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무당의 종류를 그 사람이 어떤 점사를 잘 뽑는가, 또는 어떤 굿을 잘하는가에 따라서 구분하였다. 그래서 대감방이니, 바리공주 무당이니, 지노귀 무당 또는 뒷전 무당이니 조상거리 전문 무당이니 하는 소리들을 하였다.
그러나 요즘 인터넷을 보면 예전과 달리 겁주는 무당, 욕 잘하는 무당, 광고 잘하는 무당, 잘난 체 하는 무당, 뻥 잘 치는 무당, 사기 치는 무당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욕을 먹는 무당들의 공통점은 한두 번씩은 방송을 출연하였다는 것이다.
겉으로 들어난 모습은 우아하고 품위가 있는 무당 같지만 속을 뒤집어 보면 놀부마누라 심보에다,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이 무색할 정도의 인정도 없는 철면피, 그리고 스탈린 같은 독선이 가득한 무당들이라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
왜 이렇게 무교인들을 폄하하고 욕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방송을 통한 보잘 것 없는 유명세를 업고 탐욕을 부리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무교가 중심 세력에서 변두리로 밀려나자 무교인들이 민족종교의 사제라는 임무보다 금전을 더 탐하는 집단으로 변질 되었는지 모른다.
이런 무당들의 행태 때문에 민족의 종교인 巫가 속된 것이라고 하여 무속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급기야 조선시대에는 탐욕스럽고 음탕하다 하여 음사淫祀라고 부르며 배척당하게 되었다.
이런 병폐가 지금은 더욱 심해져 민족종교의 사제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독선적이고 욕심 많은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일부의 잘못된 행태는 크게 부각되어도 대부분의 참된 무당들은 잘 들어나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다.
예전에는 굿 잘하는 무당은 큰 무당이라고 하고, 점사를 잘 뽑는 무당은 족집게 무당이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굿을 잘 띄면 큰 무당이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굿을 많이 띄는 무당들이 큰무당인양 설쳐대는 지금 이 시대가 바로 혼돈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 이런 무당들은 조상거리를 꺼려, 제가집을 조상거리 전에 돌려보낸다.
굿거리 중에 조상거리를 제외한 모든 거리는 제가집의 참여와 관계없이 일방적인 공수와 덕담으로 끝난다.
하지만 조상거리는 유일하게 제가집이 굿판에 참여할 수 있는 거리이다.
조상거리는 무당들이 제가집의 죽은 조상들을 몸에 실어 자손들과 살아생전 하지 못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맺힌 한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굿이 가진 가장 큰 덕목으로 죽은 자와 산자를 모두 풀어주는 해원상생解寃相生거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굿거리 중에서 조상거리를 속 시원하게 풀어내야만 제가집은 굿을 한 보람을 느끼고 많은 굿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무당의 몸에 조상을 실어서 자손과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못다 푼 고리를 풀어줘야 하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조상거리를 할 때쯤이면 제가집을 돌려보내니 굿하는 보람이 없어 보인다.
조상거리는 일반 다른 거리와 달라서 신령님의 공수가 아니다.
굿거리에서 신령님의 공수는 무슨 말을 하던 지금 당장 진위 여부를 밝힐 수 는 없다.
그러나 조상거리에서 무당의 입에서 나오는 조상들의 넋두리는 틀린다.
살아생전 자주하시던 말씀과 행동을 무당은 반드시 해야만 인정을 받는다.
심지어는 조상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하여 그 조상이 살아생전 늘 하던 버릇을 보여주거나 신체적인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여야 한다.
이렇게 조상거리의 모든 이야기와 행동은 신의 공수가 아니고 조상님의 넋두리며 살아생전 버릇이기 때문에 제가집은 바로 알 수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조상거리가 어려운 거리다. 그리고 그 굿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거리이기도 하다.
신의 공수가 조금 틀리더라도 조상거리에서 조상을 잘 실어 자손들과 원 없이 대화를 나눈다면 누가 굿을 하고 난 뒤 욕을 하겠는가?
이런 중요한 거리인 조상거리를 제가집에 보여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니 무당들이 엉터리라고 욕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서 무당들을 욕하는 많은 사람들은 과연 굿이라도 한번 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굿청에서 무당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굿을 하는지 직접 체험하고 조상들과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과연 욕을 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그러나 요즘은 조상거리를 잘하는 무당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만큼 무당들의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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