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이야기

서울새남굿의 '도령돌기'

愚悟 2010. 2. 18. 15:41

서울 새남굿의 ‘도령돌기’

 

 

 

 

서울 새남굿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도령돌기라고 생각한다.

도령을 돌 때의 춤사위와 복식은 서울굿의 진수를 보여주듯 아주 화려하고 엄숙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노란색 대신복에 오색한삼, 큰머리, 가르마, 족두리, 용잠, 댕기 그리고 기타 떨잠과 뒤꽂이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도령돌기를 하면서 추는 춤을 도령춤이라고 하는데 이 도령춤에는 한삼도령춤과 부채도령춤 그리고 칼도령춤 등으로 구분하는데 무녀가 도령을 돌 때 무슨 무구를 손에 들고 도령춤을 추는가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도령춤의 걸음걸이는 팔자 형태로 걷는데 이것은 양반들의 걸음걸이를 흉내 낸 것이라고 하는데, 춤사위는 한 손에 한삼을 젖혔다 다시 엎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느린 팔자걸음으로 연지당과 가시문을 주위를 맴도는 춤이다.

 

도령거리는 바리공주가 망자의 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과정을 나타낸 의식으로,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彌勒佛이 출현하기까지의 무불無佛시대에 6도六道의 중생을 교화·구제한다는 지장보살의 자비로 망자가 무사히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기원하는 뜻으로 연지당 앞에 저승으로 통하는 가시문을 세워놓고 도량을 도는 의식이다.

이 때 망자의 가족들은 망자의 영정과 위패를 앞세우고 도령춤을 추는 무녀의 뒤를 따른다.

 

도령춤을 출 때는 밖도령거리와 안도령거리로 구분하여 두 번 춘다.

밖도령거리에서는 연지당 앞에서 한삼도령춤으로 한 번 돌고, 가시문을 나가서 평도령춤으로 세 번 돌고, 한손씩 내치는 듯 한 손도령춤으로 세 번 돌고, 방울과 부채를 들고 부채도령춤으로 세 번 돌고 난 뒤 가시문을 지키는 저승사자와 재담을 나눈다.

안도령거리는 바리공주와 망자의 가족들이 큰 상을 끼고 아홉 바퀴를 돌면서 망자의 혼이 저승의 열두 대문을 무사하게 통과하여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의식이다.

 

가시문을 사이에 두고 망자의 가족들이 돗자리 등을 펼쳐들고 서 있으면 저승문의 열쇠인 바리공주의 신칼을 돗자리 너머로 던진 뒤 망자의 가족들이 돗자리를 쳐들면 그 밑으로 여덟팔자를 그리며 춤을 추면서 나오는 의식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새남굿의 도령돌기는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로 연지당을 도는 것으로 사찰에서 도량(道場)돌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찰에서 도량을 도는 이유는 시기와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또 승려들이 도량을 친다고 하면 밤새 사찰에 부정한 기운이 침범하였을까 염려하며 부처님 모신 곳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의식으로 이른 새벽 가장 먼저 행하는 의식이다.

즉 사찰에서 도량을 도는 것은 부처를 모신 대웅전을 비롯한 기타 모든 시설을 수용하는 절터를 정화하기 위하여 도는 의식인 반면, 새남굿의 도령돌기는 망자의 혼이 좋은 곳으로 즉, 극락세계로 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도령을 도는 것이다,

 

이렇게 사찰에서 사용하는 도량돌기와 새남굿에서 행하는 도령돌기는 그 목적과 대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론 도령돌기의 도령은 바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의미인 도령道靈이나, 망자의 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가진 도령禱靈이라고 하는 것이 도령돌기의 의식이나 새남굿의 목적으로 보았을 때 훨씬 합리적인 판단이고 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속 학자들은 도령돌기를 사찰의 도량(道場) 즉, 절터를 청정하게 정화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잘못된 증언을 듣고 여과 없이 받아들여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들은 새남굿의 도령돌기가 사찰의 도량(道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망자의 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가진 도령道靈 이나 도령禱靈으로 이해하여야 중요무형문화재 104호로 지정된 ‘서울새남굿’이 가진 독창성과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새남굿은 우리 굿 중 유일하게 승려들과 함께 하는 굿으로 바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하여 ‘범패’라고 하는 영산제의 일부 의식이 함께 행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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