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결실(結實) 2

절반의 결실(結實)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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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에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쓴 칼럼이 절반의 결실이란 글이다.

이 때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는 다음과 같았다.

 

『점술인 예언 사기 아니다”란 제목 밑에 “대법원 무죄 판결”이란 작은 부제가 있는 기사였다.

그 내용인즉 「대법원 2부(주심 孫智烈대법관)는 21일 집안의 불행을 없애주겠다며 돈을 받고 제사를 지내다가 사기 및 공갈혐의로 기소된 역술인(?)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金씨가 피해자인 李모씨 일가족을 상대로 조상 천도제를 지내면 실명한 가족이 눈을 뜰 수 있다며 돈을 받았지만 피해자를 속이려고 한 의도가 없었으며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천도제를 안하면 가족 사업 실패 등의 불행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도 피해자들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것이 아니어서 공갈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金씨는 1997년부터 2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가족의 불행을 막아주겠다며 李씨 가족들에게서 9백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고소되었다.

이 대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하급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내린 판례가 있다.

 

첫 번째 판례는 무속행위를 통하여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그 시행자인 무당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 기망행위(사기)를 불인정하였다.

(서울동부지법 2008.5.22. 선고 2007가합7018 판결)

 

두 번째 판례는 이른바 내림굿을 통하여 무당이 되게 하여 주기로 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으니 죄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1991.5.28. 선고 90가합12694 판결)

 

이런 판례를 통하여 많은 무교인들은, 즉 굿이 미신적인 행위로 사람들을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수단이라고 잘못 생각하던 많은 사람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다시 말하여 우리의 굿을 하나의 종교행위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무교가 종교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결과로 얼마나 부당한 대접을 받았는가?

굿을 하고 난 뒤 그 집에서 바라던 일들이 성사되지 못하였다고 사기로 고소 당한 무교인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사찰이나 교회, 성당 등에 기부금을 내고 난 뒤 자기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고소하는 신도들을 보았는가?

부처님 앞에서 무릎이 부서지라 절을 하고, 예수님 앞에서 두 손 모아 힘차게 하나님을 울부짖으며 광적으로 기도를 하여도 자기가 바라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의 믿음이 약해서 부처님과 예수님이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고 더욱더 열심히 절하고 기도한다.

그러나 무교인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돈만 주고 굿만 하면은 모든 소원이 즉시에 이루어지리라 믿고 있으며, 무교인 또한 그런 식으로 유도를 한 것이 문제였다.

이러다 보니 거액의 굿 비용을 요구하고, 소원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사람은 거액을 투자하여 굿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정성을 드리지만 정성을 드리고도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사기라고 고소하는 악순환들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판결로 더 이상 굿의 결과로 인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이런 판결은 우리 무교인들 뿐만 아니라 무교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줄기차게 노력한 결실이라 생각한다.

이제 무교에서 정성을 드리고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사기로 고소하여도 법적이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으니, 오랜 세월동안 멸시와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선량한 무교인들에겐 절반의 결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도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문구가 있다.

피해자 즉 정성을 드리는 사람을 속이려고 한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책임을 우리 스스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피해자는 항상 속았다고 강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 등을 생각하면 이번 판결로 무조건 좋아할 것이 아니라 무교인들 스스로가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금전을 받고 정성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민족종교의 사제로서 존경받을 수 있게 행동과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한사람에게 여러 차례 같은 목적으로 돈을 받고 정성을 드렸지만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무교인들이 이런 식으로 한 사람에게 돈을 받아오다 사기로 고소당한 예가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같은 목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굿 등을 하였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판결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설령 법원의 판결을 비켜간다고 하여도 도덕적으로, 종교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행동으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판결로 우리 무교가 절반의 결실을 거두었다는 것은 민족종교인 무교도 이제부터 어느 정도 종교로서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무교가 법원의 판례에서의 거든 결실을 바탕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종교가 될 수 있도록 하여 나머지 절반의 결실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절반이 아닌 완전한 결실을 얻었을 때 무교는 진정한 민족종교가 되고 무교인은 사제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민족종교의 사제로서 타종교의 사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무교인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가졌던 장사꾼 같은 행동을 버리고, 개개인의 자질과 교양을 한층 높이는 일에 전념하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판결들이 금전에 눈이 멀어 장사꾼이 되어버린 일부 악질 무속인들이 자기들의 사기행각에 방패막이가 되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결코 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이런 판결을 빌미로 엉터리 사기꾼 무속인들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금전을 갈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며, 그런 파렴치한 행동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런 점 등 때문이 사기 치는 악질 무속인들이 많이 늘 것이라 예건하였는데, 그 당시 염려하였듯이 지금 일부 악질 사기꾼 무속인들의 행태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 큰 걱정은 현제 30,40대 초보 무속인들의 행태가 너무 겁이 없고 막무가내라는 것이 앞으로 더 많은 사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느끼기에 무교의 앞날이 걱정스럽고 심히 염려스러운 것이 지나친 나의 노파심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