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굿 명인전을 보고나서
2009년 9월 29일 롯데민속박물관 3층 민속관에서 서울굿 명인전이 열렸다.
외견상 한국무교전문교양대학이 주최하고 월간 잡지 '무가'가 주관한 명인전이었지만, 모든 기획과 진행을 월간 '무가'와 서울민속학회 이재흥 선생이 맡았다.
<고비전을 만들고 있는 장성만 선생>
굿판에서 50년을 넘게 한 시대를 호령했던 서울 장안의 원로박수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이재흥 선생이니까 가능한 공연이었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가 최고로 생각하는 팔순을 넘나드는 원로들을 한자리에 모아 무대에 세우기는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인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경비를 부담한 월간 '무가' 에게도 노고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다.
공연 주최와 주관 기획자와 잘 아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고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공연에 대한 필자의 책임도 조금은 있다고 자성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지는 하지도 못하는 것이 말만 번지레 잘한다.”고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 이 글을 쓴다.
우리 속담에 “남 흉보면서 본뜬다.”말이 있다. 남의 허물을 나무라면서 그것을 따라한다는 말이지만 남의 잘못을 거울삼아 더욱 잘 하자는 뜻으로 자성의 글을 쓴다.
이 날의 명인전은 한마디로 기획과 진행에 있어 공연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한 수준의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생박수로 이름을 날렸던 한광필 선생과 경기도 도당굿의 오진수 선생>
그 이유는 명인들이라고 하는 원로 박수 몇 분들은 이번 공연에 대한 자긍심의 결여와 이 무대가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결연함, 그리고 이 공연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날 그 자리를 가득 채운 많은 관객들은 멀리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분을 비롯하여 각지에서 찾아온 무교인들로, 서울굿 원로들의 마지막 자리가 될 수 있는 공연이었기에 한 수 배우고자 찾아온 후배들이다.
그러나 굿이 시작하자마자 실망과 함께 자리를 뜨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욕설을 하면서 자리를 뜨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그것을 보고 들은 필자도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공연은 멀리서 희망을 품고 찾아온 많은 무교인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결과가 되었다.
서울굿 명인전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게 짜임새 없이 진행된 굿은 원로박수들의 놀이판인지 공연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분명 원로들에게 이번 공연에 대한 취지와 의도를 이해시키고 이번 무대가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어야 했다.
또한 그 자리를 가득 메운 많은 후배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진수를 한 가지라도 전수하겠다는 결연한 마음자세가 필요하였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공연이 되고 말았다.
개성이 강한 원로박수들이란 점을 유의하여 진행과 준비가 좀 더 철저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부족하였다.
또한 프로그램에 공연자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끝내 참석치 않은 박인호 선생과 새남굿 보유자인 이성순 선생도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두 분 선생의 공연을 보기 위하여 찾아온 많은 후학들이 가졌던 실망감은 두고 두고 명예에 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박인호 선생의 공연을 보기 위하여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몇분들은 너무 허탈해 하며 뒤돌아 서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참여하기로 한 약속을 특별한 이유없이 가볍게 어겨버리는 원로들의 이런 행태는 과연 후학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였을까?
이런 우리 무속의 풍토가 정말 안타까울 뿐이었다.
힘들게 준비한 이재흥 선생, 그리고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함께 공연한 관우,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느라 고생은 많았지만 힘쓴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함이 안타깝다.
그리고 주최 타이들을 빌려준 무교전문교양대학 역시 영광보다는 상처가 더 큰 것 같아 교양대학의 일원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필자 또한 이번 공연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통감한다.
비록 공연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무교대학 일원으로서, 또 공연 홍보에 적극적이었기에 홍보만 믿고 공연장을 찾아오신 분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원로로서 품위와 멋진 공연을 보여주신 장성만 선생님을 비롯한 그날 공연에 참석하신 원로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항상 행사 때마다 동원되어 진행을 도와주며 고생한 한국무교전문교양대학 학생들에게 감사와 함께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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