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가 가지는 의미
수많은 인공위성들이 지구를 돌면서 작은 개미들의 움직임까지 현미경 들여다보듯 하는 초과학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사’를 지내는 것이 성행하고 있다.
고사는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지내다 보니 이제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무슨 가게를 개업하거나, 최첨단 기계를 새로 도입하거나, 자동차를 새로 구입할 때 등 고사는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업계에서는 선박을 건조하기 전과 건조하고 난 뒤에 고사를 지내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선박을 구입하고 난 뒤 개인 선주들이 무사고와 풍어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것은 필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고사는 특정 집단에서만 지내는 미신적인 행위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름대로 위안을 삼고자 고사를 지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운동경기를 앞두고 고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팀의 좋은 성적과 선수들의 무사고와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히딩크 감독이 지낸바 있다.
또 2009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어제 LG트윈스의 김재박 감독이 팀의 승리와 선수들의 안녕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 국민들은 왜 고사 지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도대체 고사는 무슨 의미이기에 고집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있는 것일까?
고사에 유래된 이야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고사를 지낼 때 상차림을 살펴보면 반드시 들어가는 제물과 물품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시루떡과 북어 2마리 그리고 실과 돼지머리다.
<태백일사/삼환관경본기>에 보면 웅녀군熊女君의 후손으로서 여黎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고 기록되어있다.
여기서 여黎란 사람이 바로 중여곤衆艅鯀이다. 중여곤이 단허(壇墟:옛날 제사 터)에 책봉 받아 제사장이 된 사람이다.
또 중여 라는 말은 삼신을 받드는 제사를 모신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여艅는‘짐이 곧 나라’,
'짐이 곧 나’라는 천자 자신을 칭하는 짐朕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짐은 곧 사당에 차를 올리는 제주祭主라는 뜻이 담겨있다.
중여곤의 곤鯀자를 파자하면 고기‘ 어魚’자와 ‘이을 계’로 나누어진다.
고기‘ 어魚’자의 의미는 북방의 큰 물고기로 북극에 산다고 하였으니 추운 바다에 사는 생선이다. 오행 중 북방은 수水를 나타내는 것으로 즉 바다를 의미한다.
바다는 음陰을 나타내며 바다 생선 중 찬물에 사는 음기陰氣가 가장 센 큰 고기는 북어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화상을 당한 환자에게는 북어를 이용한 치료를 하고 있다.
그리고 계系는‘실 사糸’로 볼 수 있다.
또 시루떡에서 떡시루는 나라를 뜻하고 그 안에 찐 떡은 임금의 큰 덕德을 나타내며 고물로 팥을 사용한 것은 붉은 기운으로 벽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
고물이라는 말도 곤이 제사를 주관하면서 시루떡을 팥가루를 뿌려 만들면서 그 팥가루를 곤의 물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즉 곤의 물, 곤물이 고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본래 떡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떡을 나눠 먹는다는 것이 바로 덕德을 베푸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루떡을 고사상에 올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곤의 덕을 베풀면서, 곤의 큰 덕을 널리 알리고 되새기는 것이다.
장자가 쓴 <소요유>에서 곤은 크기를 알 수 없는 북방의 큰 물고기로 비유하였다.
또한 「곤의 크기는 몇 천 리 인지 알 수 없고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그 이름이 붕鵬이라고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곤의 덕이 얼마나 크고 깊다는 것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또한 장자에 따르면, 곤은 우주의 북극에 산다고 하였다.
이렇게 고사를 지낼 때 북어와 실을 올리는 것은 바로 중여곤을 상징하는 것이며 시루떡은 나라의 덕을 나타내는 것으로 중여곤의 큰 덕을 기리는 것이 고사다.
이 고사의 시작은 아마 단군왕검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시면서 처음으로 조상인 중여곤의 큰 덕을 배우고자 지냈다고 볼 수 있다.
중여곤은 단군왕검의 조상이 되며 또한 조선朝鮮이라는 문자를 탄생케 한 사람이라고 한다. 또 <산해경>을 보면 곤鯀은 백마白馬라고 하였다. 이 말은 곤이 오가五加 중 마가馬加의 우두머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여 본다.
우리 무교에서 섬기는 백마신장은 마가의 우두머리인 곤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고사를 지낼 때 왜 하필이면 돼지머리를 사용하는가?
돼지는 지신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동물로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동물이다. 그 당시 농경시대에서 일 년 농사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풍년을 기원하는 뜻으로 돼지를 잡아서 고사를 지낸 것이 아닌가 한다.
고사를 지낸 후 먹는 밥은 바로 우리 속담에 나오는 “이 밥에 고기 국이다.” 이 밥에 고깃국 한 그릇 먹어 봤으면 한이 없겠다는 이 밥은 바로 한자 이彛자에서 비롯되었다.
이彛 는 밥그릇, 떳떳하다, 법, 술병 등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彛 자를 파자해 보면 돼지머리(彐)와 쌀(米)과 실(糸), 그리고 두 손으로 떠받든다는(卄)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당시에 쌀이나 고기는 아주 높은 사람이나 떠받들어지는 사람들만 먹을 수 있었다.
바로 ‘이彛’자가 제사를 지내는 모양을 그린 글자로 그 당시 제사 때 올린 돼지머리가 지금도 고사 상에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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