 퓨전으로 공연하는 무당들이 가끔은 있다. 그러나 실제 굿판에 섹스폰으로 반주를 하는 것을 처음 보았지만 생소하지만 않았다. 그 분이 섹스폰을 잘 연주한 것도 있지만 우리 굿의 음악이 어느 악기와도 전혀 거부감이 없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의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고 우리 음악이 세계 모든 음악의 기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다음달 군포문화원 공연을 굿과 힙합의 퓨전으로 하기로 하여서인지 더욱 흥미롭고 관심이 갔다.

옆방의 무당들은 안산에 사는 무당들이었다.  

굿판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사제가 치르는 제의라고 하기엔 조금 엄숙함이 떨어졌다. 조성거리를 주관한 무당은 제법 조상을 잘 놀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주로 느껴지는 무당의 작두타는 실력은 한마디로 장군님을 희롱하는 것 같이 보였다.

또 신기물에 대한 존엄성을 알지 못하고 작두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있는 것은 내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다. 또 작두 위에 올라 가 사방을 두 번 돌고 내려 오는 그 무당이 무슨 작두타는 무당인가 의문이 간다. 작두를 가지고 놀고 난 뒤 작두를 타는 기본적인 순서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방 저방 둘러봐도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밤 10시 훨씬 넘어서 아무 소리않고 굿당을 떠났다.

서울로 오는 길이 오늘따라 멀게 느껴진다. 자꾸만 내림굿을 받는 그 사람의 애처로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않다.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어찌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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