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다!'... 국회 '국민소통' 새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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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낭송가협회·환타임스 주최 '제1회 대한민국 국회의원 시낭송예술제' 여야 의원 11명, 정당·정파 뛰어 넘어 '하나'로 호흡... 정치권 화합 새 지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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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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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울림으로 국민소통을!' 2011년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 이 날, 이 곳에선 국회 사상 최초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과 정파를 뛰어넘어 한자리에서 영혼이 담긴 시를 낭송하며 정치권 화합, 나아가 국민과의 소통에 나선 것. 전국시낭송가협회와 환타임스, 한나라당 김용태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사)한국문인협회와 (사)한국시민자원봉사회 등의 후원으로 열린 '제 1회 대한민국 국회의원 시낭송예술제'가 그 역사적 현장.
▲ '詩의 울림으로 국민소통'을 테마로 한 '제 1회 대한민국 국회의원 시낭송예술제'가 17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려,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김향기 기자 | | 이 예술제는 시 낭송을 통해 최근의 한미FTA 비준을 둘러싼 여야간 격렬 대치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갈등과 충돌 문제를 극복하고 나아가 정치권과 국민간 불통(不通)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 날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예술제가 진행되는 동안 당면 현안인 한미FTA 국회 비준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긴급 의총을 여는 등 국회에는 긴장감이 가득찬 상황이었다. 그러나 행사 취지에 공감해 시 낭송을 약속했던 여야 국회의원들은 전원 예술제에 참여, 시를 낭송하는 의지를 보였다. 강명순 김성동 김을동 김용태 김재균 김형오 이종혁 전여옥 정두언 정영희 조윤선 의원 등 모두 11명이 주인공.
이들 의원은 학창 시절 애송했던 시 또는 자작시들을 읊으며 현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과 하나로 호흡했다. 첫번째로 무대에 선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학창 시절 윤동주, 이육사, 한용운 등으로 대표되는 민족 시인들의 시에 매료됐다며 낭송시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선택했다. 이번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5선의 중진으로, 동아일보 기자를 거친 언론인이자 수필가로도 활동하는 김 의원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시를 낭송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고 밝혔으나, 비교적 긴 시를 원고를 보지 않은 채 낭송해 청중들 사이에서 "대단하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이어 무대에 선 의원은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예술제를 공동 주최한 김 의원은 문화부장관을 지낸 문학계의 원로 이어령 선생이 지은 '2008년 소원시'를 낭송했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을 지내는 등 이날 행사의 기치인 '국민소통'에 애정을 쏟고 있는 김 의원은 "이어령 선생이 '2008년 소원시'를 통해 걱정했던 모습들이 이 순간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권의 무한격돌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선택했다. 이번 국회에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선정하는 우수국회의원상을 3년 연속 수상하는 등 탁월한 의정활동을 공인받고 있는 이 의원은 "중고교 청소년 시절 가슴 저미며 읽었던 시"라고 낭송시 선택 배경을 밝혔다.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선택한 시는 월간잡지 '순국'에 실린 구순희 시인의 '내려놓지 마'. 청산리대첩의 영웅인 백야 김좌진 장군의 손녀로, 일제치하 독립운동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이 시대 민족운동을 열정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김 의원은 "할아버지의 독립투쟁에 대한 일반 글은 많지만 시로 엮어 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최근 이 시가 있는 것을 알게 됐는데 바로 다음날 이번 시낭송예술제 소식을 접해 시를 낭송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이 선택한 시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다. 서울여자간호대학 총동문회장을 역임하는 등 대한민국 간호 분야의 간판인 정 의원은 "어려운 일에 처할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힘을 내게 해 주는 시"라고 낭송시를 선택한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했다. 지난 15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뒤를 잇고 있는 '정치명문가' 출신의 김 의원은 "그 때는 몰랐지만 오직 사랑으로 품어주신 어머니의 용서와 희생을 토대로 삼아 오늘의 제가 있음을 되새기게 하는 시"라고 배경을 설명한 뒤 "이번 낭송회의 의미가 참으로 깊은 것 같다. 소통의 분위기가 국민에 만개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친구를 그리는 애특하고 가슴 아픈 내용을 담아 직접 지은 '알함브라의 추억'을 선보였다. 계간 '시대문학'신인문학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양화부문 특선, 국제연대 미술창작전 대상 수상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은 김 의원은 시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정국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 야당 소속이면서도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예술제 참가의 용기를 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자작시 '하늘같이'와 '징허게' 등 두 편의 시 낭송을 선사했다. 한나라당 '빈곤없는 나라 만드는 특위' 위원장,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빈곤퇴치연구포럼' 공동대표를 맡는 등 30여년간 빈곤퇴치 운동을 해 와 '빈곤퇴치운동의 대모'로 평가받는 강 의원은 "토론과 화합, 상호보완 정책으로 갈등 없는 국회와 융합하는 넉넉한 지도자를 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며 절절한 낭송에 나섰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은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을 읊었다. 지난해 '국회 함께 일하고 싶은 1위'로 선정된 사실이 보여주듯 '매력덩어리'란 찬사를 듣고 있는 조 의원은 김남주 시인이 지난 1988년 9년간 옥살이를 하고 난 뒤 인생의 기쁨과 고통, 즐거움과 노여움 등 모든 것을 겪고 삶의 마지막에 이르러 쓴 시의 배경을 토대로 "폭력과 미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은 우리 사회가 나눠가져야 할 마음"이라는 뜻을 전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낭송한 시는 박건삼 시인의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KBS 기자를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를 비롯 '폭풍전야'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 등 다양한 책을 저술한 문학도이자 촌철살인의 명쾌함도 겸비한 여장부로 평가받는 전 의원은 "올해 경인년 호랑이 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새기며 늘 기억했던 시"라고 소개하며 예의 '애국심'을 나타냈다. 국회의원 시낭송의 대미는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을 선택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한나라당을 포함한 여권의 대변화와 쇄신, 개혁을 실천적으로 이끌어가는 소장파의 좌장인 정 의원은 음반을 4집까지 내는 등 정치인 가수로서도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행보와 같은 맥락에서 시를 리듬에 맞춰 노래하듯 낭송해 '영혼이 자유로운, 그래서 나아가는 길에 거침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를 실증했다. 정 의원은 특히 시의 분위기에 맞춰 중절모와 바바리코트를 소품으로 준비해 입은데다 옆으로 비스듬히 서기도 하고 율동의 몸짓을 하기도 하는 등 일종의 '종합예술'을 선보여, 청중들로부터 "한번 더" "리사이틀 해 달라" 등의 요청이 쏟아지면서 가장 큰 박수와 환호에 휩싸였다.
'국민소통'에 대한 이들 국회의원의 의지와 열정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날 예술제에서 축사에 나선 정종명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낭송예술제를 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요즘 정치형세가 내일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시낭송예술제를 연다는 것이 엉뚱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어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발상이 아닌가 싶었다. 시시때때로 어지러운 전운이 감도는 국회에서 아름다운 시의 운율이 도도하게 울려퍼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한마디로 추운 겨울 한파에 피어난 장미꽃을 연상할 만 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정 이사장은 "그동안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국민의 참담한 절망감을 하루속히 깨달아야 한다. 여야를 초월해 마음을 터놓고 평소에 좋아하는 시 한 수를 예사롭게 낭송할 줄 아는 국회의원이 많은 의사당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해 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최·주관한 전국시낭송가협회 박운초 회장은 "특별히 오늘 이 행사가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잘못 비추어진 국회의원 모습을 바꾸고, 우리의 말과 글을 사랑하는 정치인의 선량한 자태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더 나아가서는 이 행사가 정치권이 여야를 초월해 '시의 울림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소중한 자리로 뿌리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선적 환타임스 회장 겸 환국위원회 의장. | | 또 행사를 공동주최한 환타임스의 김선적 회장은 27세의 청년기에 한민족의 혼과 소명을 담아 지은 시 '동방의 법고(法鼓)를 읊는 것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천지는 영롱한 영성의 마당, 정성의 참사랑이 이루는 곳..."으로 시작되는 이 시는 대종교 종무원장 출신으로, 현재 환국위원회 의장도 겸하면서 '분단광복'이 아닌 '통일광복'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 오고 있는 민족지도자로서의 김 회장의 족적이 그대로 녹아 들었다. 이번 예술제는 '시'라는 문화영역을 매개로 정치권이 '하나'로 호흡하고 국민소통을 이뤄나가는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의원들의 참여 열기가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모습을 보인 것이 실증한다. 행사 주최측은 이번 예술제가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인데다, 최근 여야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정기국회가 개회 중이라는 현실 등으로 인해 국회의원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할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막상 행사를 알리고, 신청 접수를 시작하자 전체 국회의원의 6분의 1을 넘는 50여명이 긍정 반응을 나타내 주최측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국회의원 시낭송 시간을 1시간으로 잡아, 시 낭송 적정 인원 수가 10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국회의원들 중 정기국회 일정이나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구 일정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시 낭송 참여를 자진 포기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 결과적으로 "신청을 받지 않는 결례를 범하지 않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주최측은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호응에 자신감을 얻어 앞으로 매년 '국회의원 시낭송예술제'를 이어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편 주최측은 '경쟁'이 아닌 '축제'의 의미에 이번 행사에 비중을 실어 시낭송에 나선 국회의원들에게 '가슴울림상' '고운소리상' '천지진동감동상' '열렬호응상' '함박웃음상' 등으로 이름 지은 기념트로피를 시상했다. 이에따라 '가슴울림상'은 김형오 김성동 이종혁 의원, '고운소리상'은 정영희 조윤선 의원, '천지진동감동상'은 김을동 전여옥 의원, '열렬호응상'은 강명순 김재균 의원, '함박웃음상'은 김용태 정두원 의원이 각각 수상했다. 이날 예술제에서는 국회의원들 이외에 시인인 문병란 전 조선대 국문과 교수를 비롯 전문시낭송가인 이서윤, 정은율, 백시향 씨, 강동부 어린이 등이 축하 시를 낭송하고, 권상호 수원대 미술대학원 서예 겸임교수가 행사 취지를 담은 서예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김희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