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부적 써 줄게, 천문 열어줄게
몸 부적? 천문?
천문 열어준다는 뜻은 하늘의 문을 열어준다는 뜻으로 알겠는데 몸 부적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내림굿을 하고 난 뒤 제대로 불리지 못하는 무교인들에게 듣는 소리다.
말인즉, 내림굿을 하고 난 뒤에 제대로 무업을 이행하지 못하는 무교인들에게 신의 선생이란 작자들이 하는 말이라고 한다.
내림을 받고 난 뒤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는 두 가지 예로 들 수 있다.
가장 많은 경우가 무당이 될 사람이 아닌데 나쁜 무속인들의 탐욕에 의하여 내림굿을 한 사람들이다.
일부 나쁜 무속인들이 몫 돈을 챙기기 위하여 내림을 받지 않으면 누가 죽는다던지 아니면 자식에게 내려간다고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집안이 풍비박산 된다고 겁을 주어 어쩔 수 없이 내림굿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한 가지는 무당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거나 아니면 스스로 무당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신을 선택한 사람들, 그리고 귀신에 씌운 신병을 앓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합당한 무교인이 될 수 없다.
옛날에는 내림굿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징조를 보고 결정하게 된다.
먼저 무병을 심하게 앓고, 정신병자로 몰려 병원에 갇혔다가 풀려나고, 구업이를 파오는 등 몇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겨우 내림굿을 해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무병과 신병을 구분하지 않는데, 또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 나온 사람도 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구업이를 파오는 사람은 거위 없다.
그리고 요즘은 신병인지 무병인지 구분도 하지 않고 용어도 신병으로 통일되어 버렸다. 케이블 방송들이 만들어 낸 병폐다. 여기서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무병은 내림굿을 하여 무교인이 되면 낫는 병이고, 신병은 귀신의 장난으로 얻은 병으로 굿을 통하여 귀신을 쫓아내면 낫는다. 그러면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원인 모르는 병을 앓고 있으면 무조건 신병이라고 하여 내림굿을 시킨다.
그러면 일단 병은 낫지만 그 다음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교인으로 능력이 떨어져 제대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신당을 모셔놓고 파출부를 다니든가, 심지어 노래방 도우미로 몰래 나가서 연명하는 것이다.
현재 이런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다고 듣고 있다.
내림굿을 하기 전에 반드시 허주굿을 하면서 참신인지 아니면 허주인지를 가려낸 후 다시 날을 잡아 내림굿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한번 내림굿을 하기도 힘든데 두 번씩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건 지금 내림굿 과정이 잘못 되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지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허주굿을 마친 후 내림굿을 할 때까지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면 보통 2~3년 후 심지어 10년 후가 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림굿 속에 허주굿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굿을 할 때 반드시 허주를 벗겨보고 무당으로 가야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굿을 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반드시 확답을 받고 굿을 시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내림굿 명목으로 거액을 받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신을 받았다고 해주어야 하기에 엉터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무당이 될 사람은 허주굿만 잘 해도 그 사람은 점사를 볼 수 있다고 구만신들은 이야기 한다. 그렇게 본인이 열심히 상담을 하면서 돈을 벌어 다음에 내림굿을 하면 된다고 한다.
또 옛날에는 무당이 되기 위해서는 구업이를 파와야 한다.
그 시절에도 구업이를 파오는 무당들이 흔치 않았기에 더 용하다고 하여 알아주었다.
요즘은 구업이를 파오는 무당은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다.
요즘은 내림을 한고 난 뒤 산구업이를 받아오는 무교인들은 간혹 있다.
산구업이란 살아있지만 기력이 떨어져 더 이상 불리지 못하는 노무당집을 찾아가 합의 굿을 하고 무구를 받아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산구업이는 돈으로 사오는 것이라 영적인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나쁜 무속인들의 유혹에 넘어가 신을 받았건 자기가 원해서 받았건 내림굿을 한 후 제대로 불리지 못하는 무속인들에게 신의 선생들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몸부적을 써준다’ 또는 ‘천문을 열어준다’고 하여 몸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몸부적’은 제자의 몸에 잡귀 잡신이 많으니 자기와 잠자리를 하면 부정한 몸이 깨끗이 되어 잘 불릴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자기 육신이 부적이니 자기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몸 부적을 써주거나 붙이는 것이라는 말이다.
또 ‘천문을 열어준다’는 말도 역시 못 불리는 무교인들은 하늘의 문이 열리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자기와 잠자리를 하고 나면 하늘의 문이 저절로 열려 잘 불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기 몸이 부적이다, 혹은 자기가 하늘문 수문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황당한 말에 넘어가는 사람도 문제다.
무당이 되면 누구나 잘 불리고 뽐내고 싶어 한다. 이것도 허영이지만 어찌되었던 잘 불린다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색스를 강요하는 말이 바로 ‘몸 부적 써준다’ ‘천문 열어준다’는 말로 통하고 있으니 심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모 종편에서 브랜드 법사의 비리를 고발하고 난 뒤 수십 건의 댓글을 단 사람들이 브랜드 법사는 바로 김씨 성을 가진 세 사람이라고 지목하였다.
그들의 못된 행동을 무교인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으면 방송이 나오자 모두 한목소리로 그들을 지목할까?
이들은 유명한 퇴마사로 또 몇몇 무속인을 훌륭한 엑소시스트로 포장하여 시청률만 추구한 방송국은 이들로부터 정신적, 물질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고통에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를 분명 듣고 있을 것이다.
이들로부터 입은 피해를 구제해 줄 수도 있는 방법도 없으면서 방송국은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여 선량한 많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사라진 이들 프로의 시청률에 미련을 못 버린 일부 케이블은 다시 이상한 프로에 무속인을 등장시켜 귀신 놀음을 하고 있으니 그들은 방송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과 책무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귀신을 가지고 재미를 본 사람들은 언젠가 반드시 귀신에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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