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신곡 ‘초혼’ 뮤직비디오에 대한 단상
5월 15일 장윤정의 소속사 인우기획에 따르면 KBSㆍSBSㆍMBC 3사는 '초혼 뮤직비디오'에 대해 각각 15세 이상 관람가, 재심의(보류),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장윤정의 ‘초혼’ 뮤직비디오를 보면 대강 이렇다.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꽃다발을 준비하여 만나러 가는 도중, 님을 기다리던 여인은 교통사고를 당하여 갑자기 사망한다. 비보를 들은 남자는 달려와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안고 통곡을 한다. 가슴 속에 그녀를 묻고 나날이 괴로운 삶에 방황한다. 그 과정에 시비가 붙어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너무 그리운 나머지 무당집을 찾아 굿을 통하여 사랑하는 여인과 재현하고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 이루자고 굳은 약속을 하고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닭을 날려 보내는 행위를 담고 있는 비디오다.
이 과정에서 굿하는 장면이 실제로 등장한다.
주요무형문화재 82-2 서해안풍어제의 인간문화재인 김금화 만신이 등장하여 실제로 진오귀굿을 시연하였다.
굿을 하는 모습은 수왕제석거리와 통돼지 사슬세우기, 비수거리(작두), 그리고 길(시왕)가르기, 마지막으로 닭을 허공에 날려 보내는 것으로 비디오는 끝을 맺었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방송 3사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초혼’이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인다는 뜻으로, 제목에 부합하는 우리 민족의 전통신앙의식인 진오귀굿 장면이 들어갔다고 해서 방송 못할 이유가 없다.
얼마나 그리움이 크면 굿을 통해서라도 죽은 여인과 만나길 원했을까?
그런 행위를 보고 비과학적이라 한다면 지금 인기리 방송되고 있는 좀비를 비롯한 환타지, 그리고 귀신을 다룬 엑소시스트 등 많은 영상들도 그 내용이 비과학적이라 방송금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독 무속행위가 등장하는 이번 뮤직비디오만 이런 판정을 내린 심의의원들의 문화적 수준과 가치관의 기준은 어디에 두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만약 이 배경이 무당이 아니고 불교의 승려나 기독교, 또는 천주교의 사제라고 하여도 비과학적이라는 판정을 내렸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판정은 다분히 종교적인 시각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를 왜곡하고 재단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사회의 지식인들은 무속을 우리 민족 전통문화의 근간이라고 늘 입으로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독교적 시각으로 무속을 폄하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민족의 전통신앙의식인 굿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단정 짓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 모두가 과학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문화를 가지고 과학적이다 아니다 라고 단정 짓는 것만큼 어리석은 판정을 없을 것이다.
굿이 가지는 있는 가치와 행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스스로 탓하지 않고 하나의 의식을 가지고 과학의 잣대를 갖다 대어 비과학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행태로 심사위원들의 문화수준이 대중들에게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심사위원들의 방송불가 판정은 무속행위가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 배경 영상으로 들어감으로써 무속에 대하여 가지는 호감과 부정적인 시각이 줄어들까 두려워한 기독교 일각에서 저지른 만행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그들이 종교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부정한다고 하여도 문화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의심을 하게 될 것이다.
무속은 민족의 정체성을 가진 귀중한 전통신앙이면서 문화다. 또 굿은 흩어진 민심을 한곳에 결집시켜 해원상생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선善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사회적인 기능을 중요시 여겨 국가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계승시키고 있다.
그러한 행위를 비과학적이라는 말 한마디로 왜곡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문화권력을 가진 자들의 문화를 바라보는 가치와 수준을 보여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혼을 불러들이는 뜻인 ‘초혼’이란 낱말도 비과학적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사람이 죽으면 무당의 몸을 통하여 망자를 다시 불러 살아생전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와 가슴에 쌓인 한을 풀어냄으로써 망자를 위로하고 스스로도 위안을 받는다. 아울러 망자가 이승에 머물면서 산사람을 힘들게 하지 말고 하루빨리 좋은 곳으로 가라는 의미를 가지는 우리 민족의 심성이 담긴 상생의 장이다.
그러니 진오귀 굿은 산자를 위한 것으로 죽은 망자에 억매이지 말고 하루빨리 슬픔과 회한들을 털어내고 일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의식이라 할 수 있다.
또 주인공이 여인을 잃은 슬픔 속에서 방황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한 컷 나오지만 이것을 가지고 폭력적이라고 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판정이다.
여성부에서 대중가요에 술과 담배란 말이 노랫말에 들어가면 19세 이하 금지곡으로 판정을 내려 네티즌들의 거센 반감을 불러일으키듯이 이번 ‘초혼’ 방송불가 판정 역시 네티즌들의 공분을 싸고 있다.
이 판정은 noise marketing(노이즈마켓팅) 역할을 톡톡히 하여 ‘초혼’은 인터넷상에서 인기검색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방송불가 판정으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인기를 얻게 되었으니 기획사는 감사해야 할 일이다.
문화를 심의하고 판정을 내리는 권력자들은 본인이 믿고 있는 종교적인 가치관이나 왜곡된 시각을 버리고 진정 우리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우리의 정신과 시각과 잣대를 가지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고 평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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