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마치고 버려지는 음식들
“미친년들 이러고도 복 달라고 빌어, 돈이 썩어 문드러졌지, 무당들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어,”
밤늦도록 굿당에 머물다가 우연히 내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을 들었다.
굿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불문율은,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입이 있어도 벙어리 시늉을 하여야 한다. 괜히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간 굿당에 손님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굿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게 되었다니, 내 귀를 의심하고 소리 나는 방을 들여다보았다.
전쟁 통에 폭격 맞은 것도 아니고 방안 가득히 지천으로 너부러져 있는 각종 전이며, 떡이며, 유과들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늘 그 방에서 수 천 만원을 받고 굿을 하고 난 후의 광경이란다.
지구상에 굶주림에 허덕이는 인구가 자그마치 약 8억 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그것도 민족종교의 사제라고 하는 무교인이 수 천 만원을 받고 굿을 하고 난 뒤 버리는 음식을 살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떡은 자그마치 50만원 상당으로 떡시루 6개와 내가 좋아하는 콩찰떡, 그리고 인절미, 절편, 동자떡, 무지개떡 등이 몇 쟁반씩 나뒹굴고 있었다. 시루떡을 비롯하여 모두 하나같이 손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또 큰 상 3개에 차려진 각종 전들도 역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기들도 먹지 않으면서 항상 굿할 때 마다 잔뜩 쌓아 올리는 유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으니 그 모습을 상상해 보면 대강 그 방의 광경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귀한 음식들이 쓰레기로 변하였으니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의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돈을 많이 받았으니 음식을 많이 차린다는 생각으로 굿이 끝나고 난 뒤 먹지도 않을 음식을 이렇게 잔득해서 버린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이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이며, 무교인들에게도 마음이 꺼림칙한 구석이 남게 된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귀하여 굿이 끝나면 돼지마리도 반으로 나눠 가져갔던 시절이 있었다. 또 마을 굿을 하는 날은 그 마을의 잔칫날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살아가면서 생긴 오해와 반목을 풀고 굿판에 동참하였다.
차라리 돈을 많이 받았으며 모든 사람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곳에 돈을 더 사용하였으면 한다. 가령 소를 한 마리 잡는다든지, 아니면 기본적인 떡만 찌고 대신 쌀을 바친다던지, 쇠고기나 쌀은 언제든지 나눠먹을 수 있고 나눠주기도 편하다. 굳이 잘 먹지 않는 떡을 저렇게 해서 다 버리고 나면 과연 신령님께서 좋아하실까?
또한 전도 역시 마찬가지 적당히 하여 굿이 끝나고 나면 무교인들이 먹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굿이 끝나고 나면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로 굿당에 돈 주고 욕을 먹지 말고 신령님께 바치는 음식상차림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내야 한다.
굿에 들어가는 떡은 단군왕검의 큰덕德을 상징하므로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떡집에서 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교인들이 직접 시루에 떡을 쪄 바쳐야 한다. 그리고 신령님들께는 익은 음식 보다 생미를 바쳤으면 좋겠다.
본래 익은 음식은 조상님들이 받으시는 것이고 신령님들은 생미를 받으신다. 또 그 많은 전들도 하루 종일 뜨거운 불 앞에서 정성스럽게 부쳐서 저렇게 버린다면 아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러니 굿이 끝나고 난 뒤 무교인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넘치지 않게 적당히 하였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굿을 하면 잔칫날처럼 많은 사람들을 먹였기 때문에 음식들을 많이 하였지만 지금은 잘 먹지도 않으니 시대에 따라 적당하게 음식을 장만하였으면 좋겠다. 수천 만 원을 받고 굿을 맡았다 하더라도, 먹지도 않을 음식을 잔득하여 다 버리고 욕먹지 말고 좀 더 현명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굿을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설령 과일은 수백만원어치 준비하여도 나눠 먹을 수 있듯이 모두가 나눠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굿상을 차리는 것으로 우리 모두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처럼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8억 만 명이나 되는 지구촌의 현실에 맞지 않게 음식을 산더미처럼 내버려서 미친년이라고 욕을 얻어먹는 것은 결국 신령님들을 욕보이는 꼴이 된다.
무교인들이 민족종교의 사제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무교를 믿게 하려면 이런 것부터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사실 음식물 문제는 사소한 것이 아니라 심각한 것이다. 곡물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세계 경제상황에서 무교인들만 나몰라하고 마음대로 음식을 버린다면 결코 신령님들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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