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초감응거리
황해도 굿에서 보통 두 번째로 하는 거리로 부정거리 또는 초감응거리라고 한다.
이 거리는 오늘 드리는 신사를 위하여 모든 신들과 조상들이 굿판에 참석하러 오시니 굿판을 깨끗이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부정거리는 높으신 신령들을 먼저 모시고 다음으로 조상들을 청배하여 좌정시키는 순서로 진행한다.
이때 급한 조상들은 먼저 치고 들어오는 수도 있다. 이런 조상들을 무시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굿 덕을 보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신령들 모다 먼저 급하게 치고 들어오는 조상들을 무시하지 않고 조상의 한을 풀어주고 달래주는 것이야 말로 바로 제가집을 위한 굿이며 가리를 잡으면서 하는 굿이라고 할 수 있다.
덩더꿍 춤 잘 추고 소리만 잘한다고 굿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굿 순서에는 어긋나지만 이렇게 급하게 치고 들어오는 조상을 달래주어야만 굿을 하는 제가집을 위하여 좋은 것이다.
나중 조상거리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지만 사실 굿의 구조를 보면 모두 굿을 하는 만신을 위한 굿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가집은 무엇이 급박하여, 무엇을 간절히 원하여 그것을 이루고자 굿을 하지만, 굿판을 가보면 그런 급박한 상황은 제가집 만의 사정이고 굿을 하는 무교인은 혼자 신이 나서 신명을 신나게 놀리고 있다.
이렇게 신명나게 신을 모시고 노시게 하는 것은 만신이 모신 신명을 신나게 함으로서 신의 도움으로 제가집의 어려움이 해결된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명을 한분도 빠트리지 않고 신나게 놀리는 것은 제가집을 위하는 것도 있지만 뒷면에는 만신 자신을 위하여 노는 것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 굿을 잘못하면 뒤 일이 막힌다고들 말한다.
굿을 하고 난 뒤 다음 일이 안 잡히고 손님도 들지 않으면 무슨 신명을 잘못 놀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신들을 신나게 놀리는 것도 좋지만 신들보다 먼저 치고 들어오는 제가집의 조상들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굿은 바로 제가집 조상들의 맺힌 고를 풀어주고 달래주므로 그 제가집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제가집 조상이 도와주지 않으면 완전한 굿 덕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황해도 굿이나 서울굿이나 그 어떤 지방굿이라도 부정을 쳐 내는 순서는 반드시 있다. 이 부정을 쳐내는 순서가 생기게 된 것은 바로 계불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신라 눌지왕 때 일본의 목도木島에서 순절하신 박제상(363~419)선생이 쓴 <부도지> 제 10장을 보면 계불禊祓이라는 말이 나온다.
「유인씨가 천년이 지내고 나서 아들 한인桓因씨에게 천부를 전하고 곧 산으로 들어가 계불禊祓을 전수하며 나오지 아니 하였다.」란 대목에서 처음으로 계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까마득한 상고시대 불교가 나오기 수천 년 전에 계불이라는 말이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였던 것이다.
계불禊祓이란 소도蘇塗 제천행사(神市, 朝市, 海市)를 지내기 전에 먼저 목욕재계하는 유습으로 아직도 우리 민족의 제사의식에 남아 있다. 또한 계불과 유사한 계욕禊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처음 나오는 곳은 “삼국유사 가락국기”에서 나온다.
이것은 계불과 계욕이 비슷한 의미로 같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가 있다.
계불은 수계제불修禊除祓, 계사禊事, 불제祓除, 제불除祓 등의 말과 함께 쓰이고 있는데 이것은 박달나무에 신시神市를 열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의 일부라고 한다.
또한 계불 의식은 처음에는 종교적인 행사로 시작하였으나, 신시시대에 인간들이 어육魚肉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인간으로 하여금 반성하고, 조상에 대하여 기른 공을 보답하기 위하여 희생제犧牲祭를 올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희생제를 올릴 적에는 피에 손가락을 꽂아 생명을 성찰하고, 땅에 피를 부어, 기른 공을 보답하게 하였는데, 여기에는 물체物体가 대신하여, 오미五味의 과過에 보상함으로써 재앙을 멎게 하려는 육신고충肉身苦衷의 고백이 있었다고 부도지를 해석한 김은수 선생은 말하였다.
이러한 의식이 전 세계로 전파되어 신에 대한 제사의식으로 행하게 되었으며, 또한 지구상의 모든 종교의식 및 인간들의 제사의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무교에서 하는 굿이라는 행위도 바로 계불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가 있으며 우리의 굿이 가장 전통을 지키고 있는 제사의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계불禊祓이란 말뜻을 한자어로 풀어 보면, 부정을 씻기 위하여 목욕을 하는 것이 계(禊)라 하였고, 부정을 없애기 위하여 푸닥거리하는 것을 불祓이라 하였다.
이 말은 계불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계禊는 목욕재계하는 것이고 불祓은 푸닥거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계불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한 것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푸닥거리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초부정거리는 부정한 것을 소멸시키고 주위를 깨끗이 정화시킴으로써 신들을 기쁘게 하여 신의 도움을 받아내는 계불 의식이라 생각한다.
초부정거리는 만신이 홍치마에 남쾌자를 입고 홍관디를 두르고 백학흉배를 앞에 청학흉배를 등에 붙이고 머리에는 자주띠를 두르고 호수갓을 쓰며, 왼손에는 방울과 제금 오른손에는 만감응부채를 들고 장구 앞에 서서 만세받이를 하면서 시작한다.
부정거리
모여라오 모여라오 부정신령님 모여라오
부정신령님 모실 적에 영부정신령님 모여라오
사바세계 남선부주 해동하구는 조선국에
지정은 나라님 지정 궐내 전으로 부군님 궐내
해운다년은 00년에 달의 월색은 00달
날로 천문은 00일이요
부정신령님 모실 적에 칠일재배는 오일닷세
삼일입소는 금일정성 들어선 곳은 뉘가중이냐
대한가중은 00가중 00안당 자손들의 일심정성
신의 원당은 00씨 원당 이 놀이 영천을 대령일 때
하늘이 아시는 영천이요 땅이 아시는 생수록에
천하부정 지하부정 원가부정 근가부정
대문부정 중문부정 문간으로 사신부정
옥황부정 신선부정 세인부정
이 나라로 이씨부정 저 나라로 천자부정
강남대한국에 호교부정 하늘땅에 설법부정
인간생겨 봉립부정 만리타국에 사신부정
우주월강에 왕래부정 본산부정 먼산부정
팔도명산 본향부정 도당부정 목신부정
석신부정 서낭부정 용마루에 사초부정
안에 안당 피부정이면 성주부정 지신부정
팔만주요 화덕부정 장독간에 오수라지부정
변소간으로 칙사부정 대마당으로 벼락부정
거리노중에 홍액부정 일등귀신에 각귀부정 사해바다 용신부정
떡을 받아서 식신부정 술을 빚어 주부정
만조상에 영실부정 신조상에 사줄부정
천닷섬에 떡을 빚어 일백닷말 술을 빚어
영부정 신령님 대접일 때 만조상이 놀러오소
00씨 대주 00씨 안당 귀주 조상님네
서낭에다 길을 열어 대신발에 좌정하여
신의제자 입을 빌어 소원성취 풀어갈 때
만성수님들 화해를 받아 초영정 초부정에
00가중 00안당을 받들어 주고 도와줘요
이렇게 만세수받이가 끝이 나면 만신은 부채와 방울을 두 손에 높이 들고 신을 청한다.
이때 신명을 받아 모시기도 하지만 영이 밝은 만신들은 먼저 조상들이 치고 들어온다.
간단한 공수를 주고 난 뒤 거상 춤을 다시 춘다.
이때 추는 거상 춤을 황해도 만신들은 연풍돌기라고 한다.
칼, 삼지창, 뚝대, 무명, 베, 조상옷, 오방기 등을 들고 연풍을 돌며 거상한 후 실리는 조상들을 위한 헤원덕담을 하고 제가집을 위한 덕담으로 공수를 준다.
이어서 만신은 다시 소당기와 부채를 들고 춤을 추다 다시 대신발을 들고 춤을 춘다.
대신발은 주성들이 내려와 앉는 곳으로 조상과 만신이 서로 소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신발은 지노기굿을 하고 나 뒤 삼베나 무명천을 한 줄씩 끊어와 엮어 만든 것으로 대신발이 많을수록 만신의 경력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어 대신발로 부채를 높이 들어 내리며 사방을 돌며 절을 한다.
그리고 대신발을 어깨에 걸치고 삼베를 왼손에 든 후 그 위에 막걸리 양푼을 올려놓고 국자로 술을 뜨면서 흘림공수를 준다.
이때 구조상과 신조상을 차례로 받아드려 제가집을 위한 공수를 준다.
이어서 요즘 잘 하지 않는 복잔을 제가집에게 내려 준다.
복잔을 내리기 위하여 소반에 따로 차리는데, 감응베를 상위에 깔고 제가집 나이 순서대로 차례로 술을 반쯤 부어 술잔대에 받쳐놓는다.
이때 사용하는 술을 조라술이라고 하는데 병에 담아 솔잎으로 병주둥이를 막아 두었던 술이다.
만신이 소반 한쪽을 잡고 축원덕담을 곁들인다.
이 잔은 0씨 00생 대주님의 복잔입니다.
이 잔은 0씨 00생 기주님의 복잔입니다.
이번 신사 드리고 삼년이 무고해 모두 건강하게 가운이 번창할거면 복잔을 받으시고 다시 복잔을 내려주십시오.
이렇게 하고 난 뒤 수가 좋은 사람은 소반 위에 놓아둔 술의 중앙이 솟구쳐 흔들려 지기를 준다. 수가 나쁜 사람은 잔만 흔들리고 술이 솟구쳐 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만신은 다시 나쁜 액수의 달월과 어떤 인간들을 조심하라고 공수를 주고 다시 신에게 축원하여 복잔의 술이 솟구쳐 오르기를 기원한다.
그것이 끝이 나면 복잔을 가가자 나눠주어 마시게 한다.
이런 식으로 제가집 식구 모두에게 복잔을 내린다.
우리 조상들은 제상에 올리는 3가지 신성한 음식이 있다.
첫째가 메라는 밥이며, 둘째가 단군의 덕을 의미하는 떡이며, 셋째가 조라술이다.
여기서 조라술은 우리 흔히 먹는 감주甘酒라고도 한다.
이 조라술은 도당굿이나 부군당 굿 즉 마을굿을 하기 위하여 담는 술을 말한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강릉시민들이 조금씩 모은 쌀로 보름 전에 조라술을 담아 둔다.
조라술을 담글 때는 마을에 흐르는 개울 상류에 가서 일정구간을 봉한 다음 그곳에 금줄을 친 후 금줄을 친 구역 안에서 물을 떠다가 밥을 쪄서 항아리에 담아 두고 술을 담근다.
또한 항아리도 제당 부근에 미리 금줄을 치고 파둔 구덩이에 묻어 술을 익힌다.
술이 다 익으면 마을굿을 하기 전날 새벽 자시에 조라 치성을 드린다.
이렇게 신에게 바칠 조라술은 금줄을 치는 등 여러 가지를 금기시 하면서 마을 전체가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술을 담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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