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에서 사용하는 꽃의 의미
<동해안별신굿의 호궤등, 황해도굿의 봉죽, 신내림굿의 일월대>
무교의 신당에는 반드시 한두 송이의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신의 강림 통로가 되는 신장대는 꽃을 이용하거나 대나무가지 등을 사용한다. 또 황해도 굿을 할 때 무녀들은 꽃으로 장식된 모자를 쓰며, 동해안 굿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는 머리띠를 두르고 굿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머리도 맑아지고 신이 잘 내린다고 한다.
무교에 사용되는 꽃은 실제로 존재하는 꽃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꽃, 즉 상상화도 많이 있다. 무교와 꽃은 특별하고도 신성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꽃은 신의 창조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 사회에서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에다 비유한다.
꽃은 아름다운 색과 자태, 그리고 그윽한 향기로 인하여 인간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삶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해 준다.
또한 꽃은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치르는 모든 경조사에 빠져서는 안 될 상징이 되었다.
꽃이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에서는 번영과 풍요 그리고 존경과 기원의 매개물, 사랑, 재생, 영생불멸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무교는 그 어느 종교보다도 꽃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또한 무속에서 사용하는 꽃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지역마다 명칭도 다르다.
그중에서도 수팔연과 살제비는 무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실지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꽃이지만 오랫동안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무교적 사상을 대변해 왔다.
19세기 조선시대 난곡(蘭谷)의 <무당내력>에는 서울굿 그림과 함께 수팔연꽃이 등장한다.
이 수팔연꽃은 서울굿뿐만 아니라 황해도굿에서도 등장하는데 서울굿 대거리에 사용한다.
굿상에 올려 진 계피팥편 위에 수팔연꽃을 장식하는데 원칙적으로 연꽃·모란꽃·매화·난꽃·동백꽃·다리화·도라지꽃·단풍잎 등의 식물과 나비와 무당벌레 등 곤충, 그리고 학과 백두조 그리고 원앙 등 조류와 남극노인과 동자 선녀 등의 인물이 덧붙여 만든 꽃인데 요즘은 거의 보기가 어렵다.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수팔연꽃은 인간이 원하는 가장 기본적 욕구인 무병장수와 기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인식된다. 즉 나라의 태평성대와 부국강병, 개인적으로는 무병장수. 부귀. 자손번창 등을 상징한다.
수팔연꽃 못지않게 중요한 살제비(살잽이)가 있다.
재생과 환생의 의미를 띠고 있으며, 바리데기 무가를 보면 버림받은 공주 바리데기가 죽은 부모님을 살렸다고 해서 '바리데기꽃'이라고도 한다.
지노귀굿의 바리공주 사설에는 뼈살이꽃·살살이꽃·숨살이꽃이 등장하는데 이는 죽은 자의 뼈와 살과 숨이 살아나게 하는 재생의 의미다.
바리데기꽃과 같이 동해안별신굿에서도 상상화가 많이 나온다.
오색동화 피는 꽃은 살려내는 환생화요.
자색으로 피는 꽃은 타자일심 성불화요.
삼색으로 피는 꽃은 삼십삼천 천궁화요.
이십팔수 제왕세계 만국복덕 청정화요.
보시목탁 손에 들고 아미타불 불농화요.
청색으로 피는 꽃은 요조숙녀 절개화요.
이 세상에 못살 연분 죽은 후에 상사화요.
멀고먼 황천길에 소식적던 대계화요.
임당수에 몸이 팔려 환생하던 해연화요.
사억팔만 대장경에 만단설법 법문화요.
이렇게 동해안 무가에 나오는 상상화들은 바리데기꽃과 같이 생명의 창조적 활동을 축원하고, 재생의 기원적 상징물로 대부분 인간이 갈망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과 지양해야 할 가치관 과 한을 담고 있는 꽃들이다.
또한 신당에 바쳐진 꽃은 신당의 장식물로서 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신에 대한 인간의 존경심과 정성의 표시인 동시에 성스러움 그 자체로 신이 강림하는 곳으로, 신과의 대화의 통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신당에서는 신당에 바친 꽃들이 무당이 질문을 하면 흔들리면서 그에 대한 화답을 하여 준다고 하는데 이때는 꽃이 신체가 되는 것이다.
도당굿이나 부군굿 등 마을굿을 할 때에도 봉죽이라는 큰 서리화를 피워 높이 세우기도 하고, 동해안에서는 호궤등을 만들어 높이 세워 두는 것은 신이 강림하시는 통로로 이용하시라는 뜻이다.
즉 신당이나 굿에 사용하는 꽃은 신이 강림하시는 통로, 즉 신대神竿인 동시에 성스러운 신체神體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솟대·서낭대·서리대·신장대·혼대 등으로 불리는 이것들은 한웅천왕의 웅상이 변하여 된 것으로 일종의 우주목으로 신이 하강하는 통로로 여겼다.
대내림을 할 때 대나무나 소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신이 강림한 것으로 나무 자체가 신체가 된다.
굿상에 차려지는 지화는 신대의 변형으로 신이 하강하시는 장소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교에서 사용되는 꽃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진오귀 굿이나 동해안 오구굿에 사용되는 꽃은 죽은 이의 혼을 불러들이는 매개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오귀굿은 죽은 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하여 하는 굿이다.
좋은 곳이란 고통과 걱정이 없는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을 이야기 한다. 그럼 고통과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왔던 칠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서울 지노귀굿의 사재삼성거리에서 무당은 망자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사자'의 역할과 동시에 죽은 망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무당은 머리에 무명과 베를 반으로 찢어 새끼 꼬아 머리에 묶은 후 꽃 두 송이를 꽂고 등에는 명태를 매는데, 이는 망자를 상징화한 것이다.
이 거리에서는 꽃의 의미도 이중적이다. 무당이 사자의 역할일 때 꽃은 망자를 모셔간다는 것을, 망자를 상징할 때는 이상세계를 뜻한다.
이렇게 무교에 꽃이 많이 사용되는 본질은, 꽃은 천지신명의 정기를 뜻하며 그것은 바로 자연의 정기인 것이다. 자연은 아름답고 생동하고 생성한다. 꽃은 여러 가지 빛깔과 연연한 자태를 지녔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며, 또 아무 것도 없는 무(無)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생명의 창조를 의미하는 생동이며, 꽃은 열매를 맺으므로 생성이라고 볼 수가 있다. 열매는 다시 씨앗으로 변하여 다시 꽃을 피우니 영생불멸 영원함을 상징하는 신과 동일체가 되는 것이다.
끝으로 굿이 끝나면 모든 꽃으로 불태운다.
이것은 꽃이 신체였기 때문에 불태움으로써 다시 천상세계로 올라갔음을 의미하며, 아울러 인간의 염원을 볼꽃과 연기로 하늘로 올라가 절대자인 조물주에게 전달해 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꽃은 삼한시대를 거쳐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까지 궁중에서 많이 사용하였다.
개선장군에게 하사하는 꽃,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사람에게 꽂아 주는 꽃, 연회에 쓰는 꽃, 음식상에 장식하는 꽃 등 수없이 많은 행사에 이용되었다.
꽃을 관리하는 관직으로 왕이 하사하시는 꽃을 전달하는 선화주사宣花酒使, 선화주사로부터 꽃을 받아서 꽃을 꽂을 대상자에게 꽂아 주는권화사勸花使, 꽃의 운반을 감독하는 압화주사押花酒使, 꽃을 거두는 인화담원引花擔員 등이 있었다.
또 조선시대에는 꽃을 전문으로 만드는 장인을 상화롱장狀花籠匠이라 불렀다.
이들은 제사 및 시호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관청인 봉상시奉常寺에 배속되었다.
화공은 꽃 일에 들어가기 전에 목욕재계하고 초상집 방문이나 합방 등 부정한 것을 삼가고 소찬음식으로 치성을 드리고 작업 중엔 누린 것과 비린 것을 금하고 바깥출입도 삼가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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