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하고 정신병자가 된 여인
어떤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도 소위 말하는 ‘신가물’이 많아 몸도 많이 아프고, 남편의 일도 잘 안 풀려, 요즘 방송을 많아 타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무속인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 무속인은 굿을 해서 몸속에 들어 있는 귀신을 쫓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 여인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여 굿할 날을 잡고 육백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정작 굿판에서는 여인의 몸속에 있는 귀신보다, 남편의 몸속에 들어 있는 귀신을 먼저 쫓아야 한다며, 방송에서 흔히 보듯 남편을 눕혀놓고, 귀신을 쫓는다고 올라타서 등을 손바닥으로 치고 오방기로 걷어내는 등 별 짓거리를 다하였다.
그 와중에도 그 여인은 무속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무속인들이 시키는 대로 절도 하고 별비도 달라는 대로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굿은 3~4시간 만에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회를 내면서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신병자와 함께 살 수가 없으니 이혼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멀쩡한 사람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하여 방송에서나 볼 법한 치욕스러움으로 인하여 그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자존심이 상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엉터리 무당들의 말에 놀아나는 아내가 정신병자라고 하면서 이혼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 여인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날 굿판에서 벌어진 일들이 너무나 어이가 없고 황당하여, 남편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난 후 겨우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억울한 나머지 그 무속인을 찾아가 굿하고 나면 몸도 안 아프고 좋아진다고 하더니, 굿하고 난 뒤 몸은 더 아프고, 본인은 정신병자로 몰려 이혼 당하게 생겼다고 따졌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무속인이 그날 경비 일부를 제외하고 굿돈을 선 듯 돌려주더라는 것이다. 돈을 받으려고 찾아간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돈을 받게 되어, 속으로 굉장히 찜찜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 무속인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굿돈을 돌려주었다고 하면서 안 좋은 소리를 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남편이 그날 굿을 한 비용이 몇백 만원이나 되는 거금 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지금 사업이 어려워 한 푼이라도 아쉬운데 쓸데없이 굿을 한다고, 거금을 들였으니, 남편의 화를 감수하고 눈치보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어찌 이런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
그리고 그녀는 다른 무속인을 찾아가 그 돈으로 다시 굿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수를 주면서, 먼저 굿한 무속인이 그녀를 해코지 하기위한 비방을 썼는 것 같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방송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선량한 사람들이 방송만 믿고 찾아갔다 피해를 보게 되었다.
요즘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귀신을 쫓는 행위로 황당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또 국어사전에도 없는 퇴마사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퇴마사라고 하면 무당보다 더 높은, 더 훌륭한 사람인양 사용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옛날부터 무당들이 귀신을 쫓았는데 무슨 퇴마사가 따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덜 떨어진 무당들은 너도 나도 퇴마사란 간판을 걸고 있다. 퇴마사라고 하면 무당보다 급수도 높고, 더 고상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 또한 문화사대주의적인 발상이며, 방송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겨우 보고 배운 것이 함량미달의 퇴마사들이 하는 이상한 짓거리를 배워왔다고 생각하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굿을 한 무속인은 정말 나쁜 무속인이다.
어찌 같은 무속인으로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 무속인은 평소에 남을 해치는 비방을 많이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실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상들은 바로 무속인들이 자기가 하는 행위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신이 내려 무당이 되긴 하였지만, 신령님에 대한 믿음이 없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없어, 좋아 보이는 행동들을 따라하게 되고,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질 수가 없는 것이다.
비단 이 일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선량한 사람들을 미혹에 빠지게 하는 못된 무속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자살까지 이르게 하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무속을 빙자한 악랄한 사기꾼들이 많다는 것이다.
늘 현란한 언변으로 자기를 포장하는 무속인,
늘 자기만 이 시대에 가장 훌륭한 선생이라고 하는 무속인,
늘 자기가 하는 일엔 실패가 없다고 능력을 과시하는 무속인을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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