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이야기

우리 민족에 숫자 3이란 - 한겨레신문 종교의 창 칼럼

愚悟 2013. 11. 13. 21:57

 

사회

종교

우리 민족에 숫자 3이란

등록 : 2013.11.12 19:52 수정 : 2013.11.12 19:52

 
조성제 무천문화연구소장

[종교의 창] 열린 눈 트인 귀

우리 민족은 유달리 숫자 3을 좋아했다. 3이 두 개 겹치는 날을 삼짇날이라 하여 예전에는 삼짇맞이 고사를 지냈다.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해주는 신으로 세 분의 여신을 의미한다.

삼신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신라 눌지왕 때 박재상이 쓴 <부도지>에서 나온다. 삼신은 마고와 두 딸 궁희와 소희인데, 인류의 창조신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숫자 3은 한국인들과 매우 특별한 관계에 있다.

3은 천지인을 기본으로 음양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길수 또는 신성수라 하여 우리 민족의 생활과 철학에 깊숙이 배어 있다.

숫자 3은 민주주의의 기본구조인 삼권분립을 비롯해 관혼상제 등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과 속담, 격언, 심지어 스포츠 종목 야구 등에서 친근하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진정 삼신사상의 정신은 무시되어 왔다.

삼신사상에선 인간은 태양의 빛과 같이 선하고 깨끗하고 후덕해야 한다는 뜻으로 선청후(善淸厚)라 했다. 이를 인간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 하여 삼진(三眞)이라 했다. 반대로 이 삼진을 파괴하려는 모든 것은 악탁박(惡濁薄)으로 삼망(三妄)이라 했다. 이 삼망에 물들지 않기 위한 가르침이 삼신사상이다.

삼진인 선청후를 지키는 세 개의 관문을 성명정(性命精) 삼관(三關)이라 했고, 삼진인 선청후가 머무는 집을 심기신(心氣身) 삼가(三家)라 했다.

또 삼망인 악박탁이 들어오는 통로를 삼도(三途)라 했는데, 바로 느낌과 호흡과 접촉을 통해 악박탁이 들어와 마음과 기운과 몸을 물들이고, 이것들이 세 개의 관문인 성명정을 부수고 최종적으로 그 안에 존재하는 삼진인 선청후를 소멸시키면 인간은 본성을 잃어버리고 생명이 다한다고 했다.

이런 정신들이 우리 민족 신앙인 무교의 중심사상이다. 이 3사상이 가장 잘 나타난 경전이 민족경전인 <천부경>이다.

천부경 첫머리에 <일석삼극>(一析三極)이란 구절이 있다. 일석삼극이 불교에서는 <회삼귀일>(會三歸一)로, 유교에서는 <삼극지의>(三極之義)로, 민족종교 무교에서는 <생생지생>(生生之生)이라 했다. 이 모든 것이 천지인 합일사상에서 나왔다.

천지인 합일 사상은 3의 사상으로 조화의 논리다. 음양의 논리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적이 아니면 아군이다. 적과 아군 사이엔 대립과 갈등만 있을 뿐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민족정신인 조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음양흑백논리에 지배당해 온통 갈등과 대립뿐이다.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조화와 타협이란 우수한 정신들은 흑백논리에 멍들고 찌들어 힘을 쓰지 못한다.

물질의 풍요와 통신의 발달로 각종 유해환경이 넘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다시 삼신사상을 일깨워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에선 근래 삼신으로부터 전해진 사상과 민족신앙인 무교를 폄하하고 무시해왔다.

무교의 무(巫)자는 천지인 합일사상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무교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라는 사상을 일깨워주는 우수한 가르침이고 신앙이다.

우리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무교에서 유래한 행위를 늘 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먼저 반갑지 않은 사람이 찾아왔다 갈 때 문 밖으로 소금을 뿌린다든지, 한여름 녹조 현상이 심할 때 황토를 뿌리는 행위, 그리고 교도소에서 나올 때 제일 먼저 두부를 먹이는 것 등 우리가 폄하하고 무시한 무교에서 부정하고 삿된 기운을 물리치고 정화할 때 하는 행위들도 우리 고유의 풍습이다.

<조성제 무천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