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 칼럼

내림굿 이대로 좋은가?

愚悟 2006. 6. 2. 14:27

내림굿 이대로 좋은가?

요즘 지방의 무교인들을 만나고 다니다 보니 내림굿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무교인들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강신무와 세습무다.

세습무는 혈연이나 지연 등으로 엮여서 학습을 통하여 굿이라는 무교의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로 진도 씻김굿과 남해안 별신굿, 그리고 동해안 별신굿과 강릉단오굿을 맡아 하는 무당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많은 학습으로 가무가 뛰어나 전통문화로써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강신무는 어느 날 갑자기 신을 접하게 되어 무당이 되는 경우를 이야기 하는데 강신무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내림굿이란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내림굿이란 말이 생겼고 시작되었는지 문헌을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최초의 무당이라고 할 수 있는 기록이 단군세기에 나온다.

즉, 부루단군이 붕어하고 난 뒤 국민들이 부루단군을 추모하기 위하여 흙으로 단을 쌓고 옹기에 곡식을 넣어 모셔두고 그 앞에 나이 많은 여자들이 모여서 부루단군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적인 힘이 뛰어난 여인들이 무당이 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보아도 특별히 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특별한 의식, 즉 내림굿 같은 의식을 하였다는 기록이 없다.

그리고 그 후 무당이 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여기서 유추해 보면 내림굿이란 무당들이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무당의 양산을 막기 위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스스로 만들어 낸 하나의 과정이 아닌가 한다.

이미 신의 사제로 선택된 사람. 즉 무당이 될 사람은 내림굿을 하지 않더라도 벌써 무당으로서 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꼭 내림굿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무당으로서 능력을 지녔건만 신의 세계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무당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림굿이란 과정을 거쳐 무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신의 선생이나 신의 부모를 만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내림굿이란 행태를 보면 무당들이 너무나 잘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들도 무당이 되기 전에 온갖 풍파 다 겪어 있는 금전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무당의 길로 들어설 때 받은 어려움은 다 잊어버리고 내림굿이란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고 있으니 과연 내림굿이 필요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내림굿이란 이미 몸에 와 있는 신을 가려 받아 모시고 또 받지 않아도 될 허주 즉, 잡신을 보내는 과정이건만, 내림굿이라고 하면 없는 신을 받아주는 것으로 생각을 하여 몸에 오지도 않은 신을 억지로 받아 주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으니 엉터리 내림굿이 성행하게 되고 그 결과 엉터리 무당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즉 흔히 말하는 조상신은 잘 천도하여 보내주면 그만 일 것을 그 조상을 신으로 착각하여 오지도 않은 천신을 억지로 받아 모시려고 하니 가장 힘 드는 굿이 바로 내림굿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제대로 신명이 내려 썬 제자를 내림굿을 하게 되면 힘들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신명을 스스로 다 받아 모시니 말문 못 턴다고 걱정하거나, 신이 오지 않는다고 무자비하게 뛰게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신 선생들은 어떤 신명을 모실건지 가리만 타주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림굿을 하고 나면 그 무당은 신의 선생이나 신의 부모에게 종속되어 모든 것을 다 상의하고 맡겨서 굿을 비롯한 무교의 행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신의 제자나 신의 자손들이 맡아 온 굿을 처리하면서 신의 부모나 선생이라는 무당들이 금전적인 욕심을 부려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즉, 요즘 내림굿은 무당들이 자신의 영업점을 하나 더 내는 것 이외 더 이상 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신 제자를 하나 내어 놓으면 금전적인 많은 이득을 챙기게 되지만 내림굿 할 때 많은 돈을 요구하는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챙겨 내림굿을 해주고 그 후엔 다시 굿을 맡아오면 그 굿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많은 돈을 챙기는 행태로는 신의 부모와 자손으로 존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지방으로 다니다 보니 남쪽에는 거의 신의 부모가 없다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부분 무당들이 자신 혼자 자다가, 혹은 일을 하다가 저절로 말문이 터져 신을 모시고 되고. 그리고 혼자 신당을 차려 잘 불리고 있었다. 오히려 잘 불리고 있다 진적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무당들의 잘못된 공수를 받아들여 신불림이 막혀버린 경우는 많이 보았다.

요즘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도 내림굿을 생략하고 혼자 스스로 무불통신으로 말문을 열어 무당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내림굿 과정은 3년을 신의 선생 집에서 살면서 공부를 한 후 내림굿을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런 긴 과정을 거쳐 무당이 되는 것이 바로 예전에 우리들이 하였던 성무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신을 접한 사람이 스스로 신의 선생의 법당에 찾아가서 신의 인연을 확인하고 그 집에서 생활하면서 인간의 정분을 쌓아가고 어머니와 딸로서의 관계를 돈독히 한 다음 내림굿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내림굿이란 몫 돈을 만지는 기회로 삼으려는 무당들의 욕심에 함부로 남발되고 있다 하겠다. 또한 신 선생으로 자질과 능력이 의심스러운 무당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점점 내림굿에 대한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혼자 스스로 터득하여 신을 모시는 무당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필자는 내림굿이란 과정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형태의 내림굿은 절대 반대 한다고 분명히 밝혀둔다.

과연 내림굿이란 무엇이고 내림굿을 하는 무당과 신을 받는 무당들의 자질과 능력을 다시 한 번 검증하였음 한다.   

'삼지창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끝없는 무당의 욕심  (0) 2006.06.21
누워서 침뱉는 무당  (0) 2006.06.18
비싸도 너무 비싸다  (0) 2006.05.15
하늘의 소리를 듣는 귀고리  (0) 2006.04.03
무교는 기복신앙인가?  (0) 200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