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속국' 전락 위기 처한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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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재원의 우리 희망 토종약초<1>이렇게 좋은 기후와 땅을 두고도! 다국적 기업들의 무차별 공격에 일방적으로 패배한 우리 종묘회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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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IMF 때 총소리 없는 전쟁을 치루었다. 그것은 바로 씨앗전쟁이었다.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경제 불황을 틈타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종묘회사를 무차별 공격했다. 그것은 대등한 입장에서 치른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패배로 끝나버린 항복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국내 1위의 종묘회사인 흥농 종묘가 1억 달러에, 2위인 중앙 종묘가 1,800만 달러에 멕시코계의 다국적 기업인 ‘세미니스’사에 넘어갔고, 3위인 서울 종묘도 스위스계의 다국적 기업인 ‘노바티스’사로 넘어 갔으며, 청원 종묘도 일본의 ‘사카다’사에 넘어가고 말았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흡수합병을 계속해온 미국, 스위스, 일본 등의 다국적 거대 자본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더구나 ‘세미니스’사는 경기도에 1만평 부지를 150억원에 매입, 종자 가공 처리시설을 해놓고 본격적으로 종자 식민지를 개척할 채비를 하고 있다. 컴퓨터「글」이 넘어 갈 때는 다행히 3 .1 운동에 버금가는 애국운동이 일어났으나 그에 못지않게 절박한 우리의 식량종자가 앞으로 남의 손에 좌지우지 되게 되었는데도 그 심각성을 모른 체 대책 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종자라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으뜸이며, 사진으로 비유하면 원판에 해당되는데 이것을 모를 턱이 없는 그들이 호시탐탐 노리던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닌 보물중의 보물이 물과 토종 씨앗(씨)인데 전국에 약 80개의 생수업체가 생겨나면서 그 흔하던 물을 사먹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가 되어 버렸으며, 이제는 토종 씨앗마저 남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연간 1,500억 원에 이르는 국내 종자시장의 7할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 가버린 셈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씨앗에 유전자 조작처리를 하여 1회용 씨앗으로 개조해버리면 이듬해부터는 종자로 쓸 수가 없으니 만약 외국의 종묘 회사들이 이 방법을 무기로 들고 나온다면 해마다 그 종묘 회사의 종자를 구입하지 않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될 우려도 없지 않다.
1992년 164개국이 서명한 브라질의「리우환경회의(유엔 산하기구. 환경식량 관련 국제기구)」의「생물 다양성 협약」에 따르면 특정 국가가 보유한 유전자원을 이용해 신품종을 개발할 때는 보유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개발 기술도 유전자원 보유국과 함께 사용토록 규정해 놓고 있어 세계 각국의 동식물 유전자원을 확보 독점한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 등의 선진국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무기화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세계수준이었던 우리의 고추, 무우, 배추 등의 육종 기술도 우리것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며 이렇게 좋은 기후와 땅을 두고도 종자속국의 신세가 되고 말 전망이다. 현재 양배추, 방울토마토, 피망, 멜론 등의 연간 종자 수입액이 각각 수백만 달러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 진흥청 산하단체인 농업과학 기술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이 본격화된 1985년부터 1993년까지 8년 동안에 토종작물의 74%가 집중 멸종된 기간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방질이 적어 맛이 뛰어나고 번식력이 좋은 토종돼지는 1950년 봄에 실시한 조사에서 3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멸종 상태에 있다. 토종돼지는 혈통 보존을 위해 그 동안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과 경남 합천군 대양면에서 각각 100마리씩 격리 사육되었다. 또 소수의 품종을 선별하여 대전 종축장에서 10마리, 제주도 축산 사업소에서 30마리가 1993년부터 유전자세탁 작업을 거쳐 혈통보존 작업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연변의 토종돼지를 가져오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외국에서는 우리의 토종종자 반출에 혈안이 되어 있던 그 시기에 우리는 몸무게가 22~37kg밖에 나가지 않는 토종돼지를 식량 증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여 버리고 200~250kg이 나가는 송아지 만한 바크샤를 키웠다. 수확량이 적은 토종오이는 마디마다 열리는 다수확품종인 미국오이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고, 목화솜 대신에 캐시미론을 택하면서 목화를 심는 농가가 사라져 버렸다. 우리의 양념으로 빼놓을 수 없던 고추도 토종은 멸종되다 시피 했다. 토종 고추에는 비타민C가 사과의 18배나 들어 있어서 풋고추 3개면 비타민C의 1일 섭취량이 충족되는, 그야말로 비타민C의 엑기스이다. 그래서 민간요법으로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비타민C가 공급되어 감기가 치료된다고 하는 것이며 고추를 중요한 양념이라고 한 것도 약으로 생각하라고 약념 藥念이라 했던 것이다.
또 그 흔하던 자주 감자도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자주감자는 서기 1824년 순조 때 간도 지방을 통해 들어와 150여 년간 재배되었으나 해방 후 들어온 미국 감자에 밀려 멸종의 길을 걸었다. 자주 감자는 칼륨이 밥의 16배로 고혈압에 특효를 내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는 감자를 우리의 인삼처럼, 의약품으로 취급할 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감자를 심어보면 흰 감자는 7월20일경이면 보통 줄기가 썩어 없어지는데 자주 감자는 그때까지도 싱싱한 줄기를 자랑하고 있다. 겨울에 보관을 해봐도 흰 감자는 갈무리를 잘 하느라고 해도 썩는 것이 많지만 자주 감자는 좀처럼 썩는 일이 없다. [반재원 씨학회 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