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주무당과 명두무당
우리는 보통 죽은 아이의 혼을 몸주신으로 하고 있는 무녀를 태주무당 또는 명두무당이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면 죽은 어린아이의 혼을 몸주신으로 하면서 어린아이 목소리로 그 혼령이 전해주는 대로 직접 문복자에게 전달하는 무녀를 말하는데, 예전에 태주무당들은 복화술이 능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태주무당을 복화술무複話術巫 · 태주방太主房 · 명두 · 태자太子 · 공주 · 동자 · 곰밍이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태주가 오면 3년 재수가 없다고 하는 속담 아닌 속담이 있듯이 태주무당은 무당사회에서도 아주 천시를 받았다.
그런 관계로 태주무당은 무당사회에서도 뒷전무당이나 넋무당 보다 더 무시를 당하여야 했다.
태주무당들은 보통 화병에 조화나 생화든 꽃을 꽂아놓고 점을 본다.
그때 꽃병의 꽃들이 스스슥 소리를 내거나 가늘게 떨게 되는데 그 모양을 보고 태주무당들은 점을 친다고 한다.
태주나 명두는 죽은 어린아이의 영혼이라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그 어원은 무조巫祖를 의미하는 몽골어 ‘밍두(mingdu)’에서 기원했다고 손진태는 말한다.
그러나 김태곤은 어린아이 신을 모시면 ‘명두무당’이라 하고, 마마를 앓다가 죽은 어린 여자아이 귀신을 몸주신으로 모시면 ‘태주무당’이라고 구분하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린아이 신을 몸주신으로 모시고 점을 친다는 것으로 휘바람을 불거나 아이의 음성으로 공수를 주거나 심지어 행동까지도 아이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태주무당은 공수를 줄 때 복화술 즉 공창空唱이라는 방법으로 입을 열지 않으면서 공수를 주는 방법을 사용하였기에 영검하다는 소문은 자자하였다.
지금은 복화술무, 즉 공창무가 없어졌지만 해방 전까지 만해도 전국에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복화무複話巫나 공창무空唱巫는 입을 벌리지 않고 뱃속에서 소리를 내고 방법인데 그 소리가 공중에서 나는 것처럼 느껴져 문복자들이 더욱 겁을 먹거나 더 영험하다고 믿어 그 피해가 심하다고 하여 조선시대에 금지하였다.
그러나 공창을 하기위해선 어린아이 혼을 몸주신으로 모신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고도의 비법이라고 한다.
태주무와 명두무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방은 영호남지역과 같이 남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지만 꼭 남부지방에 편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태주무당을 지역에 따라 부르는 호칭을 보면 경상도지방에서는 공밍이 · 공명이 · 공쟁이 라고 부르며, 평안도에서는 새트니 · 새티니 · 대주재비 등으로 부른다. 또 함경도와 황해도지방에서도 존재하였는데 새즌이 · 새천애 · 새친이 등으로 불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손진태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시베리아까지 복화무 즉, 공창무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8년 전 길림성에서 중국무당을 직접 방문하여 점을 보면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공산국가라 종교가 인정되지 않는 관계로 숨어서 무업을 하기 때문에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며칠간 수소문 끝에 찾아 갈 수 있었다.
그 무당은 병점을 전문으로 본다고 하였는데 필자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었으며 동행한 조선족 세 사람에 대한 점복도 정확하게 보았다고 한다.
그때 느낀 점은 중국 무당들도 한국의 무당과 점을 보는 방법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무당은 태주무당이라고 하였지만 점을 보기 전에 담배를 한꺼번에 4~5개를 동시에 물고 피우는 모습이 우리와 너무 달랐다.
손진태의 조사보고에서 한국과 중국의 공창무의 비교하면서 죽은 어린아이의 영혼을 몸에 내리게 해서 직접 그 음성으로 점을 치는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는 죽은 어린아이의 신이지만 중국에서는 죽은 어른 신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고 한 부분이 생각나게 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전술한바와 같이 휘파람을 불거나 이상한 소리나 표정 등으로 문복자들이 더욱 강렬하게 신이 접했다는 것을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아쉬운 부분은 공창이라는 비술이 혹세무민한다고 조선시대부터 금지하여 지금은 아주 없어져 버렸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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