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天子)'와 '자손(子孫)'의 뜻은? | |||
조옥구의 한민족과 漢字 비밀<17> 하늘을 모체로 하고 그 씨앗이 되는 것은? ‘하늘’에서 ‘머리’로 그리고 ‘머리’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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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사실들을 염두에 두고 ‘천자(天子)’와 ‘자손(子孫)’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① ‘천자(天子)’의 의미 ‘천자(天子)’라는 말은 구조적으로 ‘하늘을 아버지(어머니)’로 하고 ‘하늘과 그의 ‘씨앗’이라는 의미다. 과연 하늘을 모체로 하고 그 씨앗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천자(天子)란 옛 치우의 칭호’라는 옛 사서의 기록이 있으므로 이 기록을 참고하면 ‘천자는 옛 임금의 호칭’이다. ‘치우’는 옛 배달국의 제14대 자오지천왕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천자’가 옛 임금의 호칭이므로 ‘天子’의 ‘子’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늘이 사람을 낳았다’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천자’라는 말은 단순히 ‘하늘과 임금’ 사이의 혈육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과 같은 개념으로 ‘임금은 하늘이 낸다’ 또는 ‘왕의 통치권은 하늘로부터 나온다’는 철학적인 인식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사람들이 ‘하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는 ‘天’자에 담겨 있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天’자는 ‘사람의 모습’을 이용해서 만든 글자다. 단순히 사람의 모양을 이용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늘의 표시인 ‘ • ’을 사람의 머리에 옮겨 놓았다. 사람의 신체 가운데서 하늘이 내려와 있는 곳을 머리라고 여겼다. ‘하늘이 사람의 머리에 내려와 앉은 것’을 ‘하늘의 씨’가 뿌려진 것으로 보았다. ‘天’의 옛 글자에서 머리 부분이 둥글고 크게 그려진 것은 ‘머리’와 ‘하늘’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법인 것이며, 《삼일신고(三一神誥)》의 ‘일신강충(一神降衷)’이란 표현도 ‘사람의 머리에 하늘이 내려와 계시다’라는 뜻이며, 머리를 나타내는 한자인 ‘首’와 ‘頭’를 각각 ‘수’와 ‘두’로 부르는 것 역시 ‘머리’와 ‘하늘’을 같이 여긴다는 표시다. ‘수’와 ‘두’는 ‘ • ’의 새김인 ‘주’와 동일 계통의 음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자’란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는 철학적인 용어이며 하늘이 내려와 있는 곳이 인체의 ‘머리’이므로 ‘머리’를 또 ‘子’라고 부른다. 이런 철학이 반영되어 ‘천자(天子)’라는 호칭이 만들어 진다. 이 사실은 ‘자손(子孫)’이라는 말에서 또 한 번 확인된다.
② ‘자손(子孫)’의 의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子’자가 ‘사람’의 ‘머리’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면 동일한 논리로 만들어지는 ‘자손(子孫)’의 ‘손’ 역시 우리 인체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우리 몸에는 ‘손’으로 부르는 기관이 엄연히 존재하므로 ‘머리’와 ‘손’의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孫(손자 손)’자는 우리의 인체에서 ‘손’과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머리’의 지시를 받아 반응하는 ‘손’의 상호 관계를 고려할 때 ‘하늘과 머리’의 관계가 의미하는 ‘차원(次元)’이나 ‘세대(世代)’를 나타내기에 ‘머리와 손’의 관계보다 적합한 대상을 찾기 어렵다. ‘하늘’에서 ‘머리’로 그리고 ‘머리’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자손(子孫)’이라는 말의 비밀이다. 우리가 ‘자손(子孫)’이라는 말을 쓰는 한 ‘천자(天子)’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늘’을 아버지로 여긴다는 고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자손이라는 말이 태생적으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체에서 ‘머리’와 ‘손’이 주객(主客)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로부터는 ‘손’ 또는 ‘손님’이라는 말의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다. 인체의 ‘손(手)’이나 ‘손님(客)’의 ‘손’은 같은 음이다. 따라서 음이 같은 만큼 이들의 의미 또한 같다. 인체의 ‘손’이 머리의 지시에만 반응하는 수동체라는 점과 손님은 주인(主體)이 아닌 객체(客體)라는 점에서 서로 같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자의 음이 우리의 일상언어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다. ‘천자(天子)’와 ‘자손(子孫)’의 관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한편 ‘孫(손자 손)’자가 우리 인체의 ‘손’을 상징하는 글자라는 사실은 동서양간 친족간의 호칭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 ‘자손(子孫)’이라는 호칭을 통해서 우리는 호칭의 중심이 ‘하늘’이며 나의 아들은 하늘의 ‘손’이 되므로 ‘하늘’은 ‘아버지’가 되고, ‘머리’는 ‘나’, ‘손’은 ‘아들’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서양에서 혈육을 표시하는 호칭에 ‘손’이 쓰이고 있는데 영어의 ‘son’이 그것이다. 동양의 경우 ‘孫’이 ‘머리와 손’의 관계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호칭이라면 서양의 경우도 같은 논리의 적용을 기피할 이유가 없으므로 ‘son’은 글자를 따라 ‘손’으로 읽을 수 있는데 영어에는 ‘son’을 ‘아들’이라는 개념으로 쓴다. 동양에서는 ‘손’이 ‘손자’를 나타내는데 비해 영어에서는 ‘손’이 ‘아들’을 나타내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의 ‘손(孫)’과 영어의 ‘손(son)’이 어떤 관계에 있는 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 하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동양의 ‘손(孫)’이라는 호칭이 하늘을 정점으로 하고 있다면 서양의 ‘손(son)’은 사람의 머리 즉 ‘나’를 정점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양인이 자신의 출신을 ‘하늘의 아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서양인들은 자신의 출신을 ‘인간의 아들’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양 문화의 태생이 하늘을 위주로 하고 있다면 서양 문화의 태생은 사람을 위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것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호칭이 동양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은 물론 동양인과 서양인의 자기 정체성에 관한 인식의 차이를 밝히는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한자문화권에서 ‘손(手)’을 ‘孫(손자 손)’의 개념으로 썼다고 하는 것은 ‘손’의 상위 개념인 ‘머리’를 ‘子(씨앗)’의 개념으로 보았다는 것이며 사람의 머리를 ‘자(子)’라는 개념으로 보았다는 것은 그 아버지가 되는 존재인 ‘하늘’을 전제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③ ‘손톱’을 ‘조’라 부르는 이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일상 용어나 한자를 통해서 ‘하늘→머리→손’이라는 3단계의 논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였다. ‘하늘(•)’에서부터 사람의 ‘머리(子, 首)’로 이어지며 ‘천자(天子)’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머리에서 ‘손(手)’으로 이어지며 ‘자손(子孫)’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던 이 논리의 흐름은 이제 근본으로 회귀하기 위해 반전을 시도한다. 땅위를 흐르는 물이 ‘해’(바다, 하늘, 근본)로 돌아가기 위해 논리의 근거로 ‘江’을 둔 것처럼 ‘하늘→머리→손’으로 흐르던 논리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예비된 반전이 ‘손톱(爪)’이다. 하늘(천, 天)→머리(자, 子)→손(손, 孫)→손톱(조, 爪) 저 위에 있는 하늘로부터 아래로, 아래로 인체로 이어져 계속 흐르던 논리가 다시 근원이 되는 하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방향의 선회가 필요한데 한자를 만든 이들은 ‘손톱(爪)’을 ‘조’라는 음(소리)으로 부름으로써 다시 뿌리(근본)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나타냈다. 이것이 ‘손톱’을 ‘爪’로 쓰고 ‘조’라고 발음하는 이유다. ‘조’라는 음(소리)은 ‘조상(祖上)’, ‘조국(祖國)’, ‘조국(肇國)’, ‘원조(元祖)’ 등의 글자에서 보듯이 ‘시작’, ‘뿌리’, ‘근본’을 의미한다.
‘爪’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爲(할 위)’, ‘乳(젖 유)’, ‘愛(사랑 애)’자 등의 풀이인 ‘하다’, ‘젖’, ‘사랑’ 등의 의미가 모두 하늘을 뿌리로 한 용어라는 것도 ‘爪’자의 ‘조’라는 음과 관련이 있다. ‘天(하늘 천)→子(아들 자)→孫(손자 손)→爪(손톱 조)’는 하늘과 사람의 관계 그리고 인체를 통하여 하늘과 사람이 어떻게 소통하며 순환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역사를 잃어버린 까닭에 ‘천자’라는 개념을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자손’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미 하늘의 자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표현들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 ‘하늘’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또 ‘손’에서 ‘손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사람의 몸을 이용하여 자연은 순환한다는 논리 구조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사람은 곧 소우주’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단순히 사고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의 몸은 우주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사람을 알면 우주를 알고 우주를 알려면 사람의 몸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옥구 한자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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