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퇴마사란 무엇인가?

愚悟 2008. 2. 14. 15:07

퇴마사란 무엇인가?

예전에 <구명시식><구마식>이라는 이상한 말을 사용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이가 있었다. 그 후 구명시식, 구마식 등이 너무 흔한 말이 되어버려서 인지 다시 등장한 신조어가 <퇴마사>다.

요즘 퇴마사란 이름으로 방송을 비롯한 언론 등에 등장하면서 활발한 홍보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퇴마사退魔師> 새로운 이름으로 듣기에도 그럴듯하다. 우리가 오래 들어 온 무당이나 무속인 보다 몇 배 더 고급스러운 것 같고 귀신도 잘 쫓아낼 것 같은 이름이다.

퇴마사는 글자 그대로 악마나 마귀를 퇴치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현재 퇴마사를 직업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하며 경제적으로 수입이 좋다보니 퇴마사 학교까지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퇴마사만이 악마나 마귀를 쫓아낼 수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네이버에 검색창에 <퇴마사>를 치면 퇴마사를 설명하는 글이 있다.

그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퇴마사를 선택할시 주의할 점은 지나친 금전을 요구하는 퇴마사에게는 절대 상담 또는 의뢰는 하지마라! 본래 이런 영적인 능력은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고 펼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세간에는 너무나 많은 선무당들이 자리매김해 진실을 왜곡시키고, 뭇한 중생들을 혹세무민시켜 자신의 밥벌이로 보는 선무당이 상당수에 있다. 스님이나, 도인들의 경우는 무엇을 바라고자 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금전적인 요구는 절대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무한한 자비심으로 선행을 베풀어 준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내 그 영적능력이 막혀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이다. 자비심과 신통은 서로 상호교류가 되기에 그렇다.

하지만, 무속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무(巫)의 경우는 자신의 능력이 아닌 각 해당의 모시는 신의 능력 즉 원력인 것이다. 쉽게 말해 대리인과 같다.

그렇기에, 금전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 능력이 막히는 법은 거의 없다.

세간에는 너무도 많은 선무당들이 있다. 무속인의 90% 이상이 이러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무속인의 경우는 퇴치보다는 굿판을 통해 천도 또는 잔치상을 베풀어 조상, 귀신, 악신을 달래는 쪽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이에 대해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무(巫)이다.

무속인이 모시는 신의 원력에 비해 상대 악신이 원력이 높은 경우는 어찌할 방도조차 찾기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도제다 신눌림, 신내림굿 등의 비용은 실제적으로 음식 값과 약간의 수고비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100만원 내외가 적절한데.

그 이상의 금전을 요구한다면 그는 퇴마사라기 보단 선무당에 가깝다.」

얼마나 웃기고 황당한 망발이란 말인가? 퇴마사들은 진정 이웃을 사랑하고 많은 금전을 받지 않고 오직 하늘이 주어진 임무를 다할 뿐이라는 말인가? 이렇다면 퇴마사들은 진정으로 거룩한 분이고 하나님의 대리자요 중생을 구제할 부처님이다. 

그러나 이 소리를 들으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다. 지금의 현실은 퇴마사들도 퇴마의식을 비롯한 각종 상담, 그리고 교육을 빙자하여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지금 장안에 유명한 퇴마사들은 무당과 다름없이 점도 보고 있다. 일반 상담은 5만원, 귀신과 관련된 상담은 1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몇 년 전에 알고 있었다. 또한 퇴마의식을 치룰 때는 무당과 달리 1~2명이 과일 몇 개와 부적 몇 장 써놓곤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넘는 수고비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눈감고 아웅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또 무속인은 신의 대리자가 맞다. 신의 능력을 빌어 귀신과 대화를 하고 귀신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더 이상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좋은 곳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퇴마사는 글자 그대로 귀신을 그냥 쫓아내는 자이다. 그들은 무슨 능력으로 귀신과 대화하고 귀신을 쫓는 것일까?

또 방송 등에 나오는 퇴마사들이 보여주는 천도의식의 진행과 절차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은 필자가 보기엔 웃기는 장난같이 보였다.

또 퇴마사들이 의식을 할 때 사용하는 공통된 말은 <귀신> <음의 기운> <악령> <영의세계> <음양오행> <오신통> 등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말들만 많이 하고 있다. 또 주문 역시 무슨 주문인지 알지 못하게 혼자 입으로만 중얼거리고 있으니 장난하는 것인지 경을 외우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다 귀신과 <접신>을 하였다고 하니 접신은 신과 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귀신이 자기 몸에 들어오는 것은 빙의라고 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다.

접신이 되었으면 퇴마사는 과연 무당과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귀신을 자신의 몸에 실어  대화를 할 수 있는 초능력자일까? 그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서 지금은 퇴마사를 양성하는 학교까지 있다고 하니 그들의 수입이 꾀나 좋은 모양이다. 과연 몇 년 배워서 귀신과 대화를 하고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 퇴마사란 명칭이 나왔으며 사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놀라운 일은 한글사전을 찾아보아도 퇴마사란 단어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퇴마사란 단어가 우리 고유의 말이 아닌 신조어라는 것이며, 우리 민족에겐 퇴마사가 필요 없었다는 이야기다.

왜 우리 민족은 퇴마사가 필요 없었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민족에겐 무당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당이 제사를 주관하고, 귀신으로부터 얻은 병을 낫게 하고, 귀신을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하기 때문에 굳이 퇴마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퇴마란 바로 서양의 <엑소시스터>를 한자로 번역하여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 바로 퇴마사이기 때문이다.

퇴마사는 악마나 마귀를 쫓는 자로 사제인 신부에서 비롯되었으며 기독교에서 시작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에 와서 교황청마저도 퇴마사를 양성하겠다고 하였으니, 지금까지 인간이 저지른 잘못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많은 영령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난세의 시기가 아닌가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억울한 영령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혼돈의 시대라는 것을 교황청도 인정하였기에 퇴마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 퇴마사와 무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첫째 퇴마사나 기공사는 귀신을 쫓아내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 귀신이 설령 퇴마사의 힘에 쫓겨 간다고 하여도 그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공간 이동만 할 뿐 영원히 소멸되지 않고 또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귀신들을 쫓아내기 위한 의식을 퇴마의식이라고 하는데, 그 의식의 절차와 형식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엔 퇴마사들의 의식은 무속의 법사들과 불교의 스님 그리고 중국의 도교에서 행하는 의식에, 본인이 창작한 동작들을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한다.

모든 의식은 절차와 형식이 아주 중요하다. 특히 천도의식을 치루기위해선 사제로써의 자격과 능력을 가진 자가 옛날부터 내려 온 절차와 형식에 따라 엄숙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도 되지 않은 퇴마사들의 의식으로 과연 귀신들을 쫓아내고 물리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러면 무당은 귀신을 쫓아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당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천지신명 즉, 신의 원력으로 귀신을 그냥 쫓아낼 수도 있지만 그냥 쫓아내는 것보다 귀신과 대화를 하고 그 대화를 통하여 귀신에게 맺힌 한을 풀어주어 스스로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 말은 귀신들도 이승에서 떠돌지 않고 좋은 곳으로 가고 싶지만, 한이 많은 귀신은  <고>에 묶여있어, 그 <고>를 풀어주기 전에는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는 귀신이라고 하여 강제로 쫓아내지를 않는다. 모든 귀신도 다 사연이 있기에 그 사연을 듣고 난 뒤 원하는 바를 풀어준다. 그러기에 굿의 말미에 뒷전거리라는 것을 하면서 오늘 굿청에 들어오지 못한 잡귀 잡신을 비롯하여, 마지막까지 남은 각종 수비 즉, 귀신까지 다 불러 풀어먹이는 것이다.

또 우리 민족은 악마나 마귀 따위의 낱말은 사용하지 않고, 잡귀, 잡신, 나쁜 기운, 부정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악마는 마귀 따위의 용어는 서양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우리는 그냥 귀신일 뿐이다. 서양의 마귀는 바로 우리 민족의 최고最古의 신이며 인류 창조의 신인 삼신할머니 중 한 분인 마고麻姑를 마귀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마귀라는 말은 우리 민족 최고의 조상을 서양 사람들의 의식에 따라 무작정 귀신으로 여기고 있으니 얼마나 불경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무당들은 귀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아니라 천지신명을 모시는 사제다. 그러기 때문에 신의 원력으로 귀신들을 제압하고, 대화를 통하여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퇴마사들은 무당들이 모시는 신명이 귀신으로 착각하여 악신보다 무당이 모시는 신령의 힘이 약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곤경에 빠진다고 하였으니 한마디로 신과 귀신의 차이를 모르는 무식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퇴마사들이 신과 귀신의 차이를 알지 못하고, 우리 조상들의 귀신관을 알지 못하니, 그냥 무당들이 모시는 신들도 귀신과 같은 존재라는 무식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인 것 같다.


「또 그들은 퇴마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 기록하였다.

갑작스럽게 우환이 찾아와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거나, 병원에서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병 또는 정신분열증, 또는 급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찾아와 죽음을 당한 자! 그리고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을 때는 대게가 악신 또는 원한신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퇴마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적절한 처방전이다.

하지만 전생의 죄업으로 인해 현생에서의 업을 되받는 경우라면, 자신이 모두 되돌려 받아야 하는 과업이기에 퇴마와는 무관하다.」


이러한 형태의 귀신병은 본디 무당들의 영역으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무당들이 하여 왔다. 근데 느닷없이 퇴마사란 국어사전에도 없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나타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영역이라고 우기는 꼴이 되었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사대주의의 영향으로 한동안 강시라는 중국귀신이 와서 설치더니, 이제는 기독교 귀신의 세상이 되다보니 마침내 기독교의 퇴마사인 <엑소시스터>가 들어오게 되었나 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퇴마사라는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민족은 무당이 퇴마사고, 의사며, 제사장인 것이지 국어사전에도 없는 퇴마사가 갑자기 왜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퇴마사는 신기는 조금 있지만 무당이 되지못한 사람, 그러니 무당보다 능력이 조금 떨어진 무당 흉내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무당처럼 굿을 하고, 신과 접신을 하는 능력이 없으니 일반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신만 들먹이며, 괜히 선량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오랜 세월 수련을 통하여 귀신을 볼 수 있고 또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과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도 있다. 하지만 지금 방송을 타고, 유명세를 누리는 퇴마사들은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퇴마사가 되기 전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퇴마사가 되었는지, 퇴마의식은 누구에게 전수 받았는지 아니면 혼자 터득한 의식인지 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부터 귀신을 빙자한 사기꾼들이 극성을 부린 곳이 바로 무속분야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물 간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귀신을 팔아먹는 사기꾼들이, 어느 날 갑자기 퇴마사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나타나 선량한 사람들을 속이고 있지는 않는지 심히 걱정이 된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일부 잘못된 무당들의 행태에도 책임이 있다. 무당들을 불신하게 된 사람들은 퇴마사란 그럴듯한 명칭에 호기심과 묘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무당들 중에서도 퇴마사를 자처하는 무당들이 있다. 좀 더 새롭게, 다른 무당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하여 스스로 퇴마사를 자처하는 무당들은 무당으로써 능력과 자질이 조금 떨어지는 덜 익은 무당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퇴마사>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특별한 무당 또는 도인으로 보여 많은 사람들이 추종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지 말고 하루빨리 위선의 거죽을 벗어버리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왔으면 한다.

또 퇴마사는 과연 귀신을 볼 수 있고, 귀신과 대화를 나누고, 귀신을 쫓아낼 능력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사회에는 퇴마사다운 퇴마사가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그런 퇴마사가 존재한다면 이 글은 그 퇴마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