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해맞이와 해돋이

愚悟 2011. 1. 2. 12:38

 

 

신묘년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기 위하여 금년에도 많은 분들이 동해를 비롯한 해맞이 명소로 떠났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면서 새해에는 자신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어떤 이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어떤 이는 사업의 번창을, 저마다 가지고 있는 소원을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마지하면서 기원하는 행렬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렇게 해마다 늘어나는 해맞이의 시초는 바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설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라 8대 임금 아달라阿達羅이사금 즉위 4년 정유(A.D 157년)년 때의 일로 신라에서 잃어버린 태양의 정기를 되찾기 위하여 일본으로 건너간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짜준 명주를 들고 아달라이사금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해의 정기를 다시 찾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명주를 국보로 모시고, 그 창고를 귀비고貴妃庫라 했고, 제사지낸 곳을 영일현迎日縣 또는 도기야都祈野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제사는 지금도 무교에서 일월맞이라고 부르며 행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헌상 기록된 최초의 해마지이며 그 날은 바로 동짓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삼국유사>에서 동짓날 해마지를 한 곳이 영일현迎日縣이라고 하였다. 영일현迎日縣이라는 뜻이 바로 해를 맞이하여 매달아둔다는 뜻이다. 또 도기야都祈野 라는 말 역시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세오녀가 짜준 명주를 가지고 아달라이사금이 제사를 지낸 들판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해맞이는 이 설화보다 훨씬 이전에 태양의 신인 한인천제를 맞이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한인천제의 부인인 항영姮英이란 이름에서 ‘姮’자는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여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듯이 한인천제 우리 민족 최고最古 조상으로 태양의 신으로 추앙되었으며, 해맞이는 바로 태양의 신인 한인천제를 맞이하러 가는 의식인 것이다.

 

동짓날은 태양이 남반구로 최대한 멀리 갔다가 동짓날을 기점으로 다시 북반구로 1도씩 이동해 온다.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동짓날을 포함 3일 후인 25일에 다시 태양은 북반구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가 말하는 3일 만의 이뤄진 예수의 부활이다.

페르시아의 미트라교(Mithraism)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태양이 부활하는 날, 부활절로 여기고 축제를 펼쳤다. 이것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승인하면서 예수 탄생일로 정한 것이다.

 

우리가 동짓날 이렇게 태양의 정기를 찾기 위하여 해마지 굿을 하는 동안 남미 페루 잉카제국에서는 일 년 중 가장 해가 길고 바로 머리 위에 와 있는 해를 묶어두기 위한 제사를 지낸다. 그날은 하늘의 도시라는 ‘마추픽추’에서 태양을 묶는 기둥 ‘인티와나타’에서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즉 태양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 머물도록 기원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을 숭배하는 사상은 널리 퍼져 있다. 태양 숭배 사상은 모두 천문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해맞이는 양력 새해 첫날에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동짓날 하는 것이 우주 법칙에 순행하는 것으로 정확한 해맞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해맞이를 해돋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해맞이나 해돋이나 어느 말을 사용하여도 무방하겠지만 지방자치단체들 마다 다르게 호칭을 하고 있으니 혼란을 막기 위하여 용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해돋이란 말은 민족의 정체성을 상실한 단순한 자연 현상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언제든지 해돋이는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일 년에 한번 맞이하는 해를 볼 때는 해돋이가 아니고 해맞이라고 해야 한다.

해맞이란 바로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로, 일 년에 한번 집단적이면서 자율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해맞이가 가지는 뜻은 전술했듯이 민족 최고의 조상인 한인천제를 맞이하는 의식으로, 한인천제의 부인 항영으로 부터 비롯된 민족의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의식이며, 역사 회복운동이기도 하다.

 

또 맞이는 어떤 대상을 우리가 맞이하러 간다는 의미이다. 한인천제의 휘揮가 부해復解라는 것은 해가 둥글게 떠오르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부상扶桑을 연상케 한다. 한인천제인 태양이 바다에서 찬란히 떠오르는 모습을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는 그 힘든 과정을 감수하고 동해로 가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절대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후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해돋이는 우주의 운행에 의하여 태양이 스스로 떠오른다는 개념이외 다른 뜻은 없다. 해돋이는 누가 맞이하러 온 사람이 있건 없건 자기 혼자 그냥 떠오른다는 의미로 방관자적인 뜻이 담겨있다. 즉, 우주운행에 의하여 매일 되풀이 되는 현상일 뿐이다.

또 해돋이는 일 년 동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것으로, 일 년에 단 한번 바다로 가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은 ‘맞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매년 온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민족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회복 의식인 해맞이를 해돋이라고 부르는 어리석음을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해맞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기획하여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해맞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광 상품화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우리들의 독특한 해맞이 행사를 전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시킨다면 국익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